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비 리드 디자이너였던 Andrei Herasimchuk이 Twenty Years in the Valley에 쓴 글 「One of the biggest mistakes I’ve made in my career」을 번역해서 요약한 글입니다.
디자이너는 코딩를 배워야 할까? 흔한 질문이지만 이 질문에 답을 내기 전에 내(Andrei) 개인적인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나는 어도비에 처음 입사한 이후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하며 어도비의 모든 프로그램이 같은 인터페이스를 공유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는 사람도 별로 없었기에 매일 밤 나인 인치 네일스를 틀어놓고 사무실에 처박혀서 디자인 작업에 몰두했고, 어느 날 밤 꽤 괜찮은 단계에 진입했다.
그리고는 입사 전 늘 하던 대로 매크로미디어 디렉터를 열고 스크린 샷들을 이어붙여 움직이게 만들었다. 메뉴가 열리고 버튼이 켜지고 꺼지며, 팔레트가 드래그 되는 등 거의 가벼운 프로토타입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최근에 인비젼이나 프레이머같은 툴로 디자이너들이 하듯, 아이디어를 정적인 목업 이상의 것으로 구현하는 작업이었다.
디자이너가 되기 전, 나는 극장에서 일했는데 디렉터, 혹은 프로덕션 디자이너 역할을 했다. 극장에서도 비슷한 수순으로 일했다. 아이디어를 그려내고, 다듬고, 스케일 모델을 만들고, 다시 다듬고, 그리곤 실제로 만든 다음 관객들에게 보이기 전에 한번 리허설 하는 – 그 모든 작업들이 당연하게 느껴졌었다.
1995년 그 주말에, 나는 Lingo Script를 붙들고 48시간을 꼬박 보내며 목업을 살아 움직이게 만들었다. 초기 프로토타입을 보고 꽤 흡족했다. 픽셀-퍼펙트한 목업이 있었고 그것으로도 변화를 설명하는 데 충분했을 지 모르겠지만, 인터랙션이 가미되면서 훨씬 더 좋아졌다. 그게 프로토타입이 해야 하는 일이었으니까.
다음 주에 프로덕트 매니저들이 찾아왔고, 기쁜 마음으로 지난주에 고생해서 만든 “프로토타입”을 보여주었다. 메뉴를 클릭해서 메뉴가 오픈되고, 팔레트를 실제로 드래그하자 사람들의 눈이 빛났다.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그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고, 스스로가 꽤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그 일이 일어났다.
한 프로덕트 매니저가 굉장히 기뻐하면서도, 잠시 말을 멈추더니
“Andrei, 이건 굉장히 좋긴 한데… 사실 새 디자인 제안하면서 이렇게까지 한 사람은 없었거든요. 이거 얼마 정도 걸렸어요?”
난 어깨를 움츠리며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았어요. 주말하고 며칠 좀 더 정도…”
그러자 그들은
“정말 고생 많이 했는데, 사실 이 정도로 할 필요는 없어요. 그냥 스크린 샷만으로 충분했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요.”
라고 했고, 여기서 나는 실수를 하고 만다. 치명적인 실수 말이다.
“아.. 네 그런 것 같네요.ㅎㅎ”
그 후 어도비에서 일하면서 다시는 프로토타입을 만들지 않았다.
누굴 지적하고자 하는 생각은 없다. 그냥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후회될 뿐이고, 이제 와서 다시 하자니 예전에 하던 대로 되질 않아 답답하다. 조금 더 일찍 이런 작업 프로세스를 정착시킬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자
디자이너들은 코딩을 배워야 할까?
내 답은 “당연하다” 이다. 특히 당신이 이 직업을 진지하게 “경력”으로 생각한다면. 하나 덧붙이자면 HTML+CSS는 코딩이 아니다. 그냥 기본적인 스크립팅일 뿐이다. 배워둬라. 솔직히 말하면 스케치나 포토샵 쓰는 것 보다 쉽다. 그리고 자바스크립트를 배워라. 자바스크립트를 잘하게 되기 전까지 다른 모든 것들은 무시해라(이건 사실 최근 주변의 탑 엔지니어들에게 얻은 조언이다).
테크 제품을 만드는 것을 경력으로 삼고 싶다면 코딩을 배워라. 그게 아니라도 직업을 구할 수 있겠지만, 그건 그냥 직업일 뿐이다. (둘 간의 차이는) 이러하다. 직업은 주로 시장이나, 회사 상황, 그리고 단기간의 프로덕트 트렌드에 휘둘린다. 경력은 당신이 더 오랜 기간동안 좇을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평생을. 경력은 돈이나 자리가 줄 수 없는 즐거움을 준다. 죽어서 이걸 더는 못한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아플 정도로.
당신이 만약에 디지털 제품을 만드는 디자이너를 경력으로 생각한다면, 코드의 기술을 익히기 위해 뭐든 해야 한다. 지식을 익히면 익힐수록 남에게 기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사실 그게 당신이 디자이너가 된 이유가 아니던가? 세상에 없던 무엇을 만들기 위한 것?
당신이 디자이너로서 느끼게 될 중독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어떤 것을 만든 다음의 기분일 것이다. 누군가의 손을 빌려 만드는 것도 보람 있긴 하지만 결코 같은 경험은 아니다. 마치 레이싱 카의 조수석에 앉는 것과 직접 운전하는 것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혹은 15분 동안의 인도어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것과 비행기에서 직접 뛰어내리는 차이 등등.
직접 당신의 두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일은 초능력과 같다. 대체 왜 그걸 그냥 내주는가? 코드는 디지털 제품을 만드는데 있어 결정적인 구성 요소이다.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채 일하는 건 장님처럼 눈 감고 일하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당신은 경력 내내 코딩을 배울 수 있다.
물론 사람들은 2주 만에 코딩을 마스터하고자 한다. 혹은 일주일 만에 20파운드를 빼고 싶어 하기도 하고, 연습도 안 하고 기타를 연주하고 싶어한다. 두렵겠지만 이건 당신의 경력이다. 할 수 있을까? 잘하게 될까? 일이 너무 많은데 같은 생각은 하지 말고, 그냥 오늘, 당장 시작해라.
나는 이렇게 일하는 것이 얼마나 뿌듯하게 느껴지는 일이 될 지 약속할 수 있다. 그 누구에게도 이 기회를 빼앗기질 말길 바란다.
Andrei Herasimchuk가 후속 트윗에서 말하듯, 코딩이 좋은 디자이너를 만들어 주진 않는다. 이건 그냥 디자이너가 갖추어야 할 여러 가지 소양 중 하나일 뿐이다. 코드를 짤 줄 알면 무조건 좋은 디자이너가 된다는 식으로 읽히지 않길 바란다. 디자인에는 여러 층위가 있고, 여러 기술이 필요하다. 높은 수준의 컨셉, 리서치, 비주얼 폴리싱, 그 어느 하나 코드보다 떨어지는 영역이 아니다. 재료는 잘 굽는데, 색을 엉망으로 뽑는다면? 아니 애초에 만들 필요가 없는 제품을 만든다면?
그럼 그 모든 기술을 다 익혀야 하나? 일하는 곳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그걸 혼자 다 할 필요도 없다. 이건 이미 소개했던 Cemre의 글에 잘 나와 있다.
원문: mediu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