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로고를 바꿨다. 구글처럼 큰 회사가 로고를 바꿀 때는 대개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곧 언론에서 디자인 비평과 함께 해석을 쏟아내겠지만, 이유는 분명해보인다.
1.
구글의 CI의 근본은 쿼키함(quirkiness)다. 엔지니어들이 만들어 기존 기업들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걸 나타내는 요소는 세 가지:
- Google이라는 장난스런 이름
- 아이들 장난감 같은 4색
- 세리프 사용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3번이다. 자동차 회사 같은 전통기업도 아니고 IT업종에서 세리프를 그렇게 능청스럽게 쓰는 건 상당한 모험이다. 하지만 구글이 잘 하는 게 하나 있다면 모험 아닌가?
2.
위의 세 요소를 그대로 가진 회사가 또 있었다. Yahoo! 물론 색은 아무도 안 쓰는 보라색이다. 구글 창립자들이 원래 검색엔진을 야후에 팔려고 했다는 것과 이런 공통점은 우연만은 아니다. 비슷한 사고방식이다.
그런 Yahoo! 역시 마리사 마이어의 취임 이후 세리프를 버렸다. 아무리 쿼키한 회사를 지향해도, 역시 요즘 세상에 그런 요소가 세 개나 되는 건 좀 과하다.
Apple 로고의 글자체를 생각해보라. 기억이 잘 나지 않을 거다. 이미 CI에서 Apple이라는 단어를 떼어낸 지 오래다. 나이키는 더 일찍 그랬다. 물론 심볼이 없는 구글은 그럴 수 없다.
3.
결국 야후처럼 쿼키한 요소 하나를 없애기로 한 것이다. 물론 이름을 바꿀 수는 없고 (어… 바꾸기는 했다. 알파벳으로…), 4색이나 세리프체를 포기해야 한다.
아래 캡쳐한 사진에서 보듯 구글은 단색으로 된 로고를 종종 사용한다. 세리프를 유지하고 그렇게 단색으로 가는 것이 좋다는 디자이너가 많을 것이다.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나도 그렇다.
하지만 구글은 세리프를 포기하기로 했다. 이유는 모바일이다.
구글의 세리프 로고가 아름답기 위해서는 모든 글자가 함께 있어야 한다. 세리프의 기원이 펜글씨에서 글자들 간의 연결/이어쓰기이기 때문에 한 글자만 등장하는 세리프체는 무척 어색하다.
그게 이해가 잘 안 된다면 구글이 내놓은 구글 앱과 구글 플러스 앱의 아이콘들을 한 번 보라. It’s almost painful to watch Google try to spin its impossible serif typeface.
공간이 협소한 모바일에서 임팩트있는 로고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한 글자만 있어야하고, 그런 자리에서 세리프는 샌달에 신은 양말처럼 거슬린다.
구글이 4색을 유지하고 세리프를 버린 것은 모바일에 맞는 선택을 한 거다. 그렇게 내 검색창에는 4색의 예쁜 G가 떴다.
원문: 박상현 페이스북
덧붙여.
작은 모바일 스크린에 적합하게 만든 것 외에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는 구글의 설명이 나왔다. 옛 로고는 14,000바이트, 새 로고는 305바이트 크기인데, 인터넷 속도가 느린 곳에서는 이게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물론 옛 로고의 크기가 커지는 데는 세리프와 같은 디테일들이 많기 때문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