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광고를 욕하면서 문맹률에 관한 정확한 데이터를 찾다보니 우리나라 실질문맹률이 엄청나다는 자료를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실질문맹률이 OECD 국가 중 최악이었더군요.
‘에이 설마?’하고 일단 부인했다가 곰곰히 생각하니 그럴 법 하더군요. 역사 이야기를 장황하게 제 서재에서 정리한 후에 여러 사이트에 요약본만 정리하는데, 어김없이 달리는 댓글이 3줄 요약입니다. 그리고 여러 자료를 제시하는 제 이야기보다 뜬금없는 몇 줄 짜리 ‘카더라’가 훨씬 뜨거운 환영을 받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지하철에서 책이나 신문을 읽는 사람을 보기 힘들죠. 스마트폰이나 이북리더기로 읽는다고 주장하고 싶겠지만 절대 다수가 DMB, 게임, 채팅입니다.
그럼 우리나라 실질문맹률 실태를 한 번 볼까요?
기본문맹률 말고, 실질문맹률에 주목하라
기본문맹률이야 우리가 늘 자랑으로 여기듯이 세계최저 수준입니다만…
OECD에서는 글자만 읽는 문맹률은 의미가 없기 때문에 실질문맹률을 조사했다는군요. 성인을 대상으로 1994~1998년 기간 동안 국제성인문해조사(IALS, International Adult Literacy Surveys)를 했고 우리나라도 3년 후인 2001년에 같은 조사를 했는데 충격적인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일단 조사방법에 대해 한국교육개발원의 자료를 인용하겠습니다.
다시 말해서 ‘문해’는 더 이상 읽고 쓰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좀더 복잡한 기술을 종합한 것이다. IALS에서는 조사의 많은 부분에 신문, 팜플렛 등으로 부터 필요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산문문해 영역과, 지도, 버스 시간표, 차트, 그림을 보고 정렬하거나 파악하는 문서문해, 그리고 수량적 계산 능력인 기본적인 수량문해를 포함시켰다.
이러한 문해의 정의를 기본으로 하여 문해 측정 영역을 산문문해(prose literacy), 문서문해(document literacy), 수량문해(quantitative literacy)의 세 영역으로 분류하였으며, 각 영역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 산문문해: 논설, 기사, 시, 소설을 포함하는 텍스트 정보를 이해하고 사용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
- 문서문해: 구직원서, 급여 양식, 대중교통 시간표, 지도, 표, 그래프 등 다양한 형태의 문서에 포함되어 있는 정보를 찾고 사용하는데 필요한 지식 과 기술
- 수량문해: 금전출납, 팁 계산, 주문양식 완성, 대출이자 계산 등 인쇄된 자료에 포함된 숫자를 계산하거나 수학공식을 적용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
각 레벨은 아래와 같이 4단계로 나뉩니다.
level 1(0 – 225점)
문해에서 매우 취약한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 예를 들어, 의약품의 설명 서에 나타난 정보로부터 아이에게 투약할 약의 양을 정확하게 결정하지 못하 는 사람이다.
level 2(226점 – 275점)
1단계보다는 어려우며, 단순하게 드러나는 복잡하지 않은 일에 대해 대응할 수 있다. 2단계의 응답자는 읽을 수는 있으나 문해기술은 부족한 편이다. 일상 적인 문해능력이 요구되는 일에 가까스로 기술을 적용하여 사용할 수 있으나, 새로운 직업, 기술을 학습하는 것과 같은 새로운 요구에 부딪혔을 때는 문해능력이 부족하다.
level 3(276점 – 325점)
진보된 사회에서 복잡한 일과 일상에서 요구되는 것에 대처하기 위한 최소한 의 수준으로 간주된다. 중등교육을 성공적으로 이수하고 대학입학에 요구되는 기술수준을 대략적이나마 수행할 수 있다. 높은 문해수준에서 요구되는 여러 정보를 통합하여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level 4/5(326점 – 500점)
고도의 정보처리 및 기술 능력을 구사하는 응답자들을 지칭한다.
3가지 평가항목에서 우리나라 성인들의 실질문맹률은 우리의 굳은 믿음(고정관념?)과 달리 주요 국가에 비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노장년층의 높은 실질문맹률과 세대차
15년 전에 한국교육계를 발칵 뒤집은 조사결과에 따라 평생교육 등의 개선조치가 취해졌지만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여전히 실질문맹률에서 OECD 국가에 비해 평균이거나 훨씬 못미치고 있습니다.
이 자료는 KBS <취재후>의 보도자료를 인용하겠습니다.
한 구청 복지관의 중급 인터넷 교실을 찾아갔습니다. 대부분 60대 이상이었지만, 몇 달씩 교육을 받아 컴퓨터도 능숙히 다루는 분들이었습니다. 앞서 입수한 OECD 문자 독해력 테스트 문제로 시험을 봤습니다. 약 설명서 등에 쓰여있는 10줄 가량의 주의 사항을 읽고 그 가운데 적힌 ‘최대 복용 가능 기간’을 답하는 문제였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17명 중 9명, 그러니까 절반 가량이 틀렸습니다. 20대 10명에게 같은 문제로 테스트했을 때는 수십 초안에 100% 정답을 맞혔습니다. 결국, 조사 대상 장년층의 절반은 간단한 약 상자의 주의 사항을 이해하지 못하는 독해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세계 22개 국가의 문장 독해능력을 조사한 OECD skills outlook 2013이 발표되었고, 이에 따라 조사항목 중 몇 가지를 실제로 테스트했습니다. 복지관의 중급 인터넷 교실에서 몇 개월 동안 컴퓨터 교육을 받았으니까 60대라도 문장독해력이 상대적으로 괜찮았을 겁니다.
그런데 약 설명서 10줄의 주의사항을 읽고 최대복용 가능기간을 답하는 문제에서 절반이 넘게 틀렸답니다. 반면에 20대는 간단하게 다 맞췄다는군요. 연령층 간의 점수차이도 영국 0.1, 미국 8점에 비해 우리는 48점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흥미롭지만 너무 당연한 분석도 하고 있습니다. 책을 계속 읽었던 중장년층은 현재도 독해력이 비교대상에 비해 월등하답니다. 보도내용을 그대로 가져와보겠습니다.
연구 담당자는 이렇게 분석합니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중장년층이 되어도 독해력이 떨어지지 않는다.하지만 책을 읽지 않는 채로 나이가 들면 독해력이 크게 떨어진다.’ 이렇게 보면 과연 우리 중장년층이 독서를 많이 할 수 있는 환경인지 의문이 듭니다. 우리나라의 노동 시간은 OECD 최장 시간으로 알려졌습니다. 야근과 주말 근무가 많은 상태에서 일하는 50대와 60대 상당수는 독서 시간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이뿐 아니라 사회 통합을 위해서도 큰 문제입니다. 조사 담당 연구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독해력이 낮으면 의미 있는 의사소통이 힘들어지니까, 정치적인 참여나 정치적인 발전에 이르는 데도 저해가 된다.”
규칙적인 도서와 탐구가 필요하다
반 농담이지만, 인터넷에서 난독증이라는 말이 자주 보게 됩니다. 문장이 길어지고 약간(양념 정도)의 은유, 수치, 전문용어가 들어가도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지요. 이들은 모르는 용어에 대해서는 찾아보려고 하지도 않죠.
규칙적인 운동으로 몸짱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규칙적인 독서와 탐구를 귀찮아 한다면, 어느 새인가 여러분이 혐오하는 무지한 노인의 모습이 될 것입니다.
추석연휴부터 소설이라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