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디언의 「The art of the urban nap: let’s lose the stigma of public snoozing」을 번역한 글입니다.
서구인들은 일본의 이네무리(居眠り)라는 문화를 진심으로 부러워합니다. 아마 유럽이나 북미의 직장에서 누군가 이네무리를 한다면 그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문자 그대로 번역하면 이네무리는 ‘자면서 그곳에 있는 것(being present while sleeping)’입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일본에서는 회의장에 앉아서, 또는 강연을 듣는 것처럼 무언가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잠을 잘 수 있습니다.
독특한 일본의 ‘이네무리’ 문화
서양에서 근무 시간에 잠을 자는 것은 곧,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한다는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일본에서 이네무리는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그가 너무나 자기 일에 몰두한 나머지 순간적으로 피로해져 잠에 빠졌다고 생각합니다.
적절하게 사용될 경우 이네무리는 바빠서 점심을 못 먹었다든지, 답하지 못한 이메일이 200개가 남은 것 같은 작은 실수 정도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이네무리는 적절하게 행해야 합니다. 곧 이를 위해 지켜야 할 법칙이 있습니다. 일본 문화에 정통한 케임브리지 대학의 사회학자 브리짓 스테거는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이 누구냐가 중요합니다. 만약 당신이 신참이고 얼마나 일을 열심히 하는지를 보여줘야 한다면 당신은 잠들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당신이 40-50대이며 지금 하고 있는 이야기가 당신의 일이 아닐 때는 잠을 청할 수 있습니다. 지위가 올라갈수록 더 쉽게 잘 수 있습니다.”
이네무리에서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바로 자세입니다. 이는 당신이 잠을 피하고자 노력함에도 어쩔 수 없이 잠드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회의에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야 합니다. 테이블 아래 같은 곳에서 잠들어서는 안 됩니다. 발표를 주의 깊게 듣고 있다는 듯 앉아서 그저 머리를 떨군 자세여야 합니다.”
적절한 상황에서 당신은 5분이건, 30분이건, 한 시간이라도 필요한 만큼 잘 수 있습니다. 누가 당신에게 말을 걸면 그때 깨어나 답을 하면 됩니다. 친구들에게는 나중에 회의 중에 이네무리를 했다고 자랑스럽게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종종 그러곤 한다고 덧붙이고요. 그러나 회의 중 언제 잠을 자도 되는지를 회의 전에 미리 알아보는 일은 해서는 안 됩니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잠을 적게 자는 나라입니다. 혹은 연구에 따라 한국에 이어 두 번째라고 발표되기도 합니다. 아마 이것이 이런 특별한 해결책이 존재하는 이유일 겁니다. 그러나 낮잠을 필요로 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러프브로, 펜실베니아, 캘리포니아 대학 등에서 행한 여러 연구가 10-20분의 수면이 가져다주는 즉각적이고 명백한 이득을 보여줍니다.
간단히 말해, 전 세계의 거의 모든 사람들, 특히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낮잠을 편하게 잘 수 있을지를 지금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2000년, 북부 독일의 벡타시는 공무원들에게 낮잠을 허용함으로써 잠시 동안 유명세를 누렸습니다. 이들은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지만 다른 도시가 그들을 따라 하게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오늘날 런던에서 낮잠을 자기 위해서는 웨스트엔드의 마가렛 댑스 같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음이온 소금”을 뿌려주는 찜질방(낮잠 한 번에 약 6만 원, 10번에는 약 44만 원)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또는 런던 시내에 수백 개가 있는 ‘낮시간(day use)’용 호텔(최저가 8만 원)을 이용해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런던의 클러큰웰 디자인 주간(Clerkenwell Design Week) 동안 피곤한 직원들은 설치된 슬리퍼리(sleeperie)에서 10분 동안 눈을 붙일 수 있습니다. 물론 날씨가 좋다면 공원에 누울 수도 있습니다. 이 정도가 런던에서 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지난 봄, 이런 전 세계적 수요를 눈치챈 네덜란드의 두 개발자는 구글맵에 낮잠을 잘 수 있는 곳을 표시할 수 있는 구글냅(Googlenaps)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일본과 다른 동아시아 국가에는 사람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잠을 잘 수 있는 캡슐호텔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낮잠보다는 밤잠에 쓰입니다.
스테거는 캡슐호텔과 이네무리가 있음에도 pc방과 만화방에서 낮잠을 자는 일이 도쿄에서는 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낮잠을 간절히 원하는 이들은 머리에 쓰는 ‘타조베개(ostrich pillow)’를 찾습니다. 물론 보기 흉하다는 점은 극복해야 합니다. 런던, 뉴욕, 도쿄 등의 도시에서 가능한 보다 현실적인 방법은 화장실에 가거나 안락의자를 찾는 것입니다.
낮잠을 고려한 설계가 부족한 현대의 근로환경
낮잠을 위한 공간이 가장 필요한 곳은 공항, 기차역, 그리고 사무실일 것입니다. 실제로 수면실이나 수면의자가 설치된 곳들도 있습니다. 애플, 나이키, BASF, 오펠, 구글, 허핑턴 포스트, 프락터앤 갬블(P&G)에는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낮잠용 시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가디언에는 없습니다.) 맨체스터 대학과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에도 이런 시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실제 수요를 다 채울 정도로 많은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화장실은 하루 중 고르게 사용되지만 낮잠에 대한 수요는 오후가 시작될 때로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는 변기의 갯수보다 훨씬 많은 수면시설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하지만 이런 기구들은 아직 충분히 설치되지 않고 있습니다. 영국의 슬립박스(Sleepbox)와 뉴욕의 라이벌인 메르토냅(Metronaps)에 연락해 보았지만 이들은 판매량이 늘고 있다고만 말했을 뿐 전체 판매량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습니다. 메트로냅 웹사이트에는 수백 개가 팔렸다고 되어 있습니다. 메트로냅의 대표 크리스토퍼 린드홀스트는 말합니다.
“(직원들의) 작은 노력만으로도 직장 문화의 패러다임 변화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그가 옳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작은 노력’은 사실 보기보다 더 힘든 것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근본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잠이 가진 특징입니다. 화장실과 달리, 사람들은 잠을 자서는 안 되는 상황에서는 잠을 참을 수 있으며, 그 때문에 직장에서는 잠을 자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잠은 생리학적 현상처럼 흉하거나 비위생적이지도 않으며, 따라서 때때로 잠에 빠져드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잠을 허용해야 하고 이를 위한 독립적인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더 들어서기 어렵습니다.
한편 수면은 가능한 한 개인적인 장소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1998년 코넬의 심리학자 제임스 마스가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알려진, 낮잠의 효과를 말하는 ‘파워 냅’이라는 개념은 아직 이론적으로만 다뤄지며 현실에 적용되고 있지 못합니다. 사실 이 단어처럼 잠을 어떤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행동으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가 가진 잠에 대한 이미지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메트로포드 사가 사무실용 침대의 이름을 에너지포드라고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로요.
사실 사람들이 밤늦게까지 깨어있게 된 것은 편안한 사무실에서 하루종일 앉아 일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곧 도시 생활의 일반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또한 도시가 커지면서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졌고, 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하루를 일찍 시작하게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집과 일터의 거리가 멀어졌기 때문에 집에서 점심시간에 낮잠을 즐기는 것도 어려워졌습니다.
오늘날 통근열차가 공공장소에서의 잠이 허용되는 곳이라는 사실은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물론 가장 낮잠이 필요한 점심시간 이후에 통근열차를 타는 일은 드물지요. 일과 중에 잠을 몰아낸 대신, 우리는 그 자리를 여러 잔의 커피로 채우게 되었습니다. 커피 산업이 지난 20년간 가장 크게 성장한 산업 중의 하나라는 사실은 우연이 아닙니다. 커피는 돈이 드는 반면 낮잠만큼의 효과를 주지는 못합니다. 어쨌든 오늘 몇 잔의 커피를 마셨는지 서로 자랑하는 건 일종의 서구의 이네무리라고 할 만하지요.
세계의 낮잠 문화
한편 낮잠 문화를 가진 나라에서도 그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스페인과 여러 라틴아메리카 국가의 시에스타는 프랑스의 점심 휴식시간과 이탈리아의 긴 점심시간인 리포조(riposo)와 함께 서서히 없어지고 있습니다.
이를 안타까워하는 것도 일리는 있지만 긴 점심 휴식 시간이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도 있습니다.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모두 일하고 있는 시간에 사무실을 비우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합니다. 저녁 늦게까지 일하게 만듦으로써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들과 보낼 시간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입니다.
오늘날 가장 바람직한 낮잠 문화는 중국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중국의 남방과 북방 지역 모두에서 발견되는 이 국가 차원의 관례는 (점심시간 동안의 낮잠 혹은 휴식(xiu xi)를 의미하는) 오수(wu shuy)라고 불립니다. 다른 모든 국가 차원의 관례와 마찬가지로 오수에도 정치적 역사가 있으며, 모든 기관에서 택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일과 중에 자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국인들 사이에 부끄러운 일이 아닌 것은 사실입니다. 실제로 휴식의 권리는 마오쩌둥의 교시에 구체적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낮잠의 문화가 보다 일반화된다면 건강과 생산성의 측면에서 얻는 이득은 매우 클 것입니다. 게다가 낮잠은 일터를 더 흥미로운 곳으로 만드는 효과도 있습니다.
“때로 어떤 이들은 일부러 자는 척하지요.”
이네무리에 대해 이야기하며 스테거는 말합니다.
“다른 사람의 방해를 받고 싶지 않을 때 자는 척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내가 아는 어떤 고위직 임원은 사람들이 자신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도록, 일부러 자는 척합니다… 물론 그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다 듣고 있죠. 게다가 사람들도 그가 사실 자는 척한다는 사실을 대체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그들도 솔직하게 말하는 척하면서 의견을 이야기하죠.”
이런 사무실 분위기라면 피곤해서 눈을 좀 붙인다고 해서 다른 이에게 미안한 마음은 전혀 안 들 것 같군요.
원문: 뉴스페퍼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