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사하라 사막에서도 개미를 비롯한 곤충들이 살아갈 수 있습니다. 더 놀라운 일은 한낮에 사하라 사막의 뜨거운 모래 위를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개미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사하라 은색 개미(Sahara silver ants, 학명 Cataglyphis bombycina)는 사막의 뜨거운 모래에 적응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낮에 태양열을 흡수한 사하라 사막의 모래는 사막의 공기보다 더 뜨겁습니다. 때때로 한낮에는 70°C 이상의 온도를 기록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개미가 견딜 수 있는 최대 온도는 53.6°C 에 불과할 뿐입니다. 이것은 이 개미가 열을 내릴 수 있는 어떤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컬럼비아 대학의 난팡 유 교수(Nanfang Yu, assistant professor of applied physics at Columbia Engineering)와 취리히 대학, 워싱턴 대학의 동료들은 이 개미의 비밀이 바로 털에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사하라 은색 개미는 몸길이 10mm가 채 안 되는 작은 곤충이지만, 그 표면은 미세한 털로 덮여 있습니다. 이 털 덕분에 개미는 은색 광채를 띄고 있는데요, 보기 좋다는 점 말고도 이 털의 역할이 따로 있습니다. 전자 현미경으로 확대해서 보면 삼각형으로 된 독특한 단면을 하고 있는 이 털은 가시광 영역과 적외선 영역의 태양 빛을 반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내리쬐는 태양 빛을 반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흡수한 열을 중간 정도의 적외선 파장으로 열방사(thermal radiation) 할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메커니즘을 통해서 사하라 은색 개미는 태양 에너지를 반사함과 동시에 방출할 수 있습니다. 이 사실을 검증하기 위해서 연구팀은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예를 들어 개미의 털을 제거한 다음 열 감지 카메라로 열을 측정하면 정상적인 개미와 비교해 섭씨 5-10도 이상의 온도 차이가 관찰되었습니다. 이 개미가 털이 있는 상태에서는 열을 쉽게 방출했지만, 털이 없는 상태에서는 열을 방출하지 못하는 것을 이 실험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이런 메카니즘은 이전에 소개한 시원한 지붕을 만들기 위한 냉각소재와 원리적으로 비슷합니다. 일단 태양에너지를 반사할 뿐 아니라 이미 흡수한 에너지는 적외선 영역으로 방출하는 소재죠. 자연의 진화는 인간이 꿈꾸던 일을 이미 오래 전 현실로 만들었던 셈입니다.
연구팀은 이 놀라운 개미가 인간에게 매우 유용한 기술을 전수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개미의 털의 구조를 분석해서 이와 유사한 섬유를 만든다면 뜨거운 태양 아래서 냉각이 필요한 여러 분야에 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뜨거운 태양 아래서 시원한 옷감이나 건물, 차량 등을 만드는데 말이죠. 만약 적외선 영역에서만 태양에너지를 반사하거나 열에너지를 방출하도록 하면 빛을 반사하는 시각적인 문제도 해결될 수 있습니다.
인간의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달했다고 해도 아직 자연계에는 이를 능가하는 진화의 산물들이 있습니다. 사하라 은색 개미는 그 좋은 사례일 것입니다.
원문: 고든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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