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김준완(24)의 방망이 끝은 돌지 않았습니다. 27일 프로야구 마산 경기 3루심을 보고 있던 권영철 심판이 잘못 판정내렸다고 보기 힘든 이유입니다. 오히려 주심이던 김익수 심판이 잘못 판단한 건 아닐까요? 사실은 하프스윙(또는 체크스윙)을 두고 오심 논란을 따지는 것 자체가 사실 무의미합니다. 야구 규칙 어디에도 하프스윙 기준을 다룬 내용은 들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말입니다. 야구 규칙에 ‘하프스윙’이라는 표현은 9.03c[원주]에 딱 한 번 등장합니다.
하프 스윙(half swing) 때 주심이 스트라이크를 선고하지 않았을 경우 감독 또는 포수는 스윙 여부에 대한 누심의 조언을 구할 것을 주심에게 요청할 수 있다. … 누심은 주심의 요구에 대하여 신속히 답하여야 한다. … 하프 스윙에 관한 어필은 볼로 선고되었을 때만 가능하며 어필이 있을 경우 주심은 반드시 누심에게 하프 스윙에 관한 재정을 위탁하여야 한다. 이에 따라 내려진 누심의 재정은 최종의 것이다.
이날 경기가 딱 이 상황이었죠. 김 심판은 한화 로저스(30)가 던진 공이 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방망이가 돌지 않았다고 본 것. 그래서 포수 조인성(40)이 권 심판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그도 돌지 않았다고 판정했습니다. 그러면 이게 최종 판정입니다. 배터리(야구에서 투수와 포수를 함께 이르는 말)가 불만이 있다고 해서 볼이 스트라이크로 둔갑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왜냐하면 하프스윙은 물론 스윙이 무엇인지도 야구 규칙이 정의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판정을 두고 오심이라고 기사를 쓴 기자나 권 심판을 비판하기 바쁜 한화 팬들 모두 ‘내가 보기에’라는 표현을 생략하고 있을 뿐이죠. 그래서 이 분들 주장이 틀렸다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 하프스윙은 설명이 아니라 주장만 가능한 대상이니까요.
규칙에는 없지만 관례적으로 왼손 타자는 방망이 끝이 3루 쪽 파울 라인을 넘어가면 스윙으로 칩니다. 야구장 구조상 방망이 끝이 홈프레이트 앞 부분을 넘어가면 파울 라인을 넘어가는 일이 많습니다. TV 중계 때 하프스윙 여부를 두고 옆에서 잡은 화면을 보여주는 이유입니다. 김준완 경우에는 문자 그대로 애매합니다.
그래서 방망이가 가장 앞으로 나왔을 때를 정지 화면으로 만들어 봤습니다. 주황색 선은 투수쪽 홈플레이트 모서리를 연장한 것.
제 눈에는 넘어가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흔히 말하는 것처럼 팔목이 돌아가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니 3루심 눈에 방망이 끝이 보이지 않았을 테고, 권 심판은 스윙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겁니다. 방망이 끝이 기준이라면 김준완은 볼넷이 맞습니다.
하지만 도상훈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위원장은 “방망이 끝보다 더 중요한 게 공과 방망이가 교차했는지 여부”라고 설명했습니다. 다시 GIF 파일을 보시면 분명 방망이가 공하고 만나는 지점이 있습니다. 김 심판이 먼저 스윙이었다고 판정을 내렸어야 하는 상황인 겁니다. 방망이 끝은 돌지 않았지만 도 위원장 설명에 따르면 이야 말로 스윙에 부합하니 말입니다. 따라서 이 경기 6회말 NC 공격은 삼진으로 끝이 났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저 교차 여부로 판정을 할 거면 굳이 1, 3루심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나요? 아예 방망이 끝을 기준으로 하고 주심 대신 1, 3루심에게 판정을 맡기는 게 옳은 일 아닐까요? 타격할 의도가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따지는 건 어떨까요? 물론 이 역시 주장입니다. 그리고 규칙에 정확하게 ‘이런 게 체크 스윙’이라고 정확하게 기준이 나오지 않는 이상 논란도 계속 이어질 겁니다. 그게 또 야구를 보는 재미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