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챗의 기업 가치는 150억 달러(약 17조 원) 정도다. 이는 미국의 캠벨 수프(한국으로 따지면 농심 정도인 수프 회사), 클로락스(한국의 유한락스 급 표백제의 대명사) 등의 회사보다 크다. 과연 스냅챗의 기업 가치가 캠벨 수프보다 클까?
쿠팡은 1조원의 투자를 받으며 5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한화로 5조 6천억원이 넘는 돈이다. 농심, 오뚜기 등의 초 거대 식품회사의 시가총액은 2조가 채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정말 쿠팡이 농심보다 두 배 이상 가치있는 기업이란 말인가?
무모해보일 정도의 스타트업 기업 가치 계산법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Sarah Frier와 Eric Newcomer는 블룸버그를 통해 이에 대해 설명한다.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는 어떻게 산정하는가
우선 두 저자는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가 어느 정도 허풍이 섞인 것이라 인정한다. 기술 기업이 IPO를 하기까지의 기간이 늦춰지는 추세가 되며 투자자들과 기업가들이 이런 식으로 기업 가치를 주무르는 일이 흔해졌다. IPO되는 순간 기업 가치가 실제 기업 재무재표와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도 흔하다. 특히 초기 투자자들과 주식을 갖고 있는 직원들은 새로운 투자를 받기 위해 종종 기업 가치를 올린다.
벤쳐 캐피털리스트들은 ‘기업 가치’란 말은 그저 표시를 위한 숫자일 뿐이라고 항변한다. 별 의미 없는 숫자라는 말이다. 게다가 법적인 장치를 거칠 경우, 기업 가치를 나중에 바꾸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한다.
우버의 기업 가치는 45조원, 에어비앤비의 기업 가치는 23조원에 육박한다. 물론 어느 정도 과장된 것이다. 기술 기업은 대개 매출을 낸 적이 없다. 또 매출을 낸 적이 있다고 해도 현재의 구조에 만족하기보다 매출을 폭팔적으로 늘리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존의 기업 가치 공식에 스타트업을 넣을 수 없다.
필자들이 제안하는 기술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 공식은 다음과 같다.
Valuation (기업 가치) = (창업자의 희망과 꿈 * 실제 성장 속도) / (리스크 보호 조항 * 투자자들의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
- 창업자의 희망과 꿈: 물론 창업자는 대개 큰 기업가치를 생각한다. 그리고 서로 경쟁적으로 기업 가치를 올려 평가받으려 한다. 10억 달러(한화 1조원)의 기업 가치를 가진 스타트업을 ‘유니콘’이라고 한다. 현재 실리콘 밸리에는 서로 유니콘이라고 주장하는 기업이 너무 많다. 이 요소 때문에 지나치게 기업 가치를 올리면 문제가 생긴다. 기업 가치를 낮추면서 펀드레이징을 하는 ‘다운 라운드’가 생길 수도 있는데, 이는 실리콘 벨리 기업이 가장 싫어하는 일 중 하나다.
- 실제 성장 속도: 스타트업에 기대하는 것은 폭발적인 성장이다. 따라서 당장의 현금 흐름, 빠른 매출 기대 등보다 중요한 것은 서비스 이용자 수이다. 구매 여부는 그에 비하면 중요하지 않다.
- 리스크 보호 조항: 스타트업은 투자자들이 거대한 기업 가치를 받아들이도록 다양한 안전 조항을 만든다. 즉, 투자자들이 돈을 되돌려 받을 수 있는 장치들을 만든다. 그리고 투자자들은 스타트업의 거대한 기업 가치를 보며 이것이 상장기업의 시가총액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고 투자한다.
- 투자자들의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 스타트업이 빠른 시일 내에 IPO를 약속하면 할수록, 투자자들은 황당해보이는 기업 가치를 믿기 쉬워진다.
필자들은 IPO가 되는 순간, 스타트업이었던 기업의 가치는 30%, 심지어 50%까지 급락하는 경우도 있다. 공개가 되는 순간, 가치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스타트업은 수학이 아니다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기업을 뜻하는 ‘유니콘 기업’은 2013년 벤처캐피털 카우보이벤처스의 창립자 에일린 리가 처음 쓴 말이다. 그만큼 10억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가진 스타트업은 상상 속의 동물처럼 드물다는 의미였다. 지금은 세계에 무려 114개, 한국에만 2개의 ‘유니콘 기업’이 있다.
스타트업은 ‘아주 특별한 기업’이 되기를 소망하고 만드는 기업이다. 위에서 요약번역한 글에서 알 수 있듯, 당연히 일반적인 기업의 잣대로 평가하기 어렵다. 그래서 아주 황당해보이는 기업 가치가 사실 가장 적합할수도 있다. 옐로 모바일은 10억달러(한화 1조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어차피 스타트업은 안정적이지 않다. 확률이 낮더라도 그런 수학으로 재는 것이 아니라 믿음을 가지고 일단 달려드는 것이 스타트업일 수도 있다.
기업가치를 다룰 때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믿음은 중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은 냉정함을 함께 갖고 있는 것이다. 열정적으로 믿음을 유지하면서도, 그에 못지 않게 끊임없이 의심하고 의심을 이겨내고 믿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사람이 성공을 창조해냈다.
언뜻 모순되는 내용이다. 이를 잘 설명한 스톰 벤쳐스 남태희 매니징 이사의 뉴욕 타임즈 인터뷰를 인용한다.
“때로는 모세처럼 열정적으로 믿음을 전파해야 한다. 때로는 갈릴레오처럼 모든 통념을 의심해야 한다.”
얼음같은 냉정함과 불같은 열정의 공존.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지금 시대에 모든 기업들에게 필요한 가치가 아닐까 싶다.
원문: 김은우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