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원으로 1년 동안 책과 장난감 마음껏 빌려보기
쉽게 싫증 내는 우리 아이들, 큰맘 먹고 사준 장난감이 며칠도 지나지 않아 방 한구석에 처박힐 때 많지요? 그렇다면 장난감 도서관을 이용해보세요. 동네마다 우리 아이에게 꼭 맞는 장난감을 빌릴 수 있는 공공시설이 있어요.
장난감 재사용은 버려지는 장난감 쓰레기로부터 우리 환경을 지켜내고 점점 얇아지는 지갑도 동시에 지켜 낼 수 있답니다. 어려서부터 나눠쓰고 빌려 쓰는 공유의 습관도 챙길 수 있어요. 장난감 도서관의 세계로 여러분을 안내합니다.
장난감 도서관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에서 위탁 운영하는 광명시육아종합지원센터의 주요 사업 중 하나입니다. 국가 위기인 저출산을 극복하고 건강한 보육환경을 조성하고자 마련됐어요.
장난감 도서관의 입구에 들어서니 알록달록 크고 작은 장난감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피셔프라이스(Fisher Price), 리틀타익스(little tikes) 등 비싼 가격 때문에 침만 꼴딱 삼켜야 했던 유명 브랜드 장난감도 많이 눈에 띕니다.
잠시 후 한 엄마가 두 살배기 아들의 손을 잡고 들어섰습니다. 신발을 벗기 무섭게 아이는 도서관 곳곳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장난감을 구경합니다. 엄마가 책을 고르는 사이 세워놓은 붕붕카에 올라타기도 하고 끌어보기도 합니다.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자주 오세요?”
“그럼요, 이용한 지 1년 반이 넘었는데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이 왔어요.”
무엇을 고를까 행복한 고민에 빠졌던 엄마와 아가는 기차와 책 2권을 최종으로 골랐습니다. 아이는 익숙한 자세로 컴퓨터 앞으로 다가가 장난감이 제 손에 들어오기까지 의젓하게 참고 기다립니다. 담당자는 엄마에게 사용법과 어떤 신체발달에 좋은 장난감인지를 설명해줍니다.
청결은 기본, 연회비 1만 원이지만 취약계층은 무료
한편에는 장난감 소독기가 한참 가동 중이더군요. 반납한 장난감은 소독을 거쳐 비닐봉지에 담긴 후 다음 아기 손님을 기다립니다.
지난 2011년 3월에 문을 연 이 장난감 도서관은 860개가 넘는 장난감과 2,000여 권의 도서를 비치했어요. 취학 전 영유아 자녀를 둔 광명시민이라면 연회비 1만 원을 내고 모든 장난감과 도서를 빌릴 수 있습니다. 외국인도 물론입니다. 여기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장애우 가족, 한부모 가족은 무료입니다.
사설 업체의 경우 한 달 회비가 평균 3만 원이 넘고 연회비는 최고 50만 원에 이르는 것에 비하면 정말 착한 가격입니다. 대여 기간은 14일이고 한 번에 장난감은 1개, 도서는 2권씩 대여 가능합니다. 기간 연장은 없고 동일 물품을 1개월 후에는 다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 가입은 모집 기간에만 가능합니다.
1만 원이라고 우습게 보시면 안 돼요. 상담을 맡은 직원은 모두 유아교육을 전공한 선생님들이십니다. 이분들의 철학에 부모의 희망 사항이 합쳐져 날로 번성한 장난감 도서관의 회원 수는 719명에 이릅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23명, 2005년 이래 연속 세계 최하위권이며 OECD 국가 중에서는 꼴찌입니다. 각종 보고서에 따르면 저출산의 가장 큰 요인이 바로 보육과 교육에 드는 경제적 부담 때문이라는데요. 영유아기 때는 장난감이 그중 하나를 차지합니다. 장난감을 통해 아이를 일찌감치 교육하고자 하는 부모의 욕구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장난감 도서관은 저렴한 비용으로 누구나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에 개방해 놓았어요. 영유아기의 발달상황에 꼭 맞는 장난감을 빌릴 수 있도록 유아교육 전공자들이 상담을 해주고 어린이들을 유해한 장난감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도록 안전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요. 또 소유보다는 공유의 가치를 널리 퍼뜨려 환경을 지켜내는 파수꾼이기도 합니다.
장난감 속에 추억을 담아주세요
송 정 광명시육아종합지원센터장은 장난감 도서관 사업의 진정한 의미는 값비싼 장난감을 단순히 싸게 빌릴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장난감을 매개로 부모와 아이가 소통하고 즐거웠던 경험과 추억을 공유해 행복한 가정의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이곳에서 비싸고 큰 장난감을 대여하고 싶어 합니다. 잠깐 쓰고 말 것들 위주로 말이죠. 하지만 이런 것들 대부분 장난감을 쥐여주는 순간 아이들의 시선을 온통 빼앗아 부모와의 교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좋은 장난감 도서관이란 단순히 사기 어려운 장난감을 빌려주는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빌려가는 부모님께 그 장난감이 가진 목적, 어떻게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어야 하는지 등을 설명해주는 것이죠.”
센터에서는 지난 5월 어린이날을 맞아 부모가 만들어주는 선물 ‘양말 인형 만들기’를 기획해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처음엔 반응이 시큰둥했지요.
“요즘 애들이 그런 것 갖고 노나요? 좋은 장난감이 지천에 깔렸는데….”
선생님들은 양말에 가치를 입혔어요. 부모가 만들어준 것에 그치지 않고 재미있게 인형극을 꾸밀 수 있도록 스토리를 만들고 동화 구연 방법을 가르쳐주었더니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었다는군요. 그래서 센터에서는 정기적으로 부모를 대상으로 연령에 따른 올바른 장난감 활용법과 책 읽어주기 교육을 실시합니다.
“추억이나 즐거움을 알려주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흔히 장난감을 한 아름 아이에게 안겨주고 나서 ‘내가 너한테 안 해준 게 뭐 있니?’라고 말합니다. 무엇을 사주었느냐가 아니라 함께 놀아준 기억이 남아요. 좋은 공을 여러 개 사주기보다는 한 개의 공이라도 함께 놀아주는 것이 좋습니다. 맞벌이라고 자책할 필요는 없어요. 짧게라도 매 순간 정성을 다하면 됩니다.”
놀잇감은 자연과 일상 속에 널려있어요
놀이연구학자들은 장난감 전문 판매점에서 흔히 접하는 다양한 기능을 한데 모아 이미 완벽하게 만들어진 놀잇감보다는 비구조적이고 즉흥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을 훌륭한 놀잇감으로 칩니다. 블록, 모래, 물, 흙, 나뭇잎처럼 말이죠. 아이들은 사람과의 상호작용에 의해서뿐 아니라 물건이나 대상물을 통해서도 세상과 관계를 배워갑니다.
“자연과 일상의 물건들은 최고의 놀잇감입니다. 모래로 오늘은 만두를 빚고 내일은 자동차를 만들고, 도시나 성을 만들었다가 무너뜨리고, 다시 세우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이야기를 만들고 감정을 표현하면서 상상력을 쑥쑥 키웁니다. 보자기로는 까꿍 놀이를 하면서 ‘있고 없고’의 존재감을 익히고 비싼 북을 사지 않아도 냄비를 두드리며 리듬과 소리를 배울 수도 있습니다.“
어린 시절 우리는 고무줄 하나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곤 했지요. 송 정 센터장은 이 고무줄놀이 하나에도 엄청난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합니다.
“다리를 막 움직이며 놀면서 박자 감각을 익히고, 아이들 사이에서 규칙을 배우게 됩니다. 자기 몸을 조절하는 능력이 신장돼 신체발달에 좋고 까르르 웃으며 친구관계도 좋아져요. 옛날의 장난감은 이처럼 1대 1 방식이 아니라 하나를 갖고 여럿이 놀았어요. 그런데 요즘 애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이 스마트폰입니다. 모여서 놀라 하면 각자 핸드폰 갖고 놀아요. 모여만 있을 뿐 각자 따롭니다. 이 안타까운 모습을 장난감 도서관을 통해 되돌려 놓고 싶습니다.”
좋은 그림책 선정위원이기도 한 송 정 센터장은 책도 훌륭한 놀잇감임을 강조하면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는 부모의 목소리라고 하더군요. 오늘 밤 머리맡에서 아름다운 목소리를 사랑하는 자녀에게 들려주세요. 아이들에겐 그 목소리가 최고의 장난감이니까요.
원문: 이로운넷 / 필자: 백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