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룡이 홍콩에서 만들었던 영화들은 그가 할리우드에서 찍은 영화들과 다릅니다. 더 정교하고, 더 위트 있고, 더 강력하며, 더 웃기고, 더 재미있습니다.
<취권>, <프로젝트 A>, <폴리스 스토리>, <용형호제>, <쾌찬차>, <홍번구>, <사형도수>, <시티헌터>, 이런 영화들에 비하면, <상하이눈>, <러쉬아워>, <드래곤 블레이드>, <차이니스 조디악>, <포비든 킹덤> 등의 영화들은 시시합니다.
단지 향수에 젖어 과거를 추억했을 때 성룡의 옛 영화들이 좋았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만듦새에 있어서도 분명히 과거 홍콩영화에는 지금 할리우드에서 느낄 수 없는 어떤 미덕이 있었습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Every Frame a Painting’ 채널을 운영하는 영화감독이자 프리랜서 에디터인 Tony Zhou가 지난 1월 성룡 영화의 미덕을 9가지 특징으로 정리했습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 Tony Zhou의 Jackie Chan – How to Do Action Comedy by Tony Zhou을 번역한 글입니다.
1. 자신을 항상 불리한 상황 속에 놓는다.
그는 늘 핸디캡을 가지고 싸운다. 손이 묶여 있다든지, 입에 테이프를 붙였다든지 하는 식이다.
관객은 약자가 강자를 물리칠 때 쾌감을 느낀다. 성룡의 코믹 액션은 찰리 채플린, 해럴드 로이드, 버스터 키튼을 합쳐 놓은 방식이다.
2.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한다.
성룡은 주위의 장애물을 이용해 싸운다. 의자, 드레스, 젓가락, 키보드, 레고, 냉장고, 사다리까지…
그는 친숙한 물건을 낯선 방식으로 사용한다. 이런 도구들을 이용함으로써 소품을 창조적으로 활용한 액션을 선보인다.
다른 어떤 곳에서도 만들 수 없는 웃음을 만들어낸다.
3. 명확한 액션 장면을 만든다.
그는 모든 물체의 색이 파랗게 보정된 어두운 장면을 촬영하지 않는다.
적이 검정색 옷을 입고 있다면, 그는 하얀색 옷을 입는다. 적이 하얀색이면, 그는 멋을 낸 옷을 입는다.
4. 액션과 리액션을 같은 숏에 담는다.
성룡은 카메라를 움직이지 않음으로써 액션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의 영화에는 핸드헬드 숏(카메라를 손으로 들고 찍는 것)이나 달리 숏(레일, 이동차 등을 통해 카메라 자체가 움직이는 것)이 거의 없다.
반면 할리우드 영화에선 카메라 움직임이 너무 많아서 싸우는 장면을 제대로 보기 힘들다. 카메라 각도에 변화가 많다는 것은 배우들이 싸울 줄 모른다는 것이다.
“전 절대 카메라를 움직이지 않습니다.
항상 와이드 앵글이죠.
관객들이 제가 사다리를 내려오는 걸 보고,
공중제비하는 걸 보고,
떨어지는 걸 그대로 봅니다.
액션과 리액션이 같은 숏에 있으면
관객들은 그 장면을 안정적으로 느낍니다.”
5. 충분한 기간을 들여 촬영한다.
성룡은 제대로 하기 위해서 수없이 촬영한다.
한 번은 부채를 던졌다가 받는 장면을 제대로 담기 위해 120번을 찍은 적도 있다.
“아, 괜찮다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제대로 될 때까지 계속 찍습니다.”
홍콩 스튜디오들은 이런 것을 허용해주었다.
하지만 할리우드에선 예산을 잡아먹으며 이런 것을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6. 격투씬에 음악적 리듬을 활용한다.
성룡의 격투씬에는 독특한 음악적 리듬이 있다. 그 리듬은 숏이 찍히고 편집되는 방식에서 나온다.
“관객은 리듬이 없어지기 전까지
리듬이 있는지 모릅니다.”
세트에선 연기자들과 박자를 맞춘다.
초기작에서 액션의 박자는 경극과 매우 유사하다.
80년대 중반 그의 스턴트 팀과 일할 땐 그는 완전히 독창적인 리듬을 만들었다. 할리우드의 감독과 편집자는 이런 박자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모든 타격 씬을 잘라내서 망쳐버린다.
하지만 홍콩에선 감독들이 관객이 리듬을 느낄 수 있도록 숏을 길게 잡는다.
7. 타격하는 순간을 두 번 보여준다.
숏들을 그냥 이어지게 편집하면 지속성을 느낄 수 없다.
타격하는 순간은 클로즈업해서 두 번 보여준다. 그러면 강력한 한 방이 완성된다.
할리우드 영화들은 타격을 보여주지 않아 액션이 밋밋하다.
8. 인간적인 영웅의 고통을 드러낸다.
성룡은 많이 다친다. 완벽하게 보이려는 다른 영웅과 달리 인간적이다.
얼마나 숙련되었건 그는 여전히 얼굴을 얻어맞는다. 이때 그의 표정만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9. 포기하지 않기 때문에 이긴다.
성룡은 더 잘 싸우기 때문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기 때문에 이긴다. 이런 장면이 기분 좋은 웃음을 만들고 액션과 코미디는 다르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다.
반면 할리우드 영화에선 누군가 쏘기 때문에 악당이 죽는다. 고통이 약하니 카타르시스가 느껴지지 않는다.
“제가 볼 때 할리우드의 감독들은 완전히 실패하고 있어요.
세계 최고의 숙련된 무술가들을 데리고 왜 그렇게 미숙한가요?
언제 촬영을 하건 항상 최선을 다하세요.
왜냐하면 영화는 영원히 존재하니까요.
그날은 비가 와서요, 배우들이 시간이 없어서요…
모든 극장에 가서 관객에게 그리 말할 겁니까?
관객은 극장에 앉아서 좋은 영화인지 아닌지만 판단합니다.
그게 전부에요.
하지만 작품은 영원히 존재할 거예요.”
─ 성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