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은 가문의 대를 이어 제사를 치러줄 장손을 특별히 사랑했다. 남아선호가 유별나다 보니 실제로 남자아이를 더 많이 낳았고, 남녀 출생성비 불균형도 지속됐다. 항상 남자가 많다 보니 연애, 결혼에도 애로사항이 많다. 한정된 자원(여성)을 쟁탈하기 위한 남성들의 경쟁이 과도한 신랑 측 결혼비용 등의 재정적 부담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5년 후에는 상황이 역전되어 남자에게 다소 유리한 세상이 올 것 같다. 남녀 출생비율이 점차 균형을 찾아가고 여성 대학진학률이 높아지면서 대졸 여성의 초과공급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80년대 초음파를 이용한 태아 성별 감별법이 소개되면서 남아 출생률이 가파르게 상승한다. 1980년 출생 비율은 남아 105명 대 여아 100명이었지만, 90년에는 남아 110명 대 여아 100명으로 벌어진다. 94년에는 남아 비율이 115명까지 치솟았다. 어림잡아 90년대 초반 출생 남자 10명 중 1명은 결혼을 할 수 없다.
성비가 남자에게 극단적으로 불리하다 보니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많다. 희소한 자원(여성)을 쟁취하기 위해 남성 구성원 사이에 경쟁이 격화된 것. 현재 결혼적령기를 맞이한 남성들은 만성적인 성비 불균형 상태에서 연애, 결혼에 성공하기 위해 과도한 물질적·정신적 자원을 소모해야 했다. 결혼비용 불균형이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2011년 평균 결혼비용은 신랑, 신부 각각 1.5억, 0.5억이었다. 여자에게 약 1억 원의 프리미엄이 형성된 셈이다.
하지만 2000년 이후 남아선호가 약해지고 딸바보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성비가 점차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 남녀 출생성비는 2000년 110명 대 100명에서 2014년 105명 대 100명 수준으로 낮아졌다. 자연상태의 남녀출생성비가 102:100 임을 고려할 때, 작년 한국의 남녀 출생성비는 균형 수준에 근접해 왔다. 따라서 올해 태어난 여자아이는 선배(90년대 출생)들이 누렸던(결혼비용으로 0.5억을 덜 내던) 프리미엄을 거의 누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뿐만 아니라 대학진학률 추이도 여아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남아의 대학진학률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는 반면, 여아의 대학 진학률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05년 남녀 고등학생 대학진학률은 각각 83%, 80%였으나, 2014년에는 각각 67%, 74%로 내려왔다. 남아의 대학진학률이 16% 낮아질 때, 여아의 진학률은 6% 떨어졌다. 여아의 대학진학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되면서 남아의 절대 숫자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입학한 대학생 성비는 얼추 1:1 균형을 맞춘 것으로 추측된다.
현재의 (자연균형에 근접한) 남녀 출생성비와 상대적으로 높은 여성 대학진학률 추이가 앞으로 지속된다면 올해 태어난 여자아이가 대학에 진학하는 2035년에는 여대생의 절대 숫자가 남학생을 초과한다. 그들이 결혼적령기를 맞이하는 2040년쯤에는 고학력(대졸) 계층을 중심으로 여성이 초과공급이다.
과거 선배들이 여러 남자들을 간보면서 괜찮은 남자를 골랐다면, 앞으로는 상황이 역전되어 괜찮은 남자 하나를 잡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할지도 모른다. 결혼비용 프리미엄은커녕 오히려 디스카운트를 걱정해야 한다.
인구구조와 진학률 측면에서 앞으로 태어날 고학력 여자아이들의 고난이 예상된다. 앞으로 딸을 낳는 것은 아이를 위해서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다.
원문: 부엉이 소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