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에 재밌는 기사가 났더랬다. ‘문화융성, 게임을 앞장세우자‘라는 제목의 기사로, 한국이 중국에 뒤처지기 시작했는데 이걸 되돌리기 위해 게임산업을 중흥해야지 않겠냐는 취지의 기사다. 기사 중 특별히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다.
요즘 국내 게임사의 가장 큰 고민은 쓸 만한 인재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새로운 활력이 돼야 할 신입 개발자를 구하는 데 애를 먹는다. 능력 있는 젊은 개발자들이 게임업계를 취업 후순위에 두기 때문이다.
10여 년 만에 닥친 이 같은 변화는 게임업계가 예전만큼 젊은이들에게 성공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만은 아니다. 최근 몇 년만 돌아봐도 조그만 스타트업에서 큰 기업으로 성장한 예는 쉽게 찾을 수 있다. 가능성이 여전함에도 취업 선호도가 낮아진 것은 게임업계 위상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주입 받고 제재를 경험한 세대가 자신의 미래를 게임에 맡기기란 쉽지 않다.
인재를 찾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건 사실 IT 전반에 걸쳐 같은 이야기들을 하는데, 이게 정말 사람이 없어서 인재를 찾지 못 하는 것인가 생각을 좀 해야지 않겠나. 마찬가지로 이 문제의 원인을 ‘게임업계의 위상이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하는 부분에서 웃겨 쓰러질 뻔했다.
노동 환경의 문제
일단 노동 환경의 문제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20년 전에 하던 박봉에 과노동을 ‘너희가 좋아하는 게임 만드는 일이니까 감수하’면서 요즘도 하라는 마인드인데 달라질 수가 있겠나.
간단하게, 15년 전 2천만 원은 신입에게 꽤 먹고살 만한 연봉이었다. 담배가 1,500원이었고, 버스요금이 200원, 밥값이 대략 3,000~4,000원 했다. 월 실수령 150만 원 정도면 집에 50만 원 보내주고 저축도 하고 풍족하게 살았다. 현재 2천만 원 받는 신입들은 두 배 이상 오른 물가에서 살고 있다.
그 20~15년 전에 신입으로 시작했던 사람들이 지금 30대 후반~40대 중반 쯤됐고, 대부분 가족이 있다. 노동법상 평일 최대 주 12시간까지 초과 노동이 가능하다. 이 정도만 해도 애들 얼굴 보고 가족 얼굴 보고 살 수 있다. 그런데 어디 이 정도로 회사에서 눈치 안 받고 일할 수 있나? 1일 12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회사들이 소위 ‘성공한 회사’라며 롤모델처럼 되고 있는 상황에서.
저년 차 개발자들에게는 열정페이를 요구하고, 고년 차 개발자들에게는 가능하면 싸게 노동해주기를 요구하고, 노동에 투여하는 시간은 최대한 길기를 바라면서, 거기에 게임 퀄리티까지 잘 나오기를 바란다. 나이 많다고 마흔쯤 되면 잘 뽑지도 않는 건 덤이다.
그러니까 노동시간과 경험이 게임 퀄리티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통계가 그렇고 과학이 그렇다. 구시대적 미신으로 게임 개발하는 꼰대놈님들아!
성과 분배의 문제
위에 대충 언급한 열악한 환경에서 게임이 대박이 나곤 한다. 그래서 그런 회사들이 롤모델이 되고 투자 유치를 해서 더 잘 되기도 하고 그런 상황이다. 그리고 그런 모델을 성공 모델이라면서 다들 따라하고 서로 강요하고 그러고 있다. 거기까지는 뭐 그럴 수도 있다고 치자.
그런데 정작 그렇게 고생한 노동자들은 인센티브를 얼마나 받았나? 난 연 1,200억 쯤 벌었다는 모 게임 AD가 인센티브 200만 원 쯤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 소위 성공했다는 넷마블, 433 같은 회사들 개발자 실무진이 인센티브 얼마나 받았나 한 번 공개해주면 좋겠다. 꿈과 희망이라도 가지고 회사 다니게.
결국 노동 환경도 엉망이고, 암만 열심히 일 해봐야 보상도 없는 데다 수명도 짧은 이런 산업으로 신입이 들어 오겠는가?
산업의 위상이 낮아져서가 아니라, 노동 환경 때문이라는 얘기다. 사람은 이미지로 선택을 하기보다 실질적인 계산으로 선택을 한다. 게임 업계는 좋은 직장이 아닌지가 오래고, 그렇게 만든 책임들은 꼰대들과 자본가들이 져야겠지만 그들은 이미 잘 먹고 잘 살고 있으니 굳이 뭘 바꾸려 하지 않는다. 그냥 계속 젊은 애들만 갈아 넣으면 된다는 생각부터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원문: NAIRRTI WOK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