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12시 사무실이 밀집한 삼성동, 역삼동, 종로 일대를 가본 적 있으신가요? 12시 땡 소리와 함께 점심을 먹으러 쏟아져 나오는 하얀 와이셔츠들의 물결을 보고 있노라면 고생하는 직장인들에 대해 존경심과 함께 애틋한 동지애가 느껴지곤 합니다. 1시간의 짧지만 행복한 점심을 마치고 돌아오는 직장인들.
하지만 이들에게 말 못할 고민이 하나 있으니 바로 후루룩 짬뽕 면발 흡입하다 튀어버린 짬뽕 국물, 눈치 없이 촐싹대는 후배가 흘린 커피 자국, 순두부에 날달걀 신나게 깨어 넣다가 노른자 퐁당 하면서 튀긴 새빨간 국물 자국 점심 먹다가 셔츠에 묻어버린 얼룩들입니다. 눈부시게 하얀 와이셔츠와 블라우스가 직장인의 자존심이건만, 어이없이 묻어버린 얼룩들은 이들의 하루를 우울하게 만들곤 한답니다.
오늘 두루마리가 전해드릴 이야기는 이제 이런 직장인들의 고민을 단번에 날려버릴 기술이 개발됐다는 소식입니다. 절대로 얼룩이 묻지 않는 셔츠가 곧 미국에서 출시된다고 합니다. 미국의 중저가 온라인 패션 쇼핑몰, Elizabeth & Clarke에서 개발한 “Unstainable White Shirt”입니다. 케첩, 커피, 머스타드 소스, 간장 등, 여러분이 생각할 수 있는 일상에서 묻을 수 있는 얼룩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절대 완벽 무얼룩 셔츠라고 합니다. 과연 그런 셔츠가 가능할까요? 아래 Elizabeth & Clarke에서 만든 홍보 동영상을 한번 보세요. (바쁘시면 1분 57초부터 보세요)
정말 놀랍지 않나요? 커피를 하얀 블라우스에 부어도 전혀 묻지 않고 옷을 따라 흘러내립니다. 진득하게 묻어버린 머스타드 소스도 휴지로 쓱쓱 닦아버리면 마치 아무것도 없었던 것 마냥 깨끗하게 지워지죠. 가장 지우기 힘들다는 와인 얼룩도 전혀 남지 않습니다. 냉장고 앞에서 온갖 양념으로 블라우스를 더럽히고 있는 동영상의 주인공 모습이 참 익살스럽네요.
주름이 지지 않은 링클프리 소재의 옷이나 바람이 잘 통하는 옷, 이런 의류 기술들은 이제 우리의 일상 속에 많이 익숙해졌지만, 이렇게 어떤 오염으로부터도 얼룩지지 않는 소재의 옷은 신기할 따름입니다. 이런 기술이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얼룩이 남지 않는 면이 가능한 것은 바로 나노기술의 발전 덕분입니다. 얼룩이 남지 않으려면 면의 소재가 공기는 통하지만 액체는 통하지 않는 상태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면의 섬유소재가 매우 촘촘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동안의 소재들은 그 촘촘한 정도가 현미경으로 볼 수 있는 정도였다면, 이제 나노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현미경으로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조밀한 소재의 개발이 가능해졌습니다.
이 셔츠에 사용된 소재의 경우 모래보다 십만 배 작은 크기의 구멍을 갖도록 짜여졌다고 하니, 가히 분자기술로 만들어진 옷이라고 할 만하군요. 여기에 기존 실크나 순면과 같은 부드러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까지 더해져서, 얼룩은 남지 않지만 촉감은 실크와 같은 상품이 개발되게 되었습니다.
이 옷을 개발한 Elizabeth & Clarke의 공동설립자인 멜라니 씨는 이 새로 개발된 옷이 많은 여성의 로망을 실현해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새하얀 실크 블라우스는 모든 여성의 꿈입니다. 아침에 아이들 밥 먹이고 사람들 사이를 치여가며 출근했을 때 블라우스에 아무 얼룩이 묻지 않기를 기대하는 것이 꿈인 것 만큼이요.”
온종일 아무 결점 없는 새하얀 블라우스를 입고 싶은 여성들의 마음을 Elizabeth & Clarke사가 잘 이해하고 이를 상품으로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마치 많은 직장인 남성들이 온종일 입어도 양복이 주름 없이 빳빳하기를 원하는 마음이 링클프리(Wrinkle-free) 소재의 슈트는 만들어 낸 것과 같죠.
이 제품은 현재 미국의 대표적인 클라우드 소싱업체인 Kickstarter.com을 통해 일반인들로부터 투자를 받아 개발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에게 얼룩이 묻지 않는 셔츠의 개발 프로젝트를 미리 알리고 이들로부터 투자금을 받아 개발하는 방식이죠. 새하얀 얼룩 없는 셔츠를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에 공감을 불러일으켜서인지, 지난 4월 19일에 처음으로 이 프로젝트가 소개된 이후 단 4일 만에 모든 투자금을 모아서 현재 순조롭게 대량생산을 위한 개발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원래 목표했던 투자금의 두 배를 넘는 금액이 몰려들었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룩이 묻지 않는 셔츠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듯 하네요. 이 제품은 올해 9월이면 대량생산 준비를 마치고 일반인들에게도 판매가 가능할거라고 합니다. 이제 당당하게 걱정 없이 새하얀 셔츠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늘어나겠네요.
주름지지 않는 양복에 이어 얼룩이 묻지 않는 셔츠까지 개발된다면, 이제 남은 건 하나뿐이네요. 바로 냄새가 배지 않는 옷! 삼겹살집에서 연기 뒤집어쓰며 고기를 굽고 쌈장 셔츠에 흘리며 먹고서 길바닥에 뒹굴며 잠들더라도, 다음날 말끔하게 출근할 수 있는 삼단콤보의 완성이 눈앞에 다가온 것 같습니다.
원문: 두루마리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