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기도 전에 추천하는 이유
『워린 버핏의 주주서한(로렌스 커닝햄 지음, 이건 옮김)』은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해주려고, 추가적으로 여러 권 구입한 책이다. 아직 끝까지 다 읽지 못했지만, 이 책은 시중에 나온 다른 워렌 버핏 관련 책들에 비해 아래처럼 특별한 장점이 있다.
- 워렌 버핏이 매년마다 직접 주주들에게 쓴 주주서한을 토대로 주제별로 보기 쉽게 재구성.
- 국내 최고의 투자전문 번역가라 믿어 의심치 않는 이건 선생님의 손을 거친 번역.
- 국내 가치투자자의 대가이신 신진오 회장님의 감수.
- 경제, 자산배분, 투자 등 분야를 막론하고 엄청난 내공을 가지고 계신 홍춘욱 박사님의 추천사.
이 모든 게 어우러진 책이니, 일단 믿고 봐도 되는 투자서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중간쯤 나오는 내용을 통해 이 책의 가치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미스터 마켓에 맞서는 최고의 방법: 가치 투자
“지금은 대부분 전문가와 학자들이 효율적시장, 다이내믹 헤징, 베타를 논하는 시대 이므로, 그레이엄의 미스터 마켓 비유는 시대에 뒤 떨어진 느낌일지도 모릅니다. 전문가들이 이런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이해는 갑니다. 신비에 쌓인 기법들이 투자 조언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에겐 확실히 가치가 있으니까요. 주술사가 단지 ‘아스피린을 두 알을 드세요’ 라고 말해주고도 부와 명성을 얻을 수 있었을 까요?
투자 조언을 듣는 사람들에게 시장의 비밀이 과연 가치가 있느냐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내 생각에 성공투자는 심오한 공식, 컴퓨터 프로그램, 주가 움직임에서 나타나는 신호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사업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동시에, 무섭게 확산하는 시장 심리에 휩쓸리지 않을 때 성공할 것입니다. 나는 그레이엄이 가르쳐준 미스터 마켓의 개념을 마음 깊이 새겨둔 덕분에 시장 심리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 워렌 버핏의 주주서한 제4판 151p –
“미스터 마켓”, 주식시장에 몸 담은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용어이다. 때로는 정신 질환에 걸린 환자처럼 기분이 좋아 높은 가격을 제시할 때도 있다. 어떤 때는 Ctrl+s를 누르지 않고 컴퓨터를 종료한 직장인처럼 멘탈이 나가, 말도 안 되는 낮은 가격을 제시한다.
실제로 미스터 마켓 같은 사람을 만나면 매우 피곤한 일이겠지만, 주식시장에선 오히려 기회로 다가올 수 있다.
이는 모든 사람들에게 기회로 다가온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인간이란 동물이 가진 본성은 손실에 대한 고통이 이익을 얻었을 때의 쾌감보다 더 크다. 때문에, 주식이든 뭐든 내가 보유 중인 자산이 손실을 기록하는 걸 좀처럼 감당하기 힘들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손실을 두려워하는 건 어떤 사람이든지 동일하다.
최근 투자자들에게 다가올 미래는 불확실하다. 연준은 금리 인상을 연기하고, 중국 시장은 작전주마냥 급등락하고 있고, 이머징 국가들의 성장 전망은 악화되고 있다. 이런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은 손실에 대한 고통을 더하기 마련이다.
이런 고통을 피하면서 투자를 하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보유한 포지션을 하루 이상 들고가지 않는, 극단적으로는 스캘핑 트레이딩(주: scalping trading; 주식을 초, 혹은 분 단위로 거래하는 방식)을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만 고통을 느끼면서 투자를 할 수가 있다. 문제는 고수가 아니고서는 단타로 수익 내기 힘들다는 것인데, 다행히도 다른 방법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좋은 기업을 쌀 때 사서, 비싸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팔기”를 전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워렌 버핏의 말로 대표되는 가치투자다. 워렌 버핏의 투자 방식은 가격의 급등락에 상대적으로 무덤덤할 수 있고 시장의 심리에 휩쓸리지 않는다는장점이 있다. <워렌버핏과의 점심식사>에서 워렌 버핏이 가이스파이어에게 “외면적 평가”가 아닌 “내면적 평가”를 중시하라고 조언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버핏은 철저하게 분석한 뒤 확신이 가는 기업은 거리낌 없이 매입했다. 계란을 한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분산투자의 원칙과 달리, 그는 좋은 기업에 집중투자를 했다. 계란이 하나든 둘이든 상관이 없었다. 잘못된 바구니에만 담지 않으면 된다는 게 그의 투자 철학이었다.
또 투자의 세계에서 어찌보면 금기라고 여겨지는 ‘물타기 기법’도 구사했다. 버핏에겐 금기가 아니라 좋은 기업을 더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의미했고, 정말로 큰 돈을 버는 거래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추천사만 읽어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버핏의 투자 기법을 100% 따라하기는 쉽지 않다. 버핏의 투자법은 버핏 본인에게 잘 맞는 것일 뿐, 일반인에게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가진 투자 철학과 기업들을 바라보는 시각 등은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다양한 업계에서 투자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덧붙이자면, 버핏의 복잡한 투자법이 아닌 단순한 전략만 추구해도 시장 대비 초과수익을 올릴 수 있는다. 그 단순한 전략에 대해선 홍춘욱 박사님이 쓴 이 책의 추천사를 보자.
2012년 예일대학교의 교수들이 쓴 흥미로운 논문 ‘Buffett’s Alpha’는 워런 버핏의 투자전략을 상세히 분석한 결과, 누구나 복제할 수 있는 단순한 전략을 꾸준히 밀고 나간 데에 성공의 원인이 있음을 낱낱이 밝히고 있다. 그럼 버핏이 추구한 ‘단순한 전략’은 어떻게 구성되는가?
자기 자금만 사용하지 않고 원금의 1.7배 정도를 차입한다. 그리고 이 돈을 이용해 싼 주식(ROE에 비해 PBR이 낮은 주식)을 고른다. 이 종목 중에서, 재무구조가 우량한 기업에 투자하며 특히 과거의 주가 변동성이 큰 종목을 피한다.
이상과 같은 네 가지 조건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투자한 결과, 다음의 ‘그림’ 진한 선과 같은 투자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게 예일대학교 교수들의 결론이었다. 참고로 가장 흐린 선은 같은 기간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에 레버리지 투자(원금의 1.7배)했을 때의 성과를 나타낸다.
이 추천사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시간을 들일 이유가 있다.
원문: Got be the Re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