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 주: 나는 문학 전공자로, 국문과 대학원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이 글은 학부 시절 혼자 끙끙대며 인문학 공부의 방법을 고민하며 작성했던 글을 수정한 것이다. 학부생 때 쓴 것이라 문학 전공 수업을 듣고 있는 상황이 많이 반영됐다.
인문학(문과대) 공부의 다섯 가지 팁
3학년 1학기까지 나의 학점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전공에 흥미를 붙이지 못했기도 했거니와, 도대체 대학(전공)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고등학교 때와 마찬가지로 수업을 열심히 듣고 필기하고 깨알같이 외워서 시험을 치면 되는 일반적인 교양과목들과 달리 내 전공(국어국문학)은 텍스트에 대한 독창적인 분석을 요했는데, 이는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읽기, 쓰기를 익혀야 함을 의미했다.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전공 진입 후 세 학기를 방황하다 휴학했기에, 다시 학교로 돌아왔을 때 나의 목표는 전공 공부와 겨뤄보는 것이었다. 어디서, 어떻게 시작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길을 닦아가며 가야했기에 일단 공부의 절대량을 늘렸다. 공부 스킬에 관련된 여러 가지 책들을 살펴보는 한편 혼자서 다양한 방법들을 직접 시도해보고 효과를 살펴 추려나갔다.
시행착오를 거듭하긴 했지만 막상 시작하자 예상보다 빨리 나름의 길을 찾을 수 있었는데, 지금부터 이야기하려는 다섯 가지 팁은 그렇게 얻은 것들 중 읽기, 쓰기를 중심으로 핵심을 추린 것이다. 노하우라 하기엔 다소 근본적인(혹은 기본적인) 이야기라 생각될 수도 있지만, 정말 디테일한 노하우들은 직접 공부를 하며 스스로 찾아가야 한다는 생각 하에 그런 스킬을 찾아나가는 데 바탕이 될 부분들을 나의 사례를 곁들여 간략하게 정리해보았다.
주변에서 과거의 나와 마찬가지로, 문학 공부의 특성을 파악하지 못해 대체 전공과목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후배들을 많이 만나보았는데 이 글이 그런 친구들이 공부를 막 시작한 단계에서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성해보았다.
1. 질문 던지기―질문을 잘 던져야 공부가 흥미로워진다
문학을 포함한 인문학 공부의 핵심은 읽고 쓰는 것이다. 쓰기란 읽기에 수반되는 행위이므로, 시작은 읽기요, 끝은 쓰기라 할 수 있을 텐데, 인문학 공부를 시작하려 했을 때 처음 부닥치는 난관은 읽어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특히 문과대 수업들의 경우 매 수업 혹은 매주 단위로 읽으라고 요구하는 양이 다른 수업들에 비해 많기도 하거니와, 이것을 잘 소화하기 위해서 읽어야 하는 2차 텍스트의 양은 더욱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텍스트들을 내가 해독해야 할 글자 뭉치들로만 파악해서는 이 양을 감당할 수 없다. 시작도 하기 전에 압도당하게 되고, 얼마 하기도 전에 지쳐 포기하게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이 ‘질문 던지기’다. 텍스트의 내용을 나와 동떨어진 죽은 지식으로가 아니라, 나의 맥락으로 가져와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져가며 읽는 것이다. 이 철학자는 왜 이런 얘기를 하고 있을까, 왜 이런 복잡한 논증을 하고 있을까, 실제로 이 사람이 자기 삶에서 해결하려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그런 문제에 봉착해본 적이 없을까 등등.
개념어가 난무하는 글들을 읽을 때면 이 시도가 언제나 성공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이런 식으로 질문을 거듭하다 보니 깨닫게 되는 게 있었다. 철학(서)이란 단순히 복잡하고 추상적인 담론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수준에서 내가 경험하는 것들을 보다 높은 단계에서 일반화시켜 논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철학자들에게 물어보라'(www.AskPhilosophers.org)란 사이트가 있다. 사람들이 삶에서 마주한 질문들을 올리면 철학적으로 사고하는 훈련을 받은 전문가들이 답변해주는 사이트다. 배우자가 모른다면 바람을 피워도 되지 않는지, 불법 다운로드는 왜 도덕적으로 문제인지와 같은 정말 일상적인 질문들부터 불평등이 심한 사회에서는 범죄를 저질러도 되는 것이 아닌지, 왜 책임 없이는 권리를 가질 수 없는지와 같은 보다 추상적인 딜레마를 다루는 질문들까지 다양한 질문들이 올라온다.
답변자들은 개념을 명확히 구분해주기도 하고 흥미로운 논거나 다른 입장을 제시해주기도 하면서 이런 질문들이 왜 철학적인 사고를 필요로 하는지를 설명해준다. 이 사이트는 일반 대중들에게 철학 입문서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철학 입문서들의 역할이란 결국 우리 삶이 철학적 문제들과 동떨어져 있지 않음을 일깨워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철학자들 역시 나와 비슷한 문제에서 시작해 그리로 건너갔음(?)을 상기하며, 텍스트를 추상의 세계에 두지 말고 끊임없이 일상 차원으로 끌어내어 나의 문제로 검토하며 읽어야 한다. 내 문제로 만들고 나면 읽기는 훨씬 즐겁고 흥미로운 과정이 된다.
문학이론을 읽을 때는 예시가 될 만한 문학작품을 떠올려가며 과연 이 이론이 구체적 작품에 적용시켰을 때도 문제없이 잘 맞아 떨어지는지 살펴보면 쉽다. 내 모든 배경지식을 활성화시켜 어떻게든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 한 번 걸고 나면 텍스트 속으로 걸어들어갈 수 있게 되고, 연결고리를 잘못 건 것 같다면 그때 다시 수정해도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공부를 하다보면, 인문학은 복잡해보여도 결국 우리의 삶에 대한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나의 맥락으로 텍스트를 가져오고, 공부와 나의 삶이 멀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으로서의 질문 던지기는 모든 공부의 시작이다.
2. 읽기―읽기는 시간싸움이다
앞서 읽기의 시작으로 질문 던지기를 이야기했으므로 여기에서는 좀 더 기술적인 이야기를 하려 한다.
읽기는, 철저하게 시간 싸움이다. 아무리 질문을 잘 던진다고 해도 시간을 확보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읽을 수 없다. 조금 극단적으로 말해 500쪽 짜리 책을 읽기 위해 필요한 것은 뛰어난 독해력도, 명석한 두뇌도 아닌 최소 7시간의 물리적 시간인 것이다. 이 시간 싸움을 잘 하기 위한 방법이 두 번째 팁이다.
나의 경우 이 ‘읽기 위한 시간 관리법’이 좀 더 절실했는데, 문학 수업을 4~6개씩 듣다 보면 한 주에 읽어야 할 책이 기본 3권을 넘기기 때문이다. 그냥 오후 시간을 비워서 한 번에 한 권씩 잡고 읽으면 되지 않느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여기에 추가로 읽어야 할 논문이 쌓이고 쓰는 과제까지 겹치면 그런 식으로는 공부를 효율적으로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 무작정 읽어나가서는 스케줄 전체가 어긋나버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한 번 잡으면 죽 읽힐 만큼 그 책이 재미있다면 그래도 큰 문제가 없지만 모든 책들이 다 그렇기를 바랄 수는 없는 것이다. (죽어라 질문을 던져도 읽히지 않는 책들을 우리는 종종 만나게 된다…)
내가 썼던 방법은 모든 책들을 단위 시간 당 내가 읽어내는 페이지를 계산하여 쪼개 읽는 것이었다. 예컨대 300페이지짜리 책이 있는데 한 시간을 잡고 책을 읽었더니 60페이지를 읽었다는 걸 확인했다면, 이 책은 5시간짜리 책이라는 답이 나온다. 다음으로 할 일은 공부 스케줄에서 다섯 시간을 할당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스케줄을 짜면 한 주에 읽어야 할 책이 몇 권이 되더라도 계획하여 읽어나갈 수 있다.
읽어야 할 분량이 많을 때 이 방법은 빛을 발한다. 한 번은 700쪽짜리 책 1권, 300쪽 짜리 책 2권, 논문 3편을 한 주에 읽어야 했던 적이 있었는데 700쪽을 매일 100쪽으로 쪼개어 나머지 책, 논문들과 함께 소화해가는 방법을 썼었다. (읽기 외에도 이처럼 잘게 쪼개어 작은 단위로 조금씩 일을 해나가는 방법은 눈앞에 쌓인 공부의 양 자체에 압도될 것 같을 때 효과적이다.)
매일 내가 읽기에 쓴 시간의 양을 측정할 수 있기에 좀처럼 잘 확인할 수 없는 공부의 성과를 눈으로 바로 볼 수 있다는 점 역시 장점이다. 자기유능감을 느끼며 공부를 이어갈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매너리즘에 빠질 경우 자칫 속도 중심으로 읽기를 해나갈 위험이 있으므로 자기만의 방식을 추가하여 적절히 보완해야 한다.
3. 쓰기―읽고 정리하고 걷고 쓴다
자기주도적(?)으로 읽는 데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면 다음은 쓰기다. 쓰기 자체에 대해서는 그것만 논해도 한 학기 내내 수업을 해도 모자랄 정도로 논할 것이 많으므로, 여기서는 글쓰기라기보다는 ‘아이데이션(ideation)’에 초점을 맞추어 효과적인 아이데이션을 위해 밟아야 할 과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광수의 소설 『흙』을 읽고 자유주제로 텍스트 분석 보고서를 한 편 써야하는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1)우선 분석 텍스트를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 여기서 질문 던지기가 응용된다. 줄거리를 무작정 따라가지 말고 질문거리들을 적극적으로 만들며 읽는다. 이를테면 이야기 곳곳에 끼여 있는 주인공들이 당시 조선에 대해 주고받는 대화는 작품 전체의 구성 차원에서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조선적 덕목이 자주 상찬되는 건 어떤 의미일까 등이다. 중요하다고 생각되거나 다시 볼 필요가 있는 부분, 잘 이해되지 않는 대목들은 책장 끝을 접어놓거나 색인용 포스트잇으로 표시한다.
2)이렇게 완독한 뒤에는 표시한 부분들을 중심으로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발췌독을 한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다시 한 번 읽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정독했다면 발췌독만으로도 중요한 내용들을 뽑아낼 수 있다.) 이때 왜 그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지를 노트에 차례로 적어보면 좋다. 작품 초반에 중점적으로 볼 주제를 잡고 색인을 했다면 이렇게 정리하는 것만으로 구체적인 흐름이 잡힌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3)노트에 적어놓은 것을 검토하며 새롭게 흐름을 잡고 주제를 뽑아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서로 관련되는 것 같은 부분들은 선으로 그어 보고 추가적으로 생각나는 것, 사고를 확장시켜볼 지점들을 표시한다. 이 과정에서 텍스트를 좀 더 살펴볼 부분이 나오면 다시 찾아 읽고 내용을 보강한다.
4)이 과정을 통해 의미 있는 질문들을 찾아냈다면 그 키워드를 바탕으로 관련 논문들을 검색한다. 검토한 논문들은 내게 필요한 부분을 중심으로 노트에 정리해 놓는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주제가 잘 나오지 않을 경우 논문들을 먼저 검토하는 것으로 출발해도 괜찮다.) 이렇게 대강 주제가 잡히고 쓸 내용이 충분히 마련되었다면,
5)‘걸어야 한다.’ 이 단계를 가장 강조하고 싶다. 책과 논문들, 메모 속에 파묻혀 있을 때는 이 내용들을 하나로 묶을 개요가 잘 나오지 않는다. 머릿속으로 생각한 내용들을 갈무리하기 위해서는 책상으로부터, 구체적인 내용들로부터 벗어나 생각을 정리하는 단계가 필수적인데, 내게는 걷기가 가장 효과적이었다.
한두 개의 질문을 잡고 걷다 보면, 중요하지 않는 세부적인 내용들은 삭제되고 머릿속에 강하게 남아 있는 내용들을 중심으로 글을 구성할 아이디어들이 구축되기 시작한다. 때로는 구체적인 문장이 떠오르기도 하고, 전략적인 포인트를 찾기도 한다.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은 핸드폰 메모장에 간단하게 써놓으면 나중에 복기할 때 편하다.
6)이렇게 글에 대한 전체적인 구상까지 나왔다면 이제 다시 책상으로 돌아와 구체적인 개요를 짠다. 논리적 흐름을 다듬고 구체적인 내용들을 보강한다.
길게 설명했지만 핵심은 간단하다. 일단 핵심 물음을 중심으로 쓸 내용들을 풍부하게 만들어 정리해 놓은 다음, 이것들로부터 물리적으로 빠져 나와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들을 중심으로 글을 구성할 아이디어들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다시 책상 앞으로 돌아와 구체적인 개요로 다듬어야 한다.
이 과정을 책상을 떠나지 않고 한 번에 해결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할 경우 글이 어떤 부분에서 막힐 때 돌파할 힘을 얻기가 쉽지 않다. 쉬어가는 과정으로 책상을 떠나는 단계를 삽입하면 내가 가진 문제의식도 분명해지고,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논지도 검토할 수 있다.
4. 필기하기―나만의 방식을 찾는다
네 번째 팁인 필기하기는 짧게 짚고 넘어가려 한다.
필기에는 정도나 왕도가 없는 것 같다. 자신에게 가장 하기 편하고 보기 편한 방식을 개발하여 끝없이 필기해나가면서 개선해나가는 방법뿐이다. 각 과목에 적합한, 자기만의 방식을 찾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실험해보는 게 필요하다.
기억할 것은 수업의 키워드는 잘 잡아 그대로 필기하되 나머지 설명들은 다 받아적기보다는 자기 언어로 소화하여 간추려 적어야 한다는 것, 여백을 많이 남겨 놓아야 한다는 점이다. 전자는 필기의 효율성 측면에서 그러하고, 후자는 여러 번 복습하며 가필할 것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복습+가필’의 과정은 꽤 중요하다. 필기 내용을 복습함으로써 수업 내용을 내 식으로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생겨난 추가적인 이해들과 의문점들을 여백에 가필해 놓으면 수업 내용을 자신의 맥락에서 보다 입체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
요약하면 여러 방식을 실험해보되, 여백을 넓게 잡고 복습하여 그 여백에 가필하라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5. 모으기―모으는 공부를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모으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한 학기 수업을 듣고 나면, 보고서를 끝내고 나면, 시험공부를 하고 나면 공부한 것들을 모두 처분하거나 어디에 뒀는지 잊는 부류가 있다. 그러나 공부를 계속할 사람이라면 매 학기 공부한 것들을 머릿속으로만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남기는 것도 중요하다. 다시 찾아보기 쉽도록 자료들을 갈무리하고 필기들을 묶어두는 작업이 필요하다.
나의 경우 3학년 2학기 말~4학년 1학기 무렵에 대학원 진학을 결정했기 때문에 두 학기 동안 봤던 논문들과 자료들, 필기들은 추려서 색인하여 정리해두었다. 실제로 그 다음 이번 학기 수업 중에 지난 학기에 봤던 논문이 필요해져 갈무리해두었던 자료들을 찾아 쓴 적이 있다.
학기 마지막 보고서를 제출하고 1시간 정도만 시간을 들이면 손쉽게 정리할 수 있고, 이번 학기의 성과물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즐겁기도 하다.
나오며
나 역시 이제 막 본격적인 공부에 진입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대단한 스킬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들이지만 몇 가지를 추려 정리해보았다. ‘나오며’에서는 끝으로 내가 참고했던 공부 스킬에 관한 책들 중 정말 좋다고 생각하는 한 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한의 『이것이 공부다』라는 책인데, 공부란 무엇이며, 왜 해야 하는지 하는 근본적인 물음에 촌철살인의 설명과 구체적이고 좋은 예시들로 꼼꼼하게 답하는 것으로 시작해, 공부 원리와 세밀한 노하우까지 놓치지 않고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공부란 “흥미로운 문제해결”이며, “창의성, 단순 노동, 혼란스러움, 고통, 감질남, 기쁨, 삼매경 등 여러 모습들이 이리저리 혼합되어 매우 독특한 경험”으로 그 자체로 고유의 즐거움을 주는 어떤 것이고, 공부 스킬이란 “‘조금 더’를 지향하는 ‘요령’”이다. 공부를 하고는 싶은데 왜, 무엇을, 어떻게를 파악하지 못한 학생들이라면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게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직접 실험해보며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공부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 역시 공부의 내밀한 즐거움 중 하나가 아닐까. 모두 건투를 빈다.
※ 부록: 본문에 나왔던 책들을 참고를 위해 소개한다.
『인문학 스터디: 미국대학 교양교육 핵심과정과 한국에서의 인문학 공부안내』, 마크 C. 헨리, 강유원 외 편역, 라티오, 2009.
막 공부를 시작하여 무엇부터 해야할지 고민하던 내게 같은 수업을 듣던 선배가 추천해준 책이다. 미국 대학의 교양교육 과정에서 커리큘럼으로 제시하고 있는 도서 목록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아, 인문학 공부 전반에 대한 지도를 그릴 수 있게 도와준다. 단, 본문 사진으로도 보았겠지만 리스트가 어마어마하여 엄두가 나지 않게 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음을 주의… 압도당하지 말고, ‘공부의 세계가 이렇게 넓은 바다구나’를 이해하는 선에서 참고하자.
『살면서 한번은 묻게 되는 질문들』, 알렉산더 조지 엮음, 이현주 역, 흐름출판, 2015.
Askphilosophers.org 사이트에 올라온 주요한 물음들을 엮은 책. 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가장 기초 단계의 입문서로 적절하다.
엮은이는 미국 대학 철학과 교수로, 일반 대중들과 철학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사람들이 묻고 철학자들이 답한다는 아이디어를 냈고 2005년, 이메일을 통해 받은 질문에 대한 답을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 중 흥미로운 질문 100개를 묶은 책이다. 미국에서는 What Would Socrates Say란 제목으로 2007년에 나왔고 한국에서는 올해 번역됐다. 당장 어려운 철학서를 집어드는 것도 좋지만, 이런 질문들로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흙』, 이광수, 문학과 지성사, 2005(1932~33).
국문과 현대문학 전공생들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하지 않겠는가.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이것이 공부다: 허당 선생의 공부 뒤집기』, 이한, 민들레, 2012.
공부란 무엇인가에 대해 근본부터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주입식 교육과 암기 중심의 공부에 익숙해져 막연히 공부라고 하면 따분하거나 두려운 느낌에 사로잡히는 이들에게 권할 만하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실제 읽기, 쓰기, 필기하기 등에 있어서의 구체적인 팁을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와 함께 제시하고 있어 자신만의 공부 방법론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허당 선생과 촛불이의 대화로 이루어진 형식이 살짝 돋을 수도 있으니 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