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UC버클리 대학의 공공정책학 교수 데이비드 L. 커프가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칼럼(The Benefits of Mixing Rich and Poor)을 번역한 글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영유아 교육에 연방 예산을 써야 한다고 주장할 때마다 등장하는 반박 논리는 크게 봤을 때 딱 하나입니다. 바로 빈곤층 취학전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헤드스타트 프로그램(편집자주: 헤드스타트는 1964년부터 미국에서 교육불평등으로 인한 빈곤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취학 전 빈곤아동을 대상으로 실시해온 포괄적인 아동 보육 프로그램)의 실패죠. 헤드스타트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은 아이들이 초등학교 진학 후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 딱히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헤드스타트가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에도 일리는 있지만, 그래서 영유아 교육에 예산을 쓸 필요가 없다는 주장은 도가 지나칩니다. 헤드스타트 프로그램이 해를 거치며 개선되었다는 점, 그리고 사회적 기술과 인성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의 성격상 효과가 당장 나타나는 대신 십대가 되어서야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헤드스타트가 기대에 못 미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헤드스타트 프로그램은 린든 존슨 대통령이 선포한 “가난과의 전쟁”에서 살아남은 정책으로, 빈곤층의 아동들만을 대상으로 합니다. 그러나 교육 프로그램이건 보건 프로그램이건, 가난한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은 그 내용이 빈곤해지게 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결국 “우리”의 돈으로 “그들”을 돕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니까요.
저는 헤드스타트가 “반(反) 빈곤”의 프레임을 벗어나야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부유층, 중산층, 빈곤층을 가리지 않고 아이들이 서로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자는 것입니다.
다양한 배경의 아이들을 한 곳에 모아 교육시키는 편이 교육적 효과가 크다는 것은 실제 사례에서 드러납니다. 워싱턴 DC에 위치한 로즈마운트 센터(Rosemount Center)는 헤드스타트 프로그램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죠.
300여 명의 영유아들이 모인 로즈마운트 센터는 억대 연봉자들이 사는 동네와 가난한 라틴계 이민자들이 사는 동네에 절묘하게 걸쳐있습니다. 덕분에 양쪽의 아이들을 가리지 않고 받을 수 있었죠. 그리고 2010년 전미 평가 결과, 이 센터의 아이들은 부잣집 아이, 가난한 집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평균 이상의 사회적 스킬을 갖추고 있으며, 문제 행동을 보이는 경우도 적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이민자 가정의 아이들도 비이민자 가정의 아이들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게 되었고, 집에서 영어만 쓰는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스페인어를 배웠죠.
경제적 배경이 다양한 아이들이 모인 환경에서 빈곤층의 학생들이 높은 학업 성취도를 보인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선생님이 누구인지, 수업 시간에 무엇을 배우는지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또래들 간에 주고받는 영향이라는 것이죠.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을 한데 모으는 정책은 정치적으로도 합리적입니다. 아이들 교육에 크게 신경을 쓸 수 없는 빈곤층과는 달리, 잘 사는 부모들은 정부에 더 나은 질의 교육을 요구합니다. 정치인들은 잘 사는 동네의 학교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죠. 하지만 여러 배경의 학생들이 섞여 있다면 빈곤층의 자녀들도 함께 정치적 압박의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미국은 200여 년의 역사 속에서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교육의 기회를 기반으로 성장했습니다. 복지 정책이라는 이름 하에 어린이들을 분리하거나 차별하는 대신, 보다 통합적인 영유아 교육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