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뉴욕타임즈에 실린 「Why We Should Fear University, Inc.」를 번역한 글입니다.
제가 졸업한 퍼듀대학교는 엄청나게 큰 캠퍼스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캠퍼스 서쪽 끝에는 학생 기숙사와 교수 주거지가 자리잡고 있으며, 토마토와 해바라기를 가꾸는 정원도 있습니다. 풀이 무성해 보이는 이곳은 대학 구성원이 자주 찾는 관광지도 아니고,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릴 필요도 없는 곳이어서 학교에서 세심하게 관리하지는 않는 장소입니다.
퍼듀대학교에게 이곳은 그리 특별한 장소가 아닙니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있던 기간을 포함한 지난 20년 동안 미국 대학교는 더 많은 건축을 목적으로 더 많은 토지를 캠퍼스에 편입시키면서 급속한 물리적 팽창을 유지했고, 건물을 재건축해왔습니다. 이런 학교의 모습 때문에 저는 이 정원을 더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퍼듀대학교 내에서 자연상태를 그대로 유지한 얼마 남지 않은 곳입니다.
학교는 학부생이 잘 가지도 않을, 무미건조한 크고 인상적인 건물들을 지으면서 학교의 연구활동을 위해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번 확장으로 늘어나는 연구단지의 면적은 약 160에이커 정도이지만 다음번 확장에서는 그보다 훨씬 더 큰 면적이 연구단지에 포함되어 이 정원도 없어져야 합니다. (학교는 이 정원을 다른 곳에 만들어 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새로 지어지는 건물은 학교에서 인기가 없는 항공기술 분야 연구를 위해 사용될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새로 지어지는 연구단지가 가치 있게 쓰이겠지만, 계속된 연구단지의 확장은 자연 그대로의 공간을 파괴하며 학교 내 모든 곳이 그 차이를 찾을 수 없는 인공적 공간으로 바뀜을 의미합니다.
학교를 질서정연하게 만드는 것은 미국 대학의 기업화라는 매우 부정적 추세 중 하나의 증상일 뿐입니다. 학교 안에 스타벅스가 생기고, 반즈엔노블이 학교 서점으로 자리잡고, 학교 식당에서 비자카드로 식사를 구입합니다. 오늘날 대학에 등록한다는 것은 여러 작은 부분이 모여있는 거대한 이윤추구 체제에 자신이 어느덧 포함됨을 의미합니다. 은행 ATM에서 학생대출금을 인출하고, ‘Ticketmaster’에서 학교 극장 표를 사고, 나이키에서 판매하는 어처구니 없게도 비싼 학교 운동복을 삽니다.
학교 내에서도 학생들은 영리기업의 광고에 수시로 노출되어 있으며, 영리 목적의 안경점에서 안경을 사며, 거대 금융사를 통해 자동차 보험을 들고, 봄방학을 보내기 위해 다국적기업이 제시하는 여행 패키지를 구입합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에서 이런 기업들의 교내 침투를 얘기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진정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학교 경영 방식이 점차 기업화되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벤자민 긴스버그(Benjamin Ginsberg)가 2011년 발간한 책 『교원의 몰락』에서 지적하듯, 점점 많아지는 대학행정 일자리는 현존하는 대학사업을 점점 변화시킵니다. 학교는 교수보다 오히려 더 많은 행정 전문가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행정직원이 필요한 많은 직무를 수행하지만, 이런 숫자의 불균형은 정상적이지 못합니다. 고등학교에 선생님보다 교장 선생님의 숫자가 더 많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이런 관료 군단은 혹독한 감시를 가능하게 합니다. 캠퍼스 내의 자유는 작은 부분까지도 행정직원들에게 감시당하게 됩니다. 캠퍼스의 구석구석 작은 부분까지 하나의 통합된 가치 아래 차차 통합되고 규격화되어갑니다.
퍼듀 캠퍼스에 끝없이 지어지는 건물들은 이런 이념의 미적 접근 방식을 그대로 나타냅니다. 현재 미국 대학교는 ‘J. Crew 카탈로그’에 나오는 상품의 나열처럼 아주 꼼꼼하고 인공적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나이키타운이나 디즈니월드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캠퍼스 정치 문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저는 항상 그 정원을 생각하게 됩니다. 좌파가 사용하는 언어처럼 대학에서 학생은 고객이고 교수는 교육을 제공하는 고용인이라는 말이 멋져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학 교육의 자연스런 목적인 생각과 표현의 자유를 축소시킵니다.
원문: 뉴스페퍼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