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워싱턴 포스트지의 「The ‘self-fulfilling prophecy’ of stereotyping Asian American students」를 번역한 글입니다.
오펠리아는 분명 아주 훌륭한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베트남계 미국인 2세인 오펠리아는 자신을 “매우 똑똑하지 않고” 걸핏하면 C를 받는 학생이었다고 묘사합니다. 중학교 마지막 해에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대학 인정 학점을 취득할 수 있는 심화과정(Advanced Placement) 수업 자격을 얻기 위해 치른 시험에서도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오펠리아가 고등학교에 진학했을 때 그녀는 심화반에 배정되었고, 야망이 크고 주위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친구들에게 둘러싸였습니다. “그 순간 무언가 반짝하면서 변화가 시작되는 걸 느꼈죠. 열심히 공부해서 내가 좋은 학생이라는 걸 증명하고 싶어졌어요”라고 오펠리아는 말합니다. “제 생각에는 친구들 간의 경쟁이 더 잘하고 싶다는 욕망을 더 끌어올린 것 같아요.” 오펠리아는 4.2점의 학점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명문 약학 프로그램에 입학했습니다.
‘자기충족적 예언’의 효과
어바인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연구하는 제니퍼 리(Jennifer Lee) 교수는 새로운 책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성취 역설”에서 어떻게 인종에 관한 고정 관념이 학생들의 성공 확률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연구를 위해 리 교수와 공저자인 민 주(Min Zhou)는 오펠리아와 같은 아시아계 미국인 학생 수백 명을 설문 조사했습니다.
“선생님이나 대학 지원 담당관, 그리고 또래 친구들이 아시아계 학생들은 똑똑하고 절제력이 강하며 성취도가 높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시아계 학생들을 심화 과정에 더 자주 배정하고 대학 지원을 할 때도 명문 대학 지원을 권유하는 경우가 많죠. 저희가 인터뷰한 학생 중에는 자신의 능력보다 더 좋은 성적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한 친구들도 있었어요.”
역설적으로 이 고정관념은 오히려 아시아계 학생들의 성취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니퍼 리 교수는 비이성적으로 높은 기대치의 대상이 되는 학생들이 대체로 그 기대에 부응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합니다. A를 받아야만 행복한 또래 친구들이 주위에 많을 때, 학생들은 어떻게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인가에 대한 개념을 바꾸게 되고 자신도 “똑똑한 아시아계 학생”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더 많은 시간을 공부에 쏟아붓게 된다는 것입니다.
제니퍼 리 교수의 연구 결과는 지금까지 사회과학의 연구 결과와는 정반대의 것입니다. 지난 20년간 연구자들은 고정관념 위협, 즉 어떻게 특정 그룹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이 그룹의 성취를 낮추는지를 연구해 왔습니다. 이 연구들은 공부 잘하는 흑인 학생들이 왜 대학 입학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지, 혹은 능력 있는 여성이 왜 과학이나 수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지를 설명하는 데 쓰였습니다.
제니퍼 리 교수가 다른 연구자들과 함께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4,800명에 달하는 이민 1세대 미국인들과 멕시코 이민자들의 자녀들을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 그룹은 실제로 부정적인 고정관념의 영향을 받고 있었습니다. 설문 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으로 생각된 적이 거의 없으며 SAT 시험 준비 도움을 받은 적도, 또 4년제 대학 지원을 고려해보라는 조언을 받은 적도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단순한 아시아의 문화가 아니라, 실제적인 차이
제니퍼 리 교수의 연구는 성취의 차이가 ‘타이거 맘’과 같은 단순한 문화적 차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문화에 대한 인식이 문화 그 자체만큼이나 중요할 수 있습니다. 물론 문화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리 교수는 과거 연구에서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자녀에 대한 기대치를 높게 갖고 있는 것이 자녀들의 성취를 높인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시아인들과 교육에 대한 고정관념을 택할 때, 제니퍼 리 교수는 우리가 잘못된 문화에 공을 돌리고 있다고 말합니다. 즉, 중국 사람들과 중국 문화가 교육에 큰 가치를 두는 것이 아니라(중국 인구의 겨우 4%만이 대학 졸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높은 교육을 받은 중국인들이 미국에 이민을 오기 때문에 (미국으로 오는 중국 이민자의 절반 이상이 대학 학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의 자녀들의 성취도 높은 것입니다. 리 교수는 말합니다.
“어느 특정 인종이 가진 문화가 아닙니다. 어떤 종류의 사람들이 미국에 이민을 오고 이들이 어떤 규범을 가지고 오는가의 문제죠.”
리 교수는 특히 중국과 한국계 이민자들이 가장 높은 교육 수준을 보이고 고숙련 노동자들인 경우가 많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중국인과 한국계 이민자들의 4년제 대학 졸업 비율은 전체 미국 평균의 2배에 가깝습니다. 부모의 교육 수준은 자녀의 교육 수준을 가늠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교육 수준이 높은 중국계 이민자의 자녀가 학력이 높은 건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고정관념, 양날의 검
미국 교사들의 아시아 문화에 대한 고정관념은 이들이 아시아계 학생들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아시아계 학생들은 이러한 인식을 내재화합니다. 제니퍼 리 교수가 인터뷰한 학생 중에서 대부분은 아시아계 학생에 대한 고정관념이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리 교수는 이러한 고정관념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높은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한 아시아계 미국 학생들은 자신들이 “아시아인이 아닌 것 같다”라고 느낍니다. 그리고 높은 기대치는 불안이나 우울증과 같은 정신 건강 문제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긍정적인 고정관념은 이들이 학생일 때는 도움이 되지만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제니퍼 리 교수는 아시아계가 대범하고 창의적이기보다는 부지런하고 사려 깊다는 고정 관념 때문에 이들이 리더의 자리에 오르기가 더 어렵다고 말합니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전체 대학생 중 6%를 차지하지만, 대학 총장의 2%만이 아시아계입니다. 또 실리콘 밸리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의 비율은 27%지만 임원급 이상에서 아시아계는 14%입니다.
원문: 뉴스페퍼민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