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풍력을 이용해서 추진력을 얻는 범선을 보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소형 요트 같은 레저용 선박이긴 하지만 그래도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사실이죠. 하지만 거대한 선박을 풍력으로 움직이려는 시도도 있습니다. 물론 100% 풍력으로 대형 컨테이너선을 움직일 수는 없기 때문에 일부 에너지를 풍력으로 충당해서 연료를 적게 사용하는 게 목표입니다.
이런 시도 중 대표적인 것은 연을 이용한 스카이세일(SkySails)입니다. 이전에 한 번 소개한 적이 있죠. 그런데 이런 것 말고도 재미있는 시도들이 더 존재합니다. 거대한 기둥을 이용한 로터쉽이 그런 좋은 사례일 것입니다.
대개는 물체 진행의 수직으로 힘을 받게 되는데 위에서 보이는 거대한 로터는 방식이 반대입니다. 즉 바람의 방향의 수직으로 힘을 받는 것이죠.
이런 방식의 배를 로터쉽(rotorship) 혹은 플래트너쉽(Flettner ship)이라고 부릅니다. 독일의 에너콘이 만든 E-ship 1 은 2010년부터 취역해서 화물을 실어나르고 있는데 (참고로 이 회사는 풍력 터빈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길이 130m, 너비 22.5m, 10,500 DWT 급의 화물선으로 4m 지름의 27m 높이의 로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로터는 회전하면서 마그누스 효과에 의해 배를 앞으로 추진시킵니다.
에너콘의 주장에 의하면 이렇게 해서 최대 25% 정도 연료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이 거대한 로터를 설치하는 비용도 있으므로 과연 경제성이 있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아 보입니다.
더 전통적인 방법을 제안한 회사도 있습니다. 쉽게 말해 컨테이너선+범선의 아이디어죠. 기발한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새로운 소재를 이용하면 꽤 큰 돛을 만들 수 있고 이를 잘 활용하면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런 배들은 21세기형 기범선(증기 기관과 풍력을 같이 사용하는 선박)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풍력 자체는 공짜라도 이를 에너지를 바꾸는 과정은 비용이 듭니다. 새로운 풍력 추진 장치들이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을 초과하는 효율성을 보여준다면 앞으로 이런 독특한 방식의 배를 보기가 쉬워지겠지만, 사실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과연 기술 혁신이 다시 범선의 시대를 불러올 것인지는 좀 더 기다려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