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의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 출연으로 가장 수혜를 입은 이는 누구일까? 나는 해외교포와 한국음식을 직접 해먹어보고 싶은 외국인들이 가장 수혜를 입었으리라 생각한다.
음식은 추억이며 기억이다. 태국여행을 다녀온 이들은 길거리에서 볶아준 팟타이와 비닐봉지에 담긴 수박쉐이크를 기억한다. 그 중 일부는 원할 때마다 태국에 가 다시 그 맛을 맛볼 수도 있을 것이고, 또 다른 일부는 그저 한 때의 추억으로 남기고 그냥 살아가기도 할 것이다. 한편 그 맛을 직접 재연해보고 싶어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재연해보고 싶은 기억 속 그 맛
한국음식도 마찬가지다. 실향민들의 그리움에 실려 평양냉면이 남한에 퍼졌듯이, 한국의 맛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한국음식을 퍼뜨릴 것이다. 거기에는 어떤 당위성도 없다. 대단히 별미라서도, 건강에 좋아서도 아니다. 다만 맛에 대한 습관이며 관성일 뿐이다.
맛을 재연하려는 이들에게 있어 필요한 것은 재료와 조리법 두 가지로 나뉘어진다. ‘재료에 대한 의존도’와 ‘조리법에 대한 자유도’라는 척도로 요리를 살펴보자.
초밥의 경우에는 다른 요리에 비해 일정 수준의 맛을 낼 수 있는 재료를 구하기가 어렵다. 즉, 재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게다가 조리법이 엄정해서 자유도가 낮다.
반면 삼겹살은 필요한 재료를 구하기 쉽다. 이슬람 문화권을 제외한 세계 곳곳에서 돼지고기를 부위별로 구할 수 있다. 조리법에 대한 자유도도 높다. 일정한 결과 크기로 고기를 썰어서 불에 구우면 된다. 채소에 싸먹어도 되고, 그냥 먹어도 된다. 소금에 찍어도 되고, 다른 장에 찍어도 된다.
‘음식원리주의’는 엄격한 원리주의를 실천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맞지 않다
음식원리주의자들은 재료를 강조한다. 특정 지방에서 나는 식재료, 돼지 중에서도 특정 종의 고기 등을 선호하는 것이다. 어떤 이는 소금의 정제방식도 중요시한다. 더 나아가서 엄정한 조리법, 고대로부터 이어져오는 전통의 조리법을 우선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음식원리주의는 해외거주민에게는 맞지 않다. 해외에서는 그토록 엄격하게 음식을 재연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방식으로는 타국의 요리를 보급시키는 것도 힘들다.
어느 나라 음식이건 타국에 진출하려면 우선 그 나라에서도 식자재를 구할 수 있어야 한다. 현지에서 식자재를 구할 수 있는 음식이 처음에 보급된다. 이는 두 가지 의미인데, 그 식자재가 그 나라에서도 생산된다는 의미도 되지만, 다른 요리에서도 보편적으로 쓰이기 때문에 구하기 쉬운 식자재라는 의미도 된다. 구할 수 없는 식자재의 경우 대체물을 찾게 된다. 이런 재료와 인력의 한계로 인해 타국에 진출한 음식은 ‘현지화’를 겪는다.
유튜브에는 의외로 한국음식을 만드는 영상이 (내) 생각보다 많았다. (우리나라 음식이 킹왕짱!이어서, 김치워리어가 대흥행해서는 아닌 것 같다.) 외국인이 외국에서 한국음식을 만드는 영상 중에서는 정말 대단한 것들이 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재료로 한국음식을 만드는 것이다. 현지화가 되어가는 것이다.
재료의 한계를 커버하는 백종원의 조리법
마리텔에서 백종원씨가 했던 역할은 재료의 한계를 간단한 조리법으로 커버할 수 있게 해주었던 것이다. 백종원은 한국에 사는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미국에 사는 사람도 월마트에서 구할 수 있고, 호주에 사는 사람도 타겟에서 구할 수 있을 법한 재료를 소개한다. 재료와 조리법의 한계를 극복하고 널리 보급하기에 적당한 것이다.
한국음식이 한계를 극복하고 보급되기 시작하면 개성 있게 현지화된 한국음식이 늘어날 것이다. 중국인이 한국에서 짜장면을 먹고 놀라고, 미국인이 인도 맥도날드에서 마하라자버거를 먹고 놀라듯이 한국음식도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