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어 가격이 결정된다는 이야기에 익숙합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인간이 가진 욕심 때문에 세상에서는 기묘한 인질극이 벌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 인질극의 뿌리는 간단합니다. 여기 두 가지 사건이 있다고 해봅시다.
A. 당신의 집이 한 달 동안에 1억이나 더 비싸졌다.
B. 당신의 집이 한 달 동안에 1억이나 더 싸졌다.
가격이란 실제로 거래를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거래를 하지 않는 상태에서 주변 사람들의 말과 실제 거래를 보고 내 집의 가격을 추측하게 됩니다. 즉 그것은 하나의 믿음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위의 두 가지 예를 보면 사람들은 집을 가진 경우 사건 A는 잘 믿습니다. 그런데 사건 B는 잘 안 믿습니다. 1억이 올랐다고 하면 그거보다 더 오를 수도 있었다는 식으로 생각하면서 내 집이 1억이 떨어졌다는 것은 안 믿는 것입니다.
믿고 싶지 않은 것은 믿지 않는다
4억 하다가 5억이 된 집의 가격은 이제 ‘원래’ 5억입니다. 5억이 임시가격이며 이 집의 가격은 원래 4억이니 조금만 지나면 1억이 떨어져 원래의 가격인 4억이 될 거라고는 잘 생각하지 않습니다. 반면에 가격이 5억 하다가 4억이 되어 이웃의 아파트가 실제로 4억에 거래가 되도 이 집은 원래는 5억이니 곧 5억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집주인들은 가격하락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더 싸게는 팔지 않겠다고 합니다. 돈을 손해 보는 한이 있어도 가격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돈을 더 빌려서 버티더라도 기다립니다. 집이 사람들의 돈을 빨아들입니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쓸 돈도 없고 다 빚쟁이가 됩니다. 이자를 내야 하고 물가가 비싸져서 생활비가 올라갑니다.
만약 수도값이 리터당 만 원이라고 하면 다들 얼마나 가난하게 살겠습니까. 물을 안 마실 수는 없으니까요. 우리는 집도 항상 필요합니다. 집가격을 근거 없이 올리면 다들 가난해지는 겁니다. 깊은 물에 빠져 죽기 직전에 허우적거리면서도 물의 깊이를 더 올리는 식이 되는 겁니다.
물이 차오르면서 생활환경은 나빠집니다. 대충 따져서 집값이 열 배가 비싼 지역에 살고 싶다면 그 사람은 기꺼이 빵값도 열 배 더 내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임대료가 열 배 더 비싸기 때문입니다. 빵집 주인이 같은 값에 빵을 팔면 임대료를 낼 수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여유가 있어서 비싼 집에 사는게 아니라 투자로 비싼 집에 살기 때문에 사람들이 기꺼이 멀리 가서라도 싼 빵을 사겠다고 하면 그 동네에는 빵집이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이 말은 어떤 자영업자는 생업을 잃는다는 말이고 사람들은 불편해진다는 말입니다. 서민 음식점은 사라지고 동네에 비싼 옷집과 부동산, 술집밖에 없으면 정말 좋을까요? 그래도 사람들은 자기 집의 가격이 자신들의 희망가격이라고 말합니다. 부동산이 돈을 빨아들이는 것 때문에 모두가 힘들어도 고집을 버리지 않습니다. 물은 점점 더 차오릅니다.
최저의 저축률, 폭등하는 가계부채
사람들의 고집은 몇 가지 형태로 희망사항을 현실로 만듭니다. 우선 들수 있는 것은 가격담합입니다. 한 아파트의 주민들이 모두 우리 아파트는 평당 3천이라고 믿고 고집을 부리면 전면적 폭락이 있기 전에는 가격담합의 효과로 가격이 유지되겠죠.
우리나라에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전세제도도 있어서 이런 버티기를 더 쉽게 해왔습니다. 만약 전세제도가 없다면 집주인은 자금이 부족하면 집을 팔게 됩니다. 그런데 전세가 있으면 집을 2억에 전세주면서 내 집은 2억이나 3억이 아니라 5억이라는 주장을 계속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전세금으로 급한 자금 문제를 해결하고 말입니다. 그리고 또 버티는 겁니다. 썩어가는 아파트라도 “내 집은 10억이야”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금융환경의 문제도 있습니다. 미국에는 전세 같은 레버레지 제도도 물론 없습니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리면 집값이 폭락했을때 그냥 집을 은행에 넘기면 채무가 끝이 납니다. 은행이 무리한 부동산 투기를 하려고 하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기가 더 어렵습니다. 자기도 그런 투자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그렇지 않지요. 은행도 무리한 투자에 책임을 지도록 제도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부동산 가격을 올리고 유지하기 훨씬 더 좋습니다.
모두가 망해도 내 집은 비싸다라는 믿음을 놓지 않습니다. 부동산이 너무 비싸집니다. 물이 차올라서 모두 숨쉬기가 곤란해졌고 익사할 판입니다. 그래도 부동산이 돈을 빨아들이는 것을 중단시키지 않습니다. 한국은 어느새 OECD국가중 최저의 저축률을 가진 국가가 되었고 가계부채는 매년 폭등합니다.
전세제도는 끝나갑니다. 해마다 경기를 부양한다면서 정부에서 늘리는 나랏빚이 몇십조씩 됩니다. 국가부채도 폭등하는 것입니다. 한국경제는 부동산이 모두 흡수했으니 결국 부동산 가격유지에 돈을 쓰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까 돈을 풀어도 사람들은 생활에 차이를 느끼지 못합니다. 이 모든 것은 억지 믿음이 한꺼번에 무너져서 한국 집값에 대한 환상이 한꺼번에 사라질 징조입니다.
아파트 인질극
한국에서는 하나의 범죄가 흔합니다. 그것은 주택 인질극, 아파트 인질극입니다. 부동산을 인질로 가지고 돈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것입니다. 어느새 아주 많은 사람의 꿈은 임대업자가 되는 것이 되었습니다. 작게는 원룸 하나 가져서 월세 좀 받아봤으면 좋겠다고 하고 크게는 빌딩을 가지고 싶어합니다. 자영업자들이 피땀 흘려 일할 때 뒤에서 편하게 가게세 받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부동산을 차지하고 그걸로 남에게서 돈을 왕창 뜯어내는 것이 꿈인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 정도가 너무 심하면 범죄가 되는 것이죠. 한국은 그런 나라입니다.
이 인질극이 너무 흔해져서 공익을 추구해야 하는 정치도 거꾸로 갑니다. 한국에서 “우리나라 아파트 가격이 너무 비쌉니다. 좀 떨어져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정치가는 정치적인 자살을 하는 것입니다. “아파트 가격 아직도 너무 쌉니다. 팍팍 올라서 5년 안에 두 배가 될 것입니다”라고 말해야 좋아하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제가 싫어하는 대통령인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모두들 아파트 가격상승을 기대하면서 이명박을 뽑았다는 말이 돌았지요.
저는 궁금합니다. 만약 한국 수자원공사가 수도가격을 독점하고 주식을 사고판다면 그리고 사람들이 모두 그 주식을 가지고 있다면 정말 너도 나도 수도물값이 너무 싸니 우리 백 배쯤으로 수도물값을 올리자고 할지. 이게 자살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은 그리 많은 생각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한국사람들처럼 가진 돈 전부 아파트에 집어넣고 사는 사람들은 세계에 없습니다. 이미 저금은 하나도 없고 빚까지 내서 사는 판입니다. 아파트가 한국 사람들의 돈을 모두 삼켰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신문방송에서는 한국 아파트 가격은 앞으로 더 오를 거라는 주장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거리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모두 물이 코를 넘어가서 질식하기 직전이면서 말입니다. 이제 몇억의 빚쯤은 당연한 것이 되었습니다.
모두가 인질인 사회
인질범으로 성공해서 돈을 벌고 숨어서 잘 사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질범은 권장할만한 직업이 아닙니다. 윤리를 따지기 전에 성공률이 낮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너도 나도 부동산 투기로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를 떠듭니다만 길게 봤을 때 가장 수익률이 좋았던 것은 복리저축이라고 합니다.
카지노 판에서 크게 버는 사람이 있지만 대개는 돈을 잃습니다. 돈을 벌었던 사람들의 대부분은 그 돈을 써보지도 못하고 잃습니다. 버는 것은 결국 도박장의 주인이죠. 주택을 소유하는 것이 그렇게 돈을 버는 확실한 지름길이었으면 대기업이 주택을 소유하고 임대를 하는 임대업에 뛰어들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그들은 건물을 지어 팝니다. 이 부동산은 X억이라는 환상과 함께. 그리고 사람들은 부동산 인질극을 시작합니다. 거듭 말했지만 다들 죽을 판인데 말입니다.
이 허무한 촌극은 빨리 끝나야 합니다. 그래야 한국에 희망이 돌아올 것입니다. 뭘 하든 부동산에 가난한 사람들이 피를 빨려서 살 수가 없는 현실은 깨져야 합니다. 그래야 부자도 더 부자가 될 것입니다. 인질극은 모두에게 좋을 게 없습니다.
원문: 나를 지키는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