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대 마리야 샤라포바(28·러시아·세계랭킹 3위·사진)는 세리나 윌리엄스(34·미국·1위)가 아닙니다. 한국 나이로 내년이면 서른. 다시 메이저 대회 타이틀을 차지하지 못한다고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고, 세계랭킹 1위 탈환 역시 불가능한 목표에 가깝습니다. 26일 현재 윌리엄스는 랭킹 포인트(1만2721점)에서 샤라포바(6035점)에 두 배 이상 앞서고 있습니다.
그래서 샤라포바는 윌리엄스가 아닙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샤라포바는 11년 연속으로 전 세계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번 여자 운동선수입니다. 지난해 수입은 약 2970만 달러(약 351억3510만 원). 이 중 우승 상금은 670만 달러(약 79억2610만 원)로 전체 수익 22.6%밖에 되지 않습니다. 윌리엄스는 지난해 이 비율이 47.2%였습니다.
당연히 나머지 돈은 ‘다른 구멍’에서 나왔습니다. 샤라포바를 상징하는 브랜드는 크게 두 가지. 자기가 만든 사탕 브랜드 ‘슈가포바’하고 나이키입니다.
샤라포바는 2013년 US오픈 테니스 대회를 앞두고는 슈가포바를 임시 성(姓)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었습니다. 또 나이키하고 첫 계약은 샤라포바가 11살이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뿐만 아니라 헤드, 태그 호이어, 에이본, 에비앙 같은 회사와 계약한 것도 대부분 10년이 넘습니다. 포르쉐는 2014년 봄 샤라포바를 회사 역사상 처음 있는 여성 홍보대사로 임명하기도 했습니다.
샤라포바가 12살 때부터 에이전트로 활약하고 있는 맥스 아이젠버드는 “샤라포바는 대학에 간 적이 없는 경영학 박사”라고 평가합니다. 실제로 샤라포바는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는 키스턴 내셔널 하이스쿨에서 고교 졸업장을 딴 게 최종 학력입니다.
아이젠버드는 “요즘에는 스포츠 스타들 모두 자기 스스로를 브랜드로 만들어 가는 게 대세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광고주들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스포츠 스타는 아주 드물다”면서 “샤라포바는 10대 때부터 자기 브랜드를 만들고 이를 가꿔갈 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아이젠버드가 기억하는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샤라포바가 어깨 부상에 시달렸던 2008년. 많은 이들이 “이제 샤라포바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하던 시점입니다. 당시 샤라포바는 아이젠버드에게 “그들(계약을 맺은 회사)에게 전화해 ‘나 시간 많다’고 전해라. 계약서에 뭐가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원하는 건 뭐든지 해주겠다고 하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아이젠버드는 “그때가 샤라포바가 테니스 이후 인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게 된 전환점이다. 샤라포바는 은퇴하고 나면 1년 365일을 사업에 헌신하는 비즈니스 우먼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샤라포바는 2016년 초콜릿 라인업을 추가하는 것을 시작으로 잠옷이나 속옷까지 만들어 판매하는 브랜드로 슈가포바를 성장시킨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피부관리 제품 브랜드 ‘슈퍼굽’을 공동 투자해 설립했고, 올 8월에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하고 팬들이 샤라포바와 가상 현실에서 테니스 대결을 벌일 수 있는 ‘You vs. Sharapova’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계약하기도 했습니다.
샤라포바는 자기 스스로 포스트를 만들어 올립니다. 팬들에게 진짜 자기 자신을 보여주고 싶어서입니다. 샤라포바는 “온라인에서 성공적인 존재가 되려면 독특한 오리지널 콘텐트와 자신만의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샤라포바 페이스북 페이지에 ‘좋아요’를 누른 팬은 전 세계적으로 1500만 명이 넘습니다.
샤라포바는 “살면서 어떤 분야든 결국 꾸준함과 참을성이 성공으로 이끈다는 걸 알게 됐다. 운동선수든 사업가든 공부하고 자신을 가꾸는 데 헌신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며, “남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다는 것보다 내가 놓치고 있는 게 무엇인지 살펴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아주 특별한 기회가 기다리고 있던 적이 많았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