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0일 사회적 경제 워크숍에서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기사를 읽었다. 최근에 읽은 사회적 경제 관련 글 가운데 가장 진지하고 솔직한 내용이라고 생각하여 소개한다.
본문에서 안희정 지사는 사회적 경제가 가지는 한계를 받아들이면서도 올바른 방향을 위해 인내심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노력하자는 당부를 한다. 그런데 기사 내용과 제목의 톤이 확연히 다르다. 마치 전혀 다른 글 두 편의 제목과 내용을 덧대어 놓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기사에서 안희정 지사가 ‘양극화’와 ‘실업’을 직접 언급한 부분은 아래와 같다.
“오늘날 많은 정치인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양극화, 실업 등 사회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상황이라 위기감마저 느낀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사회적 경제 등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내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고, 희망의 씨 뿌리기 노력은 계속 퍼져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그 위의 소제목은 “사회적 경제, 양극화·실업 등 사회문제 해결의 희망”으로 뽑아 놓았다. 논리가 약간 비약적이다. 안 지사는 “해결”이라는 단어는 쓰지 않았고, “희망의 씨 뿌리기”라는 표현을 써서 사회적 경제가 나아갈 길이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을 암시했다. 그런데, 소제목에서는 사회적 경제가 “사회문제 해결의 희망”이라고 언급했다. 심지어 기사 제목에는 “사회적 경제야말로” 문제 해결의 희망이라고 하면서 다른 해결책을 배제하기까지 하고 있다.
그냥 시장경제가 더욱 중요하다
말꼬리 잡기로 비칠까 두렵지만, 이건 단순한 표현상의 문제가 아니다. 글쓴이가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사실과 다르게 들린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와 사회적 경제 사이에서는 중요도(규모)에 대한 균형감이 중요하다.
횡령을 저질러 교도소에 수감 중인 재벌 회장이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가지고 얼마 전 책을 펴냈다. 본인이 경영하는 기업의 일부를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기도 하였고, 사회적기업 육성에 꽤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아마 똑같이 횡령을 저지르고도 갖은 질병을 핑계 대면서 형집행정지로 병원에 누워있는 다른 재벌 회장보다는 묵묵히 수감생활을 하면서 책까지 써냈다니 좋게 보는 시각도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것보다 본인이 경영하는 기업을 정당하게 경영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경제적 효과를 화폐로 환산하면 수백, 수천 배는 더 중요하고, 사회적 가치까지 고려하면 수만 배는 더 중요하다. 경제적 규모가 주는 영향력을 비교해 보라.
일부 기업인들이 온갖 나쁜 짓으로 뉴스란을 채우는 모습을 보면서, 시장경제와 기업의 속성이 원래 악하다는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성직자가 아무리 썩었어도 종교가 나쁜 것은 아니듯, 기업인이 썩었다고 시장경제가 악한 것은 결코 아니다.
사회적 경제는 보완책이지 대안이 아니다
소개한 글의 제목처럼 사회적 경제가 양극화와 실업 문제에 과연 ‘결정적’ 대안인가? 양극화와 실업 문제는 자산 보유와 소득의 불평등, 저성장이 핵심 원인인데, 사회적 경제가 여기에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는가? 경제성장과 그 과실인 소득의 공정한 재분배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집중해야 하는데, 마치 그걸 포기하고 경제 시스템을 사회적 경제로 대체하려고 하는 듯 하다.
하지만, 사회적 경제는 시장경제가 갖는 한계에 대한 보완책일 뿐이다. 시장경제를 대체할 수 없다. 따라서 보완책으로 활용하기 위한 정도의 관심에 합리적 수준에서 만족해야 한다. 우리는 더 중요한 문제에 유한한 자원인 ‘노력’을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횡령으로 수감 중인 재벌 회장은 사회적기업에 대한 책이 아니라 참회록을 먼저 써야 한다. 그래야 가석방을 받더라도 욕을 덜 먹을 것이다.
나아가서, 사회적기업을 지원할 것이 아니라 자기 기업을 법적, 도의적으로 정당하게 운영해야 한다. 연말에 다른 기업 눈치 보면서 불우이웃 돕기 성금액수 고민하지 말고 고객들에게 최선의 가치를 공급하고, 하청업체에 적절한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 복지 걱정하지 말고 같이 일하는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우선 노력해야 한다. 쉽게 말하자면 수감되기 전에 본인이 강연하러 다니던 주제인 “정도경영”을 본인이 실천하면 된다. 사회적기업에 대해서는 그 다음에 고민해도 늦지 않다.
우리도 균형감각을 찾자. 사회적경제에 한번 관심을 줄 때, 건강한 시장경제에 열번 관심을 보이자.
원문: 개발마케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