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타입의 사람입니까’ 류의 심리테스트 중에 이런 게 있었죠.
중국집에서 친구들과 짜장면과 군만두를 시켜 먹을 때, 어느 것을 먼저 먹나요?
- 짜장면
- 군만두
1번이라고 답한 당신, 어려서부터 부유하게 자라 식탐이 없는 사람입니다. 앞에 놓인 짜장면을 먹는 동안 친구들은 가운데 놓인 군만두를 다 먹어버릴 수도 있거든요. 2번이라 답한 당신, 현명합니다. 모두가 공유하는 군만두를 먼저 공략하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짜장면을 나중에 먹는 훌륭한 선택을 하셨어요.
다들 이 심리테스트 한 번은 들어보셨죠? 미국에서도 같은 질문을 한답니다. 단, 짜장면 대신 이렇게 물어보죠.
친구들과 맥도널드에 갔을 때 햄버거를 먼저 먹나요, 감자튀김을 먼저 먹나요?
미국 음식에는 감자튀김이 사이드로 흔하게 나오다 보니 남의 접시의 감자튀김을 집어 먹는 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고 하네요. 반면 그런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사람도 많고요. “햄버거를 시켜놓고 화장실에 다녀왔더니 친구들이 내 감자튀김을 다 집어 먹었더라” 이런 분노 어린 글도 SNS에서 많이 찾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내 감자튀김을 먹어버린 아빠를 원망하는 노래도 나오네요.
캐나다에서는 ‘감자튀김을 훔쳐먹는 것은 범죄다(Fry theft is a crime)’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심각한가 봐요. 그래서 감자튀김을 훔쳐먹는 행위를 프라이(Fry)와 크라임(Crime)을 합쳐서 ‘프라임(Frime)’이라고 부르기도 하네요. 사회 이슈가 될 정도는 아니겠지만 우리나라로 치면 지하철 쩍벌남처럼 재수 없고 욕해주고 싶은 그런 뉘앙스인 것 같아요.
감자튀김을 지키려는 자와 훔쳐먹으려는 자의 싸움. 이 오랜 싸움에 종지부를 찍는 애플리케이션이 있다고 하네요. 바로 맥도널드에서 만든 ‘프라이 디펜더(Fry Defender)’입니다.
‘세계 최초의 감튀 보안 시스템(World first french fries security system)’이라고 거창하게 소개하는 이 애플리케이션은 맥도널드 캐나다와 트라이벌 월드와이드(Tribal Worldwide)라는 마케팅 에이전시의 합작품인데요, 처음 애플스토어에 공개된 이후 수십만 건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할 만큼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사용방법은 아주 간단해요.
- 어플을 실행시킨 다음 나의 소중한 감자튀김 옆에 핸드폰을 둡니다.
- 어플이 실행되면 핸드폰의 카메라가 작동하면서 감자튀김 주변의 움직임을 감지합니다.
- 범죄자가 내 감자튀김에 손을 대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면 핸드폰에서 큰 사이렌이 울립니다(소리가 얼마나 크냐면, 감자튀김을 두고 자리를 비운 피해자가 사이렌 소리를 듣고 뛰쳐나올 정도래요).
- 그리고 카메라가 범죄자의 모습을 바로 촬영해서 감튀 도둑의 사진을 모아놓는 웹사이트에 사진을 업로드합니다.
프라이 디펜더 덕분에 안심하고 감자튀김을 지켜낸 피해자의 표정 보이시나요? 진지하게 감튀 도둑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는 주인공의 표정이 너무 웃기죠? 캐나다 사람의 99-100%가 살면서 감튀 도둑의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웃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이 앱은 수십만 건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유튜브와 각종 SNS를 통해서도 시시각각 퍼져나갔습니다. 맥도널드 마케팅의 또 하나의 성공사례로 자리 잡았죠. 소비자가 ‘맥도널드의 감자튀김이 얼마나 맛있으면, 얼마나 빼앗기기 싫었으면 이런 앱까지 나올까’ 싶은 궁금증을 갖게 하잖아요.
효과적인 바이럴 마케팅이라 할 수 있겠네요. TV나 신문에 비싼 비용을 들여 광고하는 것보다 이렇게 소비자에게 재미 요소를 제공하며 소비자 스스로 이야기를 퍼뜨리게 하는 방법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프라이 디펜더를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왠지 오늘 야식은 맥도널드로 가야 할 것 같네요. 프라이 디펜더 다운 받아서 깔고 감튀 도둑을 소탕해보겠습니다. 모두 맛있는 야식 드세요.
원문: 세상을 풀어보는 두루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