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세먼지’라는 키워드가 은근 많이 보인다.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돼도 사실상 별로 신경 안 쓰는 분위기인 듯싶다. 미세먼지는 비 온 직후를 제외하면 지속적으로 좋지 못한 상태를 유지한다. 미세먼지는 봄철에 오는 황사와 다른가? 미세먼지는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 마스크를 써야 하나? 여러 의문점에 관해 다뤄보겠다.
미세먼지?
미세먼지는 영어로는 ‘PM10’ 또는 ‘PM2.5’라고 한다.(10과 2.5는 아래첨자로 쓴다) ‘먼지’라는 것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작은 알갱이들을 아울러 말한다. 미세먼지는 이 먼지 중에서도 특히 아주 가는 것들이다. PM은 ‘particulate matter’의 약자다. 이것은 고체거나 액체인데, 너무 작아 고체든 액체든 별 의미가 없을 정도다.
입자 크기에 따라서 PM10, PM2.5로 나누는데,
- PM10: 지름이 10 마이크로미터 이하
- PM2.5: 지름이 2.5 마이크로미터 이하
1 마이크로미터는 백만분의 1 미터(천분의 1 밀리미터)니까, 10 마이크로미터면 0.01 밀리미터다. 얼마나 작은지는 아래 그림을 보면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위 그림에 따르면, PM10은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대략 1/5 정도다. PM2.5는 PM10보다 최소 4배 이상 더 작다. 바닷가 모래도 그려져 있는데, 모래알과는 상대도 안 될 만큼 작은 입자다. 이렇게 입자가 작기 때문에, 바람을 타고 중국에서 황해를 건너와 우리나라를 덮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편의상 PM10은 미세먼지, PM2.5는 초미세먼지라고 부른다.
황사는 미세먼지와 다르다
똑같이 중국에서 날라오는 먼지구름이지만, 황사는 미세먼지와 구분된다. 황사는 봄철에 편서풍을 타고 날아오는 모래폭풍이다. 겨울철 건조한 날씨 때문에 중국 고비사막 등지의 모래들이 바짝 말라 있다가 봄철 강한 바람에 날려오는 것이다. 황사는 역사적으로도 기록될 만큼 옛날부터 매년 봄이면 있던 현상이다. 황사는 어디까지나 모래가루기 때문에 적당한 마스크만 써도 거의 막을 수 있고, 산성화된 토양을 중화시키기도 하는(알칼리성 모래에 의해) 순기능도 있다. 물론 피부에 닿으면 안 좋다.
반면 미세먼지 바람은 현대에 생겨난 현상이고, 백해무익하다. 미세먼지의 주 생성 원인은 위 그림에도 쓰여있듯 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생기는 분진으로 본다. 특히 석탄 같은 저급 연료는 태웠을 때 분진이 많이 나온다. 이것들은 모래보다도 입자가 훨씬 가늘어 가볍기 때문에 자동차 매연이나 담배연기 같이 아주 약한 바람에도 쉽게 날려온다. 따라서 지금은 봄이 아닌데도 날아오고 있는 것이다.
조금 더 황사와 미세먼지의 차이를 자세히 다룬다면(참고), 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바로 나오는 분진은 PM10이고, 그보다 작은 PM2.5는 태우면서 나왔던 가스들이 대기 중에서 햇빛에 반응해 생기는 입자들이다.
그렇다면 미세먼지가 건강에 많이 나쁜가?
그렇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겠다. 1952년 12월 런던에서 발생한 스모그(Great Smog)는 약 12,000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10만여 명의 사상자를 낸 대재앙이었다. 대기 중에 미세먼지가 다량 머물러 있는 상황을 스모그라고 봐도 무방하다. 스모그는 ‘smoke’와 ‘fog’의 합성어로, 화석연료를 때서 생기는 연기가 마치 안개처럼 공기 중에 짙게 껴있는 것이다. 이 연기에서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은 미세먼지, 미세먼지가 포함하고 있는 중금속, 그리고 불완전연소로 인한 각종 유기화합물 정도다. 미세먼지 바람에는 이런 것들이 그대로 들어있어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
미세먼지가 일으킬 수 있는 직접적인 질환들로는 천식, 아토피 등 알레르기 관련 질환, 호흡기질환, 안구질환, 심지어는 기형아 출산까지 다양하다. PM2.5의 경우 혈관 내부에 직접 쌓여 혈전을 이루고, 혈관을 막을 위험이 있다. 암 발병 확률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세먼지에 들어있는 중금속이 폐 속에 쌓여 일으킬 수 있는 각종 만성적인 질병을 생각하면 미세먼지는 되도록 마시지 않아야 한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밖에서 마스크 없이 활동하는 것은 줄담배를 계속 피우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의 차이
위 그림에서 확인했듯 PM10은 머리카락 굵기 1/4 이하의 크기다. 미세먼지가 많지 않다면 기관지 섬모들에 얼추 걸러질 수도 있는 크기지만, PM2.5의 경우는 전혀 걸러지지 않는다. 마스크를 꼭 써야 한다. 건강에 미치는 효과도 먼지 입자가 작으면 작을수록 폐의 더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더 위험하다.
미세먼지가 아닌 것들은 (크기 10 마이크로미터 이상) 코에서 거의 다 걸려 후두를 넘어가지 못한다. PM10의 경우 상기도를 통과해 입자 크기에 따라서 세(細)기관지(bronchioles) 등에 쌓인다. PM2.5는 그곳마저 통과해 폐포에 직접 도달한다. PM2.5 중에서도 작은 것들은 혈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리하여 온몸을 돌아다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PM10는 기관지 질환에 그칠 가능성이 크지만, PM2.5는 더 다양한 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미세먼지 예보
이런 미세먼지의 위험성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작년부터 PM10과 PM2.5에 대한 관측 및 예보를 실시한다. 80년대 후반부터 서구에서 미세먼지에 대응하기 시작한 것에 비하면 매우 늦지만, 어쨌거나 이제라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PM1(1마이크로미터 이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PM2.5까지만 관측 중이다. 한국환경공단은 아래 같이 실시간 미세먼지 농도 관측값 데이터를 제공한다.
미세먼지 농도는 입방미터 당 마이크로그램 (㎍/m3) 으로 표시한다. 1입방미터는 1,000리터고, 1마이크로그램은 백만분의 일 그램이다. 공기 1,000리터에 미세먼지 무게가 얼만큼이냐를 재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준은:
- PM10 기준으로 좋음(0~30 ㎍/m3), 보통 (31~80 ㎍/m3), 나쁨 (81~150 ㎍/m3), 매우나쁨 (151 ㎍/m3 이상)
- PM2.5의 경우 좋음(0~15 ㎍/m3), 보통 (16~50 ㎍/m3), 나쁨 (51~100 ㎍/m3), 매우나쁨 (101 ㎍/m3 이상)으로 구분한다.
PM2.5 가 더 건강에 나쁘기 때문에 더 엄격한 기준을 세워 놓았다. 1,000리터에 150 ㎍ 이면 매우 조금인 것 같지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클 수 있다. 매우나쁨일 경우 장시간 실외활동을 제한하고, 기침 등 호흡기질환이 있다면 아예 나가지 않는 게 좋다고 한다. (참고)
즉, PM10 기준으로 150 ㎍/m3 이상이면 매우 나쁜 것이다. 이런 공식 데이터와 제대로 연동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안드로이드와 아이폰 앱으로도 내 위치의 미세조류 농도를 조회할 수 있다.
iOS https://itunes.apple.com/kr/app/pm10o-misemeonji-yebo/id791977420?mt=8
안드로이드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provision.asiandust&hl=ko
그럼 마스크 쓰면 되나?
미세먼지가 매우나쁨이라고 해서 회사나 학교를 안 가도 되면 얼마나 좋을까만, 안타깝게도 바깥에 나가야 한다. 그렇다면 마스크를 쓰면 될까? 마스크 쓰기 귀찮으니 숨을 얕게, 살살 쉬면 될까? 그건 안될 것 같다. 마스크도 아무 마스크나 써도 되는 것이 아니라, ‘보건용 마스크’를 써야 한다.
뉴스기사에 따르면 보건용 마스크는 방역 등 좀더 전문적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한 제품(의약외품)이다. 일반 마스크는 미세먼지가 많이 통과하는 데 반해, 보건용 마스크는 20% 정도만 통과한다. 80%를 막을 수 있으니 잠깐 밖에 나갈 때는 보건용 마스크로 충분할 것 같다.
문제는 소비자의 무지 및 육안으로 구별하기 힘든 점을 이용해 일부 약국이나 마트에서 일반 마스크를 황사용 마스크로 써 붙여놓고 팔고 있는 것이다. 이 사이트에서(http://slownews.kr/wiki/37723) 식약처에서 허가받은 보건용 마스크 리스트를 확인할 수 있다. 이미 미세먼지용 마스크를 하나 샀다면 리스트에서 확인해보자.
만약 나는 20%의 미세먼지도 싫다면 방진마스크를 사용해야 한다. 방진마스크는 분진이 많이 발생하며, 환기가 원활하지 못한 장소에서 작업 시 착용하는 것으로 아래 그림과 같이 특수 필터가 달려있다. 이거 쓰고 돌아다니면 멋있..겠다. 미세먼지는 거의 안마실 수 있다.
마스크를 쓸 거면 제대로 쓰자
마지막으로 마스크를 착용할 시, 제대로 착용해야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미세먼지 마스크 착용법은 여기 그림과 함께 자세히 설명돼 있다. 유의할 점을 간단히 집어보면,
- 코와 입을 다 덮어야 한다. 가끔 입만 가리시는 사람이 있는데, 코로도 숨쉬기 때문에 코도 덮어야 한다.
- 최대한 얼굴과 틈이 벌어지지 않게 눌러서 착용한다. 특히 콧등 양옆, 턱 같은 데가 잘 뜬다.
- 되도록 일회용으로 쓰되, 아주 잠깐씩만 써서 아깝다면 두세 번을 넘기지 말 것. 빨아 쓸 생각은 하지 말자.
잔소리를 길게 한 것 같지만, 건강에 대해서라면 잔소리 좀 들어도 괜찮지 않을까? 더군다나 담배나 술 같은 건 하면서 좋기라도 하지, 미세먼지는 그냥 중국에서 날아와서 어쩔수 없이 마시는 건데. 그것 때문에 건강 나빠지면 기분나쁘지 않은가. 다들 건강관리 잘하길 바란다.
원문: Blue Screen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