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경제학자의 말에 따르면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면 TV에서 아이들이 나오는 프로그램들이 생긴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닌 게 IMF 때 ‘GOD의 육아일기’가 큰 인기를 끈 것을 시작으로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연예인 아이들이 출연하는 쇼가 많아졌다. 이 아이들이 입고 나오는 옷들은 또 다른 파생적인 역할을 하는데 그중 하나는 단연 키즈 패션일 것이다.
미국의 한 비즈니스 전문지가 언급한 것에 따르면 키즈 패션은 전 세계 패션 매출액의 10%의 매출을 차지한다. 한국에서는 1조 7,000억 규모로 세계적으로 가장 규모가 큰 국가 중 하나다. 두 개의 글로 완성될 이 시리즈에서 첫 번째는 키즈 패션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 유럽과 현재 키즈 패션 마켓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북유럽을 중심으로 알아본다.
세계적으로 아동복이 패션으로 시작되는 시기는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쉽지 않은 이야기고 바라보는 사람마다 시야의 차이가 있지만 대략적으로 엮어서 보자.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어른의 옷들이 유행하는 옷이 있듯, 키즈 패션도 시대별·지역별로 유행하는 패션 코드가 형성되었다. 그 역사의 시기를 어디서부터 돋보기를 갖다 대야 할지는 쉽지 않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거대 패션 트랜디 시대(Mass Fasion Trendy Era)를 가져온 직접적 계기인 베이비 붐을 제공(?)한 시대, 즉 세계 2차대전 후인 1940년대 중후반 이후부터 디테일하게 살펴보는 것이 흥미로울 것 같다. 1940년대 이후 2000년대까지 키즈 패션 브랜드들의 흐름과 형성 과정을 알아보려 한다. 그에 앞서 이전 시대 역사적인 시점의 중요 포인트를 짚어본다.
서양 역사를 기준으로 해 보자면 18세기 이전까지의 아이들의 옷은 엄마 또는 아빠 즉 어른들의 옷들과 크게 다른 점이 없는 유사한 형태의 옷들이 존재했지만, 18세기 이후에는 굉장히 격식 있는 문양들이 실크 소재의 옷들에 자주 등장했으며, 실크 소재의 옷은 부의 상징이었으며 계급 및 무산자 계층의 시민들은 일반적으로 린넨, 면 등으로 만든 실용적인 옷을 주로 입었다.
18세기 산업혁명으로 인해 격식 있는 옷보다 활동적이며 캐주얼한 옷들을 자주 찾았다. 그 결과 가볍고 부드럽고 간편하게 빨래해 다시 입을 수 있는 면으로 만든 옷들이 유행한다. 그리고 중국으로부터 황색 계열의 패브릭을 수입하며 여러 사회적·문화적·환경적 요소로 인해 다양한 패션의 변화가 이어졌다. 미국을 기준으로 1900년대 초반의 특징적인 면을 간략히 보자면 아래와 같다.
- 1900년대: 크림색·흰색·아이보리색 계통, 가볍고 부드러운 패브릭 유행, 여아들의 드레스는 반소매가 유행했으며 밀짚모자가 트렌드
- 1910년대: 무릎까지 오는 니삭스 유행, 여아들에게는 여전히 흰색과 크림색이 유행인 반면 어린이들에게는 좀 더 부드러운 색깔이 유행
- 1920년대: 니트류로 만든 탑과 드레스가 유행, 롬퍼가 본격적으로 소개되어 크게 유행한 시기, 카디건과 캔버스 소재의 슈즈가 함께 유행
- 1930년대: 다시 격식 있는 패턴의 의류들이 유행한 시기, 테일러 드레스 및 조끼, 여아들이 샤넬 슈트를 입기 시작한 시기
- 1940년대: 커프 셔츠가 없어진 시기이자 실용적인 옷들이 다시 도래한 시기, 그 결과 반바지 및 격식 없는 편한 드레스가 유행
이렇게 발전 및 진화해온 키즈 패션은 1940년대 중후반 2차 세계 대전 이후 시작되는 전후 세대, 즉 베이비 붐 세대가 태어나면서 소비의 패턴 변화가 일어난다. 또한 1960년대 신자유 시대의 정치적인 배경과 문화적인 영향으로 인해 여러 변화가 생겼다.
간략히 여러 배경과 함께 알아보자면 전후 세대가 성장한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초반은 그야말로 큰 문화적인 무브먼트가 일어났다. 로큰롤, 히피 그리고 우드스톡 이 모든 게 전후 세대가 만든 업적이다. 전쟁 이후 안정과 번영을 위해 이들이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공헌을 했다. 새로운 방식의 사고 방식과 소비 패턴이 형성됐지만 아직 자기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하는 것보다 경제적인 이슈와 군중의 일원이 되는 것이 중요했던 시기였다.
키즈 패션 산업에 있어서는 메이저 브랜드들에 의존했던 시기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신합성 소재 즉 나일론, 폴리에스터, 스판덱스 등의 신소재가 소개된다. 동시에 이들의 아이 세대인 두 번째 베이비 붐 세대가 태어나는 1960년대 말 프랑스 파리에 베이비 디올(Baby Dior)이 등장했다. 이와 함께 디자이너 키즈 패션 브랜드의 영역을 구축하는 시기가 도래한다.
재밌는 포인트는 현재도 비슷한 느낌이지만 이탈리아 및 프랑스의 키즈 패션은 부모의 ‘작은 나(Mini Me)’라는 느낌이 강한, 포멀하고 클래식한 분위기가 강했다. 역시 문화적인 배경과 날씨의 영향, 또한 사교적 활동과 그 사교적 활동에서 나오는 쇼오프(Show-off)도 다른 큰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요즘 한국에서도 크게 유행하는 북유럽 브랜드의 형성 과정만을 보자. 유럽을 위치적으로 나눠 동유럽, 서유럽, 남유럽, 북유럽이 있고 각 유럽의 형성 과정 및 역사가 다르다. 그중 북유럽 브랜드는 국가의 규모에 비해 가장 많은 디자이너 브랜드를 배출했고 가장 흥미로운 과정을 갖고 있으며 최근 키즈 패션의 중점에 있다.
북유럽 국가인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는 유럽 국가 중에서도 가장 진보적이며 복지의 밑바탕이 되는 사회 민주주의를 오랜 기간 동안 연구하고 실천해온 최고의 사회 복지 국가들이다. 여성의 노동율 및 여성 정치인이 비율상 가장 높아 남성과 여성의 대우가 현시점 가장 완벽에 가깝게 형성된 국가이기도 하다.
아이들과 관련해서는 스웨덴에서 세계 최초로 1979년 학교 및 가정 내에서의 체벌이 불법이 되었을 정도로 아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보는 나라들이다. 스페인, 포루투갈, 이탈리아, 프랑스가 화려하거나 클래식한 쪽으로 기울어졌다면 북유럽은 더 캐주얼하고 밝은색 계통, 그리고 실용적인 디자인이 강하다.
그 주된 이유로는 추운 날씨를 꼽을 수 있다. 1년의 반 정도가 추운 계절이기에 겨울에는 패션 쪽을 고려한다기보다는 보온을 최우선시하면서 자연스럽게 캐주얼한 의류가 트렌디가 되어왔다. 또한 낮은 일조량으로 인해 유행하는 색 패턴도 형광 계열이거나 흰색 등의 미니멀리즘이 강하게 투영되었다.
추운 계절과 지형적인 이유 등으로 인해 지식 기반적 사업과 천연자원을 이용한 공학이 크게 발전했고 그 발판에 여러 디자인 분야가 주목받는다. 덴마크는 북유럽과 독일로 연결되는 메인 유럽의 경계에서 1990년대부터 큰 패션계의 성장을 보이며, 현재 메이저 브랜드들의 성공과 CPH, CIFF 등의 패션 트레이드 페어를 형성한다.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의 초반 제2차 세계대전의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아이들로 태어난 디자이너들이 2000년대 초반 본인들의 아이를 가진다. 이때 등장한 브랜드들로는 2001년 덴마크의 쁘띠 바이 소피 스누어(Petit By Sofie Schnoor)와 미니 어 트루(Mini A Ture), 2002년 덴마크의 웨아트(Wheat), 2004년 덴마크의 모르 모르(Mor Mor)와 스웨덴의 노바 스타(Nova Star), 2005년 덴마크의 노를리(Norlie)와 이다 티(Ida T), 스웨덴의 플래스티삭(Plastisock) 등이 있다.
이후 2006년 스웨덴의 미니 로디니(Mini Rodini), 2007년 샴푸들(Shampoodle)과 덴마크의 말루 바레(Malou Barre) 등이 등장하며 더욱 두껍게 형성된다. 2010년에 이르러서는 노아 노아(Noa Noa) 등 기존의 유명 어른 라인에서 서브 라인으로서 키즈 라인이 나오면서 더욱더 북유럽 키즈 브랜드들의 유명세를 뒷받침한다. 몇 년 전 스웨덴 대표 성인 브랜드 중 하나인 아크네(Acne)에서도 큰 컬렉션은 아니지만 키즈 라인을 만들면서 비슷한 행보를 시작했다.
현재 메이저 브랜드가 아닌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는 전 세계적으로 대략 500여 개가 존재한다. 물론 보는 시각마다 숫자는 변동되지만 페어 참가 브랜드 및 몇몇 리포트를 보았을 때 500개가 가장 근접한 숫자로 보인다. 국가별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만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 프랑스: Bon Point, Bonton, Bakker, Finger In The Nose, Les Zigouis, Merveiles, NoRo, Louis Louise, Milk on the rocks
- 스웨덴: Koolabah, Mini Rodini, Tuss, Modeerska Huset, Nova Star, Shampoodle, Petitbo, The Brand
- 덴마크: Poppy Rose, Bang Bang Copenhagen, Popupshop, Hollys, Soft Gallery, Molo
- 스페인: Bobo Choses, Yporque, Agatha Ruiz De La Prada Baby, Le petit bird
- 이탈리아: Minimu, Opililai, Stella stellina, Album di famiglia, Simonetta
- 영국: LIHO, Aden + Anais, Pale Cloud, Hucklebones, Jessie & James, Indikidual, Caramel Baby & Children
- 미국: Anais & I, Appaman, Atsuyo et Akiko, Noch Mini, Oeuf
이외에 이스라엘의 누누누(NUNUNU), 호주의 먼스터(Munster)와 블루 포니 빈티지(Blu Pony Vintage), 독일의 마카론스(Macarons), 폴란드의 코코드릴로(Coccodrillo), 리투아니아의 머미문(Mummymoon) 등이 유명하다. 대부분 브랜드는 SPA브랜드와 럭셔리 브랜드 사이인 중-중상 가격대를 형성한다.
북유럽 키즈 브랜드들의 배경 및 소비 형태를 살펴보자. 대기업의 독과점을 방지하고 로컬 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방지책으로 현재 한국에서도 시행되는 대형 마트 의무 휴일을 최초로 시작한 국가가 바로 북유럽 국가들이다. 북유럽 국가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비율은 20:80 정도로 되는데 이 모든 것들은 국가의 세금 정책에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한 사람을 고용하기 위해서 임금은 직원에게 임금의 30%가량을 국가에 세금을 내야 하는 시스템 등의 세금 정책으로 인해 소규모 비즈니스가 활성화되고 인터넷의 거리감이 줄어들며 어른 라인에 비해 비용적인 면이나 전문적인 지식이 그나마 덜 필요로 하는 키즈 라인 브랜드의 발전을 가져왔다.
여기에 기존의 글로벌 메이저 브랜드들이 했던 프랜차이즈 숍, 브랜드 직영점의 영업으로부터 디자이너 키즈 브랜드들을 취급하는 소규모 멀티숍 리테일러, 멀티 브랜드 숍으로의 변화가 전 유럽에서 확산되면서 유통을 쉽게 도와주었다.
북유럽 등의 사회 복지 국가에서는 출산휴가를 부부가 나눠서 대략 2년을 쉴 수 있다. 아이 출산 시부터 16살 때까지 20만 원에 가까운 돈이 양육비로 나온다. 스웨덴은 아이 출산이 많을수록 금액도 더 많아진다. 또한 아이가 유아원을 다니면서는 국가에서 거의 모든 것을 지원해주기에 부모들은 계속 일을 하며 양육할 수 있다.
실제 주중 낮에도 아빠들이 유모차를 끌면서 아이들 옷을 쇼핑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하기에 키즈 브랜드들이 발전할 또 다른 이유를 제공해주었다. 이렇게 시스템적으로 안정이 되어 있기에 저출산을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꺼리는 일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할 수 있다. OECD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가장 낮은 출산율 기록을 보유한 한국과 비교해보면 생각해 볼 문제이기도 하다.
여담으로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다는 유모차 스토케(Stokke)도 북유럽 국가, 노르웨이 브랜드다. 스토케는 원래 유통만 하다가 본사가 직접 들어와 한국에 숍을 차린 굉장히 드문 케이스로 북유럽 키즈섹션 하드 굿즈를 이끈, 파이오니아 같은 존재의 브랜드이다.
또한 북유럽의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부모와 부모 대 자식에 앞서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관계가 바탕이 되어 있다. 판단력이 생기는 나이부터 쇼핑을 하더라도 본인이 원하는 옷을 입어보고 선택권을 갖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의 부모와 아이 관계가 좀 더 종속적인 관계의 테두리 안에 있다는 것에서 큰 차이가 난다. 북유럽과 베네룩스 등 소위 리버럴한 국가들에서는 실제 아이들이 좋아하는 옷을 입고, 브랜드에서는 아이들로부터 오는 직접적인 피드백을 다음 시즌의 아이템 거리로 많이 활용한다.
디자이너 키즈 브랜드들의 세일즈 수단으로는 B2B와 B2C로 나눠 볼 수 있고, 유통 방법에 있어서는 대부분 SPA 브랜드 및 스웨덴의 폴란 오 퓌렛(Polarn O. Pyret)처럼 직영 프랜차이즈를 하는 경우와 위에서 설명한 유럽의 많은 온·오프라인 멀티 브랜디 스토어로 채널을 나눠 볼 수 있다.
비교적 소규모의 디자이너 키즈 브랜드들이 유럽 전역에서 생겨나면서, 브랜드들과 물건을 판매하는 숍 및 백화점 벤더, 즉 소매상들을 연결하는 트레이드 페어가 생겨났다. 버블 런던(Bubble London)과 플레이타임 파리(Playtime Paris)가 대표적인 유럽의 트레이드 페어로서 자리를 잡고 계속 성장했다.
버블은 뉴욕에서 브랜치 페어를 시도했고 플레이타임은 현재 뉴욕과 도쿄에서 브랜치 페어를 성공적으로 진행해왔다. 어른 라인에서의 가장 큰 트레이드 페어 중 하나인 독일의 브래드 앤드 버터(Bread And Butter)에도 키즈 라인 섹션이 있었지만 첫 번째 기획 이후 취소되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로는 키즈라인이 성인 라인에 비해 아직까지는 규모 및 생산 규모가 크게 차이 나기 때문이다. 페어에서의 부스 비용 및 부대 비용 자체가 투자할 수 없이 크게 차이 난다.
다만 시즌이 지나면서 각국이 브랜드 서포트를 하고 리테일러에게 더 좋은 컨디션을 제공했다. 덴마크의 CPH 키즈(CPH Kids), 스페인의 리틀 바르셀로나(Little Barcelona), 네덜란드의 클레인 클라이네 패브릭(Kleine Fabriek), 그리고 가장 하이 엔드 페어라고 볼 수 있는 이탈리아의 피렌체 국제 아동복 박람회(Pitti Immagine Bimbo)도 계속 좋은 호응과 함께 발전을 거듭했다.
원문: Blue Screen Life
참고
- MENAISSANCE MAN, 「2014년 유아동 패션 마켓 현황」
- 「History of Children’s Clothing」, LoveToKnow
- European Children’s Fashion Association
- Yoyo Mom
- Playtime magazine
- Pirouette b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