시구는 정치(情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정치(情致)’를 ‘좋은 감정을 자아내는 흥치’라고 풀이한다. 야구에서 시구는 국가(國歌) 연주로 관중의 시선을 한데 모은 직후 진행한다. 시구는 환성 속에 공을 던지는 본인에게도, 유명인의 어설픈 투구 동작을 지켜보는 관중에게도 즐거운 감정을 자아내는 흥치다.
2년 전 ‘야구장 시구의 모든 것‘이라는 기사를 쓰면서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유명인, 특히 여자 연예인이라면 투구 동작이 어설픈 게 일반적인 일.
그런데 아주 제대로 된 투구 동작으로 ‘즐거운 감정을 자아내는 흥치’를 경험하게 해준 일본 여자 연예인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이나무라 아미 씨(19·稻村亞美). 원래 한국 야구 팬들은 일본 토요타 자동자 광고(사진) 속 ‘스윙녀’로 기억하던 인물이죠.
이나무라 씨는 지난달 28일 도쿄돔에서 열린 제86회 전국도시대항야구 준결승 경기에 시구자로 나섰습니다.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일단 시구 장면부터 보시죠.
경기 후 그는 자기 트위터에 “긴장됐지만 스트라이크로 들어가서 기분이 좋았다. 다음 번에는 전력 투구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남겼습니다. 시구식 이후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안방 경기 때 구속을 쟀는데 시속 90㎞가 나왔다고 합니다.
都市対抗野球の準決勝での始球式終わりました(((o(*゚▽゚*)o)))??? わーー緊張したーー!!! でもストライクはいってよかったです! 次は全力投球できるといいなっ 大阪ガスさん三菱重工業広島さんがんばってください!! pic.twitter.com/xzgqNNpTtj
— 稲村亜美 (@Inamuraami) 2015년 7월 28일
사실 숱한 ‘베이스볼 보이’ 여러분께 여자친구나 아내하고 캐치볼을 하는 게 로망 중 하나일 터. 그런데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여성은 진화 과정에서 공 던지는 능력을 포기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캐치볼 상대를 배우자로 맞이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일본 드라마 ‘H2 너와 있던 날들‘에 괜히 이런 장면이 등장하는 게 아닐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