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네스티에서 ‘성매매 비범죄화’에 대한 입장을 검토 중이라는 기사를 얼마 전에 봤는데, 그 결론이 ‘처벌을 반대하는’ 성매매 비범죄화 및 합법화라고 하니 정말이지, 놀라운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성매매 노동자’의 입장을 중심으로 사고하게 된다면, 그래서 숙고의 숙고를 거듭하게 된다면 필연적으로 도출되는 결론이기도 하다. 앰네스티의 놀랍고 역사적이고, 용감한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왜 박수를 보내는지 몇 가지 질문을 통해 알아보자.
Q1. 성매매가 합법적으로 존재하면 좋은 점이 뭔가요?
A1. 성매매 행위 및 존재를 ‘합법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사회보험 혜택 및 노동3권 등을 포함해서 각종 ‘법적 권리’가 작동될 수 없다. 이는 논리적으로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다.
Q2. 강제적 성매매는 어떻게 하나요?
A2. 앰네스티는 ‘강제적인’ 인신매매(성매매) 등을 비(非)범죄화 및 합법화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혹시라도 ‘강제적인’ 성매매를 강조하며 앰네스티 결정을 비난한다면 그 사람은 ‘논점 일탈’에 해당한다.
Q3. 성매매 노동자의 ‘자발성’은 본질적으로는 ‘구조적인’ 강제에 입각한 것 아닌가요?
A3. ‘일반적인 노동자’의 취업 행위도 결국은 ‘구조적인 강제’에 입각한 것이다. 세상에 ‘구조적인’ 강제와 완전히 절연되어 있는 행위라는 것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구조적인 강제’이기 때문에 성매매 노동자를 처벌해야 한다면 동일한 논리구조로 ‘일반적인 노동자’의 취업 행위도 처벌해야 할 것이다.
Q4. 연합뉴스 기사에도 나왔듯, 포주와 성매수자에게 면죄부를 준 것 아닌가요?
A4. 동일한 논리를 ‘일반적인 노동자’에 적용해본다면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구매’하는 ‘자본가’와 ‘소비자’도 처벌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것을 안다.
Q5. 논점의 핵심이 뭔가요?
A5. 왜 하필 ‘섹스 서비스’를 사고 파는 행위는 ‘그냥 서비스’를 사고파는 행위와 구별되어서 취급되어야 하는지 여부이다.
Q6. 왜 구분되고 있나요?
A6. 인류 역사에서 아주 오랫동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성매매 행위는 ‘처벌’ 및 ‘비난’의 대상이었다. 왜? 여러 가지 가설이 가능하겠지만, 직관적으로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성’ 및 ‘성 행위’는 숭고한 것이다라는 ‘인식’(=이데올로기=관념)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Q7. 그럼, 성 그리고 성 행위는 왜 숭고하게 취급될까요?
A7. 성, 그리고 성 행위[섹스]가 ‘생명’ 및 ‘출산’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사회적 질서의 근간에 해당하는 ‘(일부일처제식) 결혼제도’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성매매를 처벌 및 비난하던 제도의 역사적 본질은 ‘결혼제도 바깥’의 성관계 일반을 규제하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결혼제도 바깥’의 성관계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유형이 성매매, 간통, 동성애였다.
이는 거꾸로 볼 때, 성매매가 합법화되어야 한다는 ‘인식’(=관념=이데올로기)가 형성되기 위한 ‘역사적 전제조건’을 추론할 수 있게 되는데, 그것은 ➀성행위[섹스]가 생명 및 출산과 ‘분리’될 수 있도록 피임기술 등이 고도로 일상화되어야 하고 ➁ “성은 숭고한 것이다”라는 관념이 취약해질 정도로 ‘성개방-성해방’ 문화가 발달해야 하며 ➂ ‘결혼제도 바깥의 성관계’인 성매매가 용인될 정도로 (평생계약을 본질적 특징으로 하는) 일부일처제식 결혼제도가 이완되고, 그밖에 비혼(非婚), 동성애, 이혼 문화의 일상화 등이 비중있게 자리잡아야 한다.
앰네스티의 공식적 입장채택이 ‘역사적인’ 결정인 이유
이는 전세계적으로 성매매 논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성매매가 합법화되어야 한다는 인식=관념=이데올로기는 ‘특정한 역사적 전제조건’에 의해서 형성되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 피임, 결혼, 비혼 제도를 둘러싼 국가의 발전단계에 따라서 그 조건은 매우 상이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유럽과 아시아-이슬람 국가의 발전정도는 매우 다르다고 볼 수 있다. )
한국에서 ‘성매매 여성’의 처벌을 포함한 성매매방지법을 주도했던 한국의 여성운동은 이제 ‘유럽의 여성운동 세력’과 ‘동성애자 인권운동 세력’ 그리고 ‘국제적인 인권단체 앰네스티’의 결정에 대해서 어떤 입장과 태도를 보여줄 것인지 매우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나는 성매매방지법 제정을 주도했던 대한민국의 모든 여성단체들이 앰네스티의 결정에 대해서 찬성을 하든, 반대를 하든 어떤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훗날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들의 공식입장은 ‘역사적인’ 문헌으로 남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비극의 한 장면이고 어쩌면 희극의 한 장면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