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스택 개발자를 원하는 이유는 딱 하나로 요약할 수 있다. 비용. 여러 사람 쓰는 것보다 한 사람만 쓰는 게 높은 연봉을 주더라도 더 싸게 먹히니까. 그런데 그러다가 조직 자체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
풀스택 개발자를 쓴 상황이 아니더라도, 회사에 ‘영웅’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는 곳들이 있는데,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본 바로는 그런 곳은 꼭 언젠가 문제가 생긴다. 시간문제일 뿐이다. 대략 몇몇 곳에서 본 일 터지는 프로세스는 이렇다.
1) 한 사람에게 일이 다 몰림 (능력이 뛰어나겠지 아마도) → 스스로 영웅 의식을 가짐 → ‘나 없으면 이 회사는 안 굴러가’ → 신입이나 경력 사원들을 채용함 → 텃세 부림 → 신규 채용 인력들 못 견디고 나감 → 텃새 편에 붙은 자들만 살아남음 → 점점 더 경직된 조직으로 굳어감 → 어둠의 분위기. 새로운 시도 못 함 등등.
2) 한 사람에게 일이 다 몰림 → 너무 피곤하다고 틈날 때마다 하소연 → 나가겠소! 들이댐 → 에이 왜 그래~ 싼 신입 넣어주고 살살 달램 → 하지만 앙금이 남음 ‘넌 이미 떠날 마음 먹었던 놈’ 낙인 찍힘 → 슬슬 찬밥 대우 → 심할 경우, 형편 좀 나아지면 ‘저번에 나간다 해놓고 왜 안 나가냐’라는 무언의 압박 들어옴 → 아 씨발! 오기 생김 → 대결 모드 돌입. 조직 개판 됨.
어느 모로 봐도 누가 먼저 잘못했다 할 것 없이 조직이 망하는 분위기로 돌입하기 딱 좋은 게 바로 ‘영웅 모드’다.
영웅이 된 사람은 스스로 ‘나 없으면 이 회사는 안 굴러가’라는 착각에 빠지기 쉽고, 그가 일 처리를 독점하고 모든 걸 컨트롤 하는 바람에 다른 사원들, 특히 새로 들어온 사람들은 견디기 어려워하거나 그냥 경직된 일 처리 수준에 머물고 만다. 그정도 되면 슬슬 경영진들도 쟤를 어떻게 좀 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고, 그냥 이대로 살자 할 수도 있고.
최근에 미국 쪽 스타트업들은 직원들 휴가를 엄청 줘서 이런 ‘영웅 탄생 시나리오’ 자체를 없애버리자는 움직임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즉, 개발자에게 휴가를 한 달, 두 달 줘버리면 아무래도 한 개발자에게 의존하는 현상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러면 조직이 좀 더 건전하게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
이건 언젠가 또 다룰 때가 있을 테다. 지금은 더위에 지쳐 너무 피곤하고 귀찮아서 이만.
오늘의 결론: 휴가를 많이 줘라.
원문 : 빈꿈의 EMPTY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