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는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며 발달해왔다
인간은 욕구를 가진다.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Maslow)의 욕구발달론에 따르면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사회적 욕구, 존경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 순으로 발달한다. 의료는 그중에서도 생리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우선적으로 발달했다. 신체기능을 유지하고, 생식하기 위해서 말이다.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를 메이저 4과로 부르며 이들은 의료시스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생리적 욕구는 유전적으로 내재한 것이며 생물로써 살아가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우리가 이렇게 욕구를 가지는 이유는 결핍을 해소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질병을 치료하고, 그로 인한 신체기능의 비정상을 해결하기 위함이 의료의 우선적 목적이다.
1948년 WHO에서 발표한 건강의 정의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단순히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완전한 신체적, 정신적 및 사회적 안녕 상태’로 건강을 정의했다. 생리적 욕구뿐 아니라 안전의 욕구와 사회적 욕구를 충족하는 것으로 범위가 확장된 것이다. 이처럼 확장된 개념의 건강을 위해 정신의학, 예방의학, 산업의학 등이 발달했다.
욕구의 발달에 따라 건강의 정의, 의료의 범위가 달라지고 의사 상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슈바이처나 허준처럼 생명이 위급한 사람을 살려주는 의사가 이상적인 의사 상이었으나 사회안전망이 발달하며 그 필요성이 많이 줄었고, 이는 욕구의 발달에 따라 지속 가능한 건강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며 바뀌어 갔다.
이런 사회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 1986년 오타와 헌장(Ottawa Charter)이다. 여기서는 건강을 인생의 목적이 아닌 ‘일상생활을 위한 자원’으로 여겼다. 건강은 신체적 능력과 상태일 뿐 아니라 사회적 자원이자 개인의 자원이다. 또한 평화, 주거, 교육, 식량, 소득, 안정적인 생태계, 지속가능한 자원, 사회적 정의와 형평을 전제로 한다. 이쯤 이르러서는 의료가 결핍의 해소뿐 아니라 더 큰 무언가를 추구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대체의학이 부상하는 진짜 이유
개인적인 차원에서 보면 의료서비스는 질병의 치료에서 더 나은 상태를 추구하는 목적으로 발전했다. 예를 들면 관절통을 개선하는 것에서 더 나은 자세와 운동능력을 추구하는 것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를 ‘웰니스’라 표현한다.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웰빙을 위한 잠재력을 극대화할 체계적인 노력을 의미한다. 최적의 상태를 추구하고,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함이다.
더 나은 상태를 추구하는 것은 하위 욕구에서 상위 욕구로 발전해가는 과정이자 욕구가 욕망이 되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의료의 목적이 질병의 치료라면 질병이 없어지는 순간 그것으로 의료의 효용은 다한다. 하지만 더 나은 상태가 목적이라면 효용의 한계는 없다. 최근의 의료계의 트렌드를 꼽자면 IT와 헬스케어의 결합, 대체의학의 부상 및 현대의학과의 통합이다.
IT와 헬스케어의 결합은 질병의 예방과 지속적인 건강관리라는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특히 모바일 디바이스와 IoT의 발전이 이 둘의 결합을 가속화한다. 언젠가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시스템 왓슨(Watson)이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해 전 세계인의 주치의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
대체의학이 부상하는 이유는 질병이 있는 건 아니지만 더 나은 상태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딱히 병이 있거나 문제가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더 원활하고 온전해지고 싶기 때문이다.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지만 뭔가 불만족스러운 그런 상태 말이다. 그 영역이 생각보다 크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각종 마사지와 심리요법 등도 대체의학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
이들을 현대의학과 연결 및 통섭하려는 시도가 여러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인간은 다양한 욕구와 욕망을 가지고 추구한다. 의료는 인간의 욕구와 욕망을 충족하면서 세상에 기여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들이 어떤 욕구와 욕망을 가지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