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동양에서는 이레(7일)를 한 묶음으로 해서 시간을 구분하는 관습이 없었다. 고대 중국인들은, 고대 이집트인들이나 그리스인들이 그랬듯이, 열흘을 단위로 날짜를 끊었다. 그 흔적이 지금껏 남아 있다. 초순, 중순, 하순이라고 할 때 ‘순(旬)’이 바로 한 달을 열흘 단위로 끊어서 센 시간의 단위이다. 요즘 잡지들은 주간, 격주간, 월간, 격월간, 반 년간, 연간 등만 있지만 불과 30년 전만 해도 ‘순간(旬刊)’잡지가 있었다. 열흘에 한번 나오는 잡지이다.
시간을 7일씩 끊어서 사회생활의 리듬을 삼는 관습은 구약성서의 ‘창세기’에 기원을 두고 있는 유태교-기독교적 전통이다(성서는 하느님이 엿새 동안 천지를 창조하시고 이레째에는 쉬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 관습이 3세기에 유럽에 도입됐고, 이제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에서 그 전통을 받아들이고 있다. 오늘은 일주일의 각 요일에 담긴 다양한 의미를 살펴보려고 한다. 고종석의 <7일 간의 영어여행>에 나오는 얘기를 근간으로 한다.
퀴즈 하나 내겠다. 일주일 중 첫 번째 요일이 무슨 요일인 줄 아는가? 혹시 월요일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가.
그렇담 이제부터 달리 생각해야 한다. 일주일의 시작요일, 즉 첫 번째 요일은 단연코 일요일이다. 달력을 보라. 맨 앞에 무슨 요일이 나오는가. 더 말할 것도 없다. 기독교에서 일요일은 주님의 날, 즉 주일이기도 하다. 기독교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각 요일의 어원을 좇아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일주일의 이름은 모두 태양계행성의 이름이니 말이다. 그중 일요일은 태양계의 중심인 태양을 가리키니까 응당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정리해 보자.
- 일요일 Sunday – Sun 태양
- 월요일 Monday – moon 달
- 화요일 Tuesday – Mars 화성
- 수요일 Wednesday – Mercury 수성
- 목요일 Thursday – Jupiter 목성
- 금요일 Friday – Venus 금성
- 토요일 Saturday – Saturn 토성
1. 일요일 Sunday – Sun 태양
일주일의 첫 번째 날(the first day of the week)이자 태양의 날인 일요일(Sunday)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기독교인들은 일요일을 주일(主日, the dominical day, 또는 the Lord’s day)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날은 일손을 멈추고 교회에 나가 예배(service)를 보는 날이고, 어린이들은 주일학교(Sunday school)에 참석하기도 한다. 또 일요일엔 오랜만에 화려한 옷, 가장 좋은 옷(Sunday best, 또는 Sunday clothes)을 입고 나들이를 하기도 한다.
거두절미하고 일요일은 태양의 날이다. 태양(Sun)은 지구로부터 1억 4960만 킬로미터(1AU) 떨어져 있고, 지름은 약 1,392,000㎞나되고 질량은 1.9*10의 30㎢(지구의 약 33만 배)나 된다. 또 태양은 수소 75%, 헬륨 25%로 이루어져 있다.
Sun의 형용사로는 solar(태양의)와 sunny(태양처럼 밝은, 명랑한)가 있다. 그중 solar의 쓰임새가 다양하다. 우선 solar는 태양신의 이름인 sol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고 보니 태양신을 의미하는 단어가 더 있다. Sol과 Apollo는 로마의 태양신이고, 그리스의 태양신은 Helios와 Apollon이었다.
어떤 단어에 helio가 접두어로 나오면 그건 모두 태양과 관련된 단어라는 걸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경우이다. heliocentric theory은 태양중심설, 즉 지동설이다. 반대말은? helio의 반대말인 geo(땅, 지구)을 쓰면 된다. 그래서 geocentric theory은 지구중심설, 즉 천동설이 되는 거다. 땅 혹은 지구의 의미를 가진 Earth가 접두사로 나올 땐 geo가 되고 접미사일 때는 ‘gee'(소녀시대의 노래제목이기도)가 된다는 것도 알아두면 유용할 듯하다.
태양과 관련한 접두(미)사 3총사는 ‘-photo, -chrom, -thermo’이다. 태양이 우리에게 준 세 가지 선물, 즉 빛, 색, 열을 뜻한다.
2. 월요일 Monday – moon 달
일주일의 둘째 날인 월요일(Monday)은 ‘달(moon)의 날’이다. 라틴어로는 lunis dies였고, 고대 영어로는 monadaeg, 거기서 나온 말이 moon과 month이다. 독일어로는 Montag인데, 그 역시 ‘달(Mond)의 날(Tag)’이라는 뜻이다.
우리말에 ‘월요병’이라는 말이 있듯이 영어에도 Mondayish(일할 마음이 내키지 않는)라는 말이 있다. 월요일 아침의 심란한 마음 상태를 Monday morning feeling이라고 하는데 그건 직장인이나 학생이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학생들이 쓰는 속어에도 방학 후의 첫 월요일, 즉 개학 날과 겹친 월요일을 뜻하는 Black Monday라는 표현이 있으니 말이다. 주식시장에도 Black Monday라는 말이 있다. 1987년 10월 19일(월요일), 뉴욕의 다우존스 평균주가가 폭락하면서 만들어진 말이다.
이래저래 월요일은 우울한 날인 게 분명하다. 오죽했으면 Blue Monday라는 말이 나왔을까. 여기서 blue는 ‘우울하다’는 뜻인데, I feel blue라고 하면 ‘난 우울해’라는 뜻이다. 달(moon)과 관련된 blue도 있다. once in a blue moon이라는 표현은 ‘아주 드물게, 일생에 한 번’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달은 또한 우리에게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존재이기도 하다. 지구의 유일한 자연 위성이니 말이다. 한편, 달은 인간의 광기(insanity, madness)를 상징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moonstruck, moonstriken, moonish라는 말은 모두 ‘미친, 감상적인, 변덕스러운’이라는 뜻이다.
sun에 sunny 외에 solar라는 형용사가 있듯이 moon에도 moony라는 형용사 외에 lunar라는 라틴어에서 온 형용사가 있다. 그중 주로 쓰이는 것 역시 lunar이다. lunar calendar(음력), lunar lander(달 착륙), lunar orbit(달 궤도) 등의 단어가 그런 경우다.
달과 관련한 단어이면서 일상어처럼 쓰이는 단어들이 꽤 많다. lunarian(달에 대한 특별한 지식이 있는 사람), lunate(초승달 모양 따위), lunacy(정신이상이나 광기), lunatic(미친, 미치광이의 뜻), lunanaut(달여행 우주비행사) 등이 그런 것들이다.
sun의 의미를 지닌 그리스어 계통의 어근 ‘helio-‘ 가 있듯이 moon의 의미를 지닌 그리스어 계통의 어근도 있다. 그게 바로 ‘seleno-‘인데, 달 혹은 달의 여신을 뜻하는 그리스 단어인 selene의 연결형이다. 로마 신화의 Luna는 그리스 신화의 Selene인 셈이다.
로마에서는 달의 여신으로 Luna를 두고 있었지만 때론 달의 여신을 Diana라고도 불렀다. Diana는 달의 여신으로 처녀성(virginity, maidenhood)과 사냥의 수호신이기도 하다. 그리스에서는 이미 알고 있다시피 Artemis였다. 어떤 신화에 보면 달의 여신 Luna는 세 개의 인격을 지닌 것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달의 여신으로서는 Luna라고 불리고, 지상의 여신으로서는 Diana라고 불리며, 지하의 여신으로서는 Hecate라고 불렸던 거다.
Diana가 밤을 환히 비추는 달빛을 상징하는 반면, Hecate는 밤의 어두움과 공포를 상징한다. 그래서 Diana는 어두운 골목골목을 자신의 빛으로 지켜주는 착한 여신이지만, Hecate는 밤의 무덤을 배회하고 사람들을 겁주는 악의 여신이었던 거다. 말하자면 Hecate는 마녀의 여신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Diana는 밤의 공포를 없애주는 여신, 그중에서도 특히 교차로의 Diana라고도 합니다. 왜냐하면 밤길을 걸을 때 위험하고 무서운 곳인 교차로를 그녀가 지켜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Diana는 다시 Trivia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영어에서 trivia는 ‘하찮은 일, 사소한 일’이기도 하지만 어원적으로는 ‘세 길이 만나는 곳'(tri-는 ‘셋’, via는 ‘길’) 즉, Crossway와도 비슷한 곳이다. 어두운 밤, 가장 위험한 교차로에 서게 되면 Diana 혹은 Trivia를 생각하라. 그럼 그녀들이 환한 달빛으로 감싸줄 테니까 말이다.
3. 화요일 Tuesday – Mars 화성
화요일(Tuesday)은 ‘일주일의 세 번째 날’이고 ‘화성(Mars)의 날’이다. 화성은 지구와 목성 사이에 궤도를 두고 있는 행성(planet)이다. 화성의 1년은 지구 시간으로 계산하면 686.98일이나 된다. 지구가 달(Moon)이라는 위성을 가진 것처럼 화성 역시 두 개의 위성을 거느리고 있다. Phobos와 Deimos가 그것들이다. 이 위성들은 Mars의 아들 이름이기도 하니까 꼭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Mars는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전쟁의 신’이다. 마찬가지로 다른 신화에도 공통적으로 전쟁의 신이 등장하고 있다. 게르만 신화에서 전쟁의 신은 Tiw이고, Tiw는 또 Tyr 또는 Tig로도 불렸다. 그리스 신화에선 물론 Ares였지만 말이다.
게르만 신화의 Tiw는 게르만 최고의 신인 Woden(얼핏 봐도 수요일과 관련이 있을 것 같은 느낌^^)과 최고의 여신 Frigg(암만 해도 금요일과 연관되었을 것 같은 느낌^^)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Mars가 로마 최고의 신 Jupiter와 최고의 여신 Juno의 아들인 것과 마찬가지인 거다.
Mars는 전쟁에 나갈 때마다 반드시 챙기는 게 있었는데 그게 바로 전쟁의 네 가지 상징으로 굳어졌다. 독수리(vultures), 맹견(dogs of prey), 방패(shield), 칼(sword)이 그것들이다. Mars에겐 또한 무시무시한 이름을 지닌 아들들이 있었다. 아들들의 이름은 각각 Fear(두려움), Panic(당황), Terror(공포), Tremble(전율)이었다. 앞서 화성의 위성이름이 되었던 Phbos와 Deimos 또한 아들들이다.
화요일이 ‘군신(전쟁)의 날’이라면 3월(March)은 ‘군신의 달’이다. 3월을 뜻하는 영어 March는 ‘Mars의 달’을 뜻하는 라틴어 Martius에서 온 것이다. 행진하다의 뜻의 march도 마찬가지이다. 뜻은 ‘군인처럼 걷는다(to walk like a soldier)’이다.
4. 수요일 Wednesday – Mercury 수성
수요일은 일주일의 네 번째 날인 ‘수성(Mercury)의 날’이다. 현대 영어의 Wednesday는 고대 영어의 wodnes daeg이 변한 말이고, Woden의 날(Woden’s day)이라는 의미의 wodnes daeg는 Mercurii dies를 번역한 말이다.
수성은 태양계의 행성 가운데 가장 작은 행성이자 태양과 가장 가까운 행성이다. 수성의 적도 지름은 4,878㎞이고, 수성의 1년은 지구 시간으로는 87.969일밖에 안 된다.
수성을 뜻하는 라틴어 Mercurius는 본디 로마 신화에서 상업을 주관하던 신의 이름인데, 옛 영국인들을 포함한 옛 게르만인들은 자기들 신화의 Woden 신을 로마 신화의 Mercurius 신에 비교하여 ‘Woden의 날’이라고 번역했다. 게르만 신화의 Woden은 로마 신화의 Jupiter(그리스 신화의 Zeus)처럼 다른 신들의 위에 있는 최고의 신이다. 참고로, 오늘날 영어에선 Woden을 Odin이라고 쓴다.
Mercurius는 다른 행성들의 이름과 마찬가지로 뒷날 금속 이름을 가리키게 되었다. 화성의 Mars가 ‘철’이 되었듯이, 라틴어 Mercurius는 우리가 ‘수은’이라고 부르는 금속을 뜻하기도 하는 거다. 소문자 mercury는 ‘수은’이며 같은 뜻의 단어로는 quicksilver(quick살아있는 + silver은)라는 뜻이다. 고대 영어에서 quick은 ‘빠른’이라는 뜻 말고도 ‘living이나 alive’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mercury는 중독성 금속이기도 하다. 그래서 하천에 버려진 수은이 강을 오염시키고, 그 오염이 먹이사슬을 통해 사람에까지 이르러 인체 내에 수은이 쌓이면 실명을 유발하기도 하고 결국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그렇게 수은 중독(mercury poisoning)은 무서운 병이고, 환경에도 치명적이다. 참고로, 환경을 뜻하는 environment는 지구의 땅, 바다, 대기(the earth’s land, sea, and atmosphere)를 말한다. 환경을 연구하는 학문을 생태학(ecology)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eco-는 economy(경제학)의 eco-처럼 고대 그리스어로 ‘집’이라는 의미를 지닌 어근이지만, 현대 영어에서는 흔히 ‘환경’이라는 의미를 지닌 접두사로 쓰인다.
로마의 신 Mercury는 ‘상업의 신’이면서 또한 그리스의 신 Hermes(심부름, 사자의 신)와 비슷한 의미를 가진 신이기도 하다. 눈치 빠른 분이라면 그새 상품을 뜻하는 merchandies나 상인을 뜻하는 merchant가 어디서 나온 단어인지 눈치 챘을 것이다. ‘상업, 교역’을 뜻하는 commerce 또한 라틴어 merx에서 나온 말이다. merx의 영어식 표현인 merce에 ‘함께’라는 의미를 가진 접두사 ‘com-‘이 붙은 것뿐이다.
commerce의 형용사는 commercial이다. commercial art는 상업미술이고, commercial attache는 대사관의 상무관이며, commercial broadcasting은 상업방송, commercial law는 상법, commercial paper는 상업어음, commercial transaction은 상거래가 되는 거다.
장사의 신인 Mercury와 한 가족인 단어로 market을 빼놓을 수 없다. 상품(merchandise)을 교역(commerce)하는 상인(merchant)들의 활동공간이 바로 시장(market)이고, 이런 상거래(commercial transaction)를 주관하는 신이 바로 Mercury이니 말이다.
Mercury는 상업의 신이면서 ‘학문의 신’이기도 하다. 로마의 신인 Mercury에 대응하는 그리스의 신은 Hermes인데 그는 상업의 신일 뿐만 아니라 다른 신들의 사자(使者, messenger), 심부름꾼 구실을 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Hermes는 그 밖에도 기술의 신, 수나 기호에 관한 학문의 신, 웅변의 신(god of oratory and rloquence), 도둑들의 신(god of thieves), 여행자들의 신(god of travellers)이기도 하다. 기술의 신, 수와 기호에 관한 학문의 신으로서의 Hermes에서 hermetic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hermetic은 ‘연금술의’, 밀봉(밀폐)한’이라는 뜻이다.
연금술을 뜻하는 더 일반적인 말은 alchemy인데, 연금술사는 alchemist라고 한다. alchemist는 최초의 화학자들이었던 셈인데, 연금술이 화학(chemistry)을 낳았기 때문이다. 사실 연금술사alchemist와 화학자chemist는 어원적으로 완전히 똑 같은 말이다. alchemist의 al-은 영어의 the에 해당하는 아랍어 정관사일 뿐이다.
5. 목요일 Thursday – Jupiter 목성
일주일의 다섯 번째 날인 목요일(Thursday)은 ‘목성(Jupiter)의 날’이다. 목성은 태양계 행성 가운데 가장 큰 행성이며, 태양으로부터 다섯 번째의 궤도를 돌고 있는 행성이다. 목성의 1년은 지구 시간으로는 약 11.86년이고, 16개의 위성을 지녔으며, 그 중 가장 큰 위성은 지름이 3242㎞인 이오(Io)이다.
행성이름 Jupiter와 Jove의 형용사는 Jovian이다. 그러니까 Jovian은 ‘주피터 신의, 목성의’라는 의미이다. 이와 관련된 또 다른 행용사로 jovial이 있는데 그 뜻은 ‘유쾌한, 명랑한’ 정도이다.
Thursday에 들어있는 thunder는 일차적으로 ‘천둥’이라는 뜻이지만, 천둥처럼 시끄러운 비난이나 탄핵의 목소리를 뜻하기도 한다. 예컨대 thunder and lightning은 일차적으로는 ‘천둥과 번개’지만 비유적으로는 ‘거센 비난이나 공격’을 의미하기도 하는 거다. 또 thunders of the Church는 교회의 분노를 의미한다.
thunderbolt 벼락, 번개/ thunderclap 천둥소리/ thundercloud 뇌운/ thunderhead 소나기구름, 뭉게구름, 뇌적운/ thunderpeal 천둥소리/ thunderstroke 낙뢰
Jupiter는 그리스의 Zeus와 같은 신이라고 했으니 Zeus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신 중의 왕인 제우스는 바람둥이로 유명하다. 그는 우선 일곱 번을 결혼했는데 순서대로 그의 아내들은 Metis, Themis, Eurynome, Demeter, Mnemosyne, Leto, Hera이다. 각각의 아내들 사이에 낳은 자녀들을 일람하려면 한 회 분량으로는 안 될 정도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바람둥이 제우스는 정식으로 결혼한 아내들만으로도 성이 차지 않았나 보다. 그의 연애 상대는 여신만이 아니라 요정이든 사람이든 아름답기만 하면 가림이 없었고, 바람을 피우기 위해서 자신의 모습을 여러 가지로 바꾸기도 했다. 제우스의 바람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별도로 정리봐야겠다.
6. 금요일(Friday)은 ‘금성(Venus)의 날’
일주일의 여섯 번째 날인 금요일(Friday)은 금성(Venus)의 날이다. 금성은 수성과 지구 사이에 궤도를 두고 있는 행성이다. 금성의 1년은 지구 시간으로는 224.7일이다. 금성은 아주 독특하게도 자전 방향이 지구와는 반대이기도 하다. 자전(rotation, 공전은 revolution)의 속도도 아주 느려서 금성의 하루는 지구 시간으로 무려 243일이나 된다. 얼추 하루가 지구의 일 년에 맞먹는 거다.
금성이라는 뜻의 Venus는 로마 신화에서 ‘아름다움과 사랑의 여신’이다. 그리스 신화의 Aphrodite에 해당되겠다. 또한 Venus라는 단어는 연금술 용어로는 ‘구리(copper)’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금성이라는 의미의 Venus가 저녁에 서쪽 하늘에서 반짝일 때는 Hesperus, 또는 Vesper라고 부르기도 하고, 더 쉬운 말로는 evening star라고 한다. 우리말로는 ‘개밥바라기’라고 한다. 금성은 또한 새벽에 동쪽 하늘에서 반짝이기도 하는데 그때의 이름은 Lucifer이고, 쉬운 말로는 morning star이다. 물론 그때를 가리켜 부르는 우리말도 있다. 워낙에 많이 알려진 ‘샛별’이 그것이다.
일전에 앙드레 모루아의 <영국사>(김영사, 2013)를 읽고 “영어의 지명 끝에 체스터chester나 세스터cester가 나오는 도시는 대부분 로마군 정복시대의 야영지(castra)였던 곳이다”라는 얘길 들려준 적이 있다. Colchester나 Gloucester 등이 그런 도시들이다.
신화의 주인공인 신이나 반신(demi-god)의 이름과 그의 상징을 분명히 알고 있으면 거기서 파생된 다양한 단어들의 의미는 저절로 알게 되는 수가 있다. 그래서 영어공부를 제대로 하려면 먼저 그리스로마 신화와 고대 로마의 역사를 읽으라는 얘기가 나오는 거다.
영어단어 Venus는 ‘밀로의 비너스’(Venus of Milo)처럼 외모가 아름다운 여성을 뜻하는 단어가 될 뿐더러, 성애, 색정 따위의 의미를 가진 단어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Venus의 형용사 venereal은 ‘성욕의, 성교의, 성병의’를 뜻하게 되는 거다. 흔히 VD로 약칭하는 venereal disease는 성병을 의미하고, venereology는 ‘성병학’을 뜻하고, 그 분야가 전공인 의사를 venereologist라고 한다. 성적 탐닉, 호색을 뜻하는 venery라는 말도 있다.
사실은 독약을 뜻하는 venom이나 그것의 형용사인 venomous도 Venus와 관련 있는 말이다. 사랑의 미약(love potion, love powder, love philter)은 흔히 독약이 되는 거다. 그러고 보니 같은 신인 그리스 신화의 Aphrodite로부터도 사랑의 의미를 담은 영어 단어가 나왔다. aphrodisiac(성욕을 일으키는, 최음제)이 그것이다.
영어로 4월을 뜻하는 April 도 어원적으로 Aphrodite와 관련이 있어요. 그러니까 4월은 Aphrodite의 달인 셈인데, 그의 애인이었던 전쟁의 신 Mars에서 온 March가 3월인 이유는 묘한 느낌을 준다. 연인들이 달 이름으로나마 붙어있는 모습이다. 물론 6월을 뜻하는 June은 주피터의 아내인 Juno에서 나온 이름이다.
7. 토요일 Saturday : Saturn 토성
토요일(Saturday)은 일주일의 일곱 번째 날이면서 ‘토성(Saturn)의 날’이다. 토성은 수성(Mercury), 금성(Venus), 지구(Earth), 화성(Mars), 목성(Jupiter)에 이어 태양계(the solar system)에서 태양에 여섯 번째로 가까운 행성(planet)이고, 목성 다음으로 큰 행성이기도 하다. 토성의 1년은 지구 시간으로는 29.46년이고요, 적어도 22개의 위성을 거느리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커다란 것은 Titan이고, 토성의 고리를 Saturns’ rings라고 한다.
Saturn은 본디 로마 신화에서 농업을 주관하는 신(Saturunus)의 이름이었다. 연금술 용어로는 납(lead)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영어 Saturn은 토성이라는 뜻 외에 ‘농업의 신’의 이름을 겸하고, 또 ‘납’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Saturnus 신은 Jupiter 이전의 황금시대(the Golden Age)의 주신으로서 Jupiter의 아버지인 그리스 신화의 Cronos에 해당한다. 황금시대란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인류의 첫 번째 시기를 가리킨다. 그 시대는 인류가 아무런 죄도 짓지 않던 시기였다. 날씨는 늘 봄이었고, 아픈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며,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도처에 널려 있어 아무도 일할 필요가 없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고대 로마 시절엔 추수를 마칠 무렵 12월 17일부터 일주일 동안 Saturnus를 받드는 ‘농신제’를 올렸는데, 이 축제를 Saturnalia라고 부른다. 이걸 소문자로 쓰면 ‘흥청망청 놀고 마시는 잔치나 방종의 시간’을 뜻하기도 하다.
실제로 고대 로마시대의 농신제의 분위기가 그랬다고 한다. 축제 기간 중에는 노예들이 주인들을 마음대로 조롱할 수도 있고, 범죄자들도 처벌을 받지 않았으며, 학교는 문을 닫았다고 한다. 친구들끼리는 선물을 교환하고, 개인들 사이의 싸움이나 나라들 사이의 전쟁도 중지되었다고 한다. 축제 기간 사람들은 오로지 환락과 난봉 속에 빠져들었는데, 그래서 ‘saturnalia of crime’이라고 하면 마구 저지르는 범죄라는 뜻이 된다.
Saturnia는 로마 신화에서 이탈리아(Italy)를 가리킨다. 황금시대에 Saturn이 다스리던 곳이 이탈리아였기 때문이다. 또한 Saturnia는 Jupiter의 아내인 Juno를 가리키기도 한다. Juno가 Saturn의 딸이기 때문이다.
PS.
7일간의 언어여행을 마쳤다. 고종석 선생의 <7일간의 영어여행>을 출전으로 삼았는데 선생의 노작은 함부로 훼손한 건 아닌지, 너무 짧고 단순하게 정리한 건 아닌지 염려스럽고 죄송스럽다. 그러나 어떤가. 선생의 저작 의도가 그랬듯 나 역시 지식 나눔의 일환으로 해왔던 일이다. 아무려나 일주일의 일곱 요일에 담긴 의미와 상징, 거기서 흘러나와 현실에 착근한 다양한 어휘들을 일별한 느낌이 어떠하신가.
원문: 대안미디어 너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