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에서 방영한 동상이몽에 <내 딸은 성형중독 vs 세상은 외모지상주의!>라는 주제로 성형을 하고 싶어하는 고등학생 딸과 이를 말리는 어머니가 출연한 적이 있다. 이 방송에서 성형에 대한 욕구와 그 욕구를 대하는 다양한 태도를 볼 수 있었다.
우선 이 방송의 사례자로 등장한 고등학생 딸의 증상을 보면, 신체이형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신체이형장애는 ‘스스로의 외모를 비하하고 못 생겼다고 생각하는’ 정신적 장애이다.
많은 사람이 외모에 대해 고민하는데, 그들은 모두 신체이형장애인가? 그렇지 않다. 외모의 결함에 대한 생각(실제로 있지도 않는, 혹은 과장된)에 몰두하면서, 그 생각에 몰두하느라 사회적 활동에 지장을 받으면서, 다른 정신적 장애로 해명되지 않을 때 신체이형장애로 진단할 수 있다. 가끔씩 거울을 보면서 신경을 쓰는 정도라면 신체이형장애라고 할 수 없다.
방송의 사례자는 매일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거울을 보면서 신경을 쓰고,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였다. 스스로가 못생겼다고 생각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전형적인 신체이형장애의 증상이었다. 심지어 지나가는 사람들이 욕을 하는 것도 자신의 외모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일종의 망상이며, 종종 신체이형장애와 함께 나타난다.
그녀는 자신의 외모에 대한 고민 때문에 화장이나 헤어스타일에 관심이 많고, 성형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서 최대한 빨리 성형을 하고 싶어한다.
이 사례자의 어머니는 딸의 이런 모습을 못마땅해하고, 화를 내고 훈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딸의 외모에 대한 고민과 생각이 시간 낭비며 삶에 불필요하다고 여기는 듯 했다. 딸이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고 스스로에 대한 감정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해보였다.
신체이형장애는 낮은 자존감과 매우 관련이 높다. 안타깝게도 그 어머니의 행동은 딸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것보다는 낮춰주는 것으로 보였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사람들 중에도 간혹 신체이형장애의 증상을 볼 수 있다. 가장 흔한 경우는 아주 사소한 결점에 꽂히는 것이다.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잘 보이지도 않거나, 보인다 하더라도 결점으로 여겨질 정도는 아닌 그런 것들이다. 예를 들면, 아주 세밀하게 코의 각도가 마음에 안 든다거나, 미세한 대칭을 맞추고 싶어하는 것이다. 다행히 이런 경우에는 대부분 기술적으로는 가능하기 때문에 해결은 할 수 있다.
드물긴 하지만, 있지 않은 결점에 꽂히거나, 스스로의 외모를 막연하게 비하하는 경우들이 있다. 정말 청순해보이는 미인형이 ‘사나워보여서 고민이다’라거나, 있지도 않은 팔자주름이 깊어진다며 고민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정중히 돌려보낸다. 본인한테는 계속해서 고민이라서 다른 병원을 찾아다닐 것이다.
심미적 목적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최소 5% 이상은 신체이형장애가 있을 것이라고 하며, 벨기에에서 이뤄진 연구에 따르면, 코 성형수술을 하기 위해 병원을 찾은 환자의 1/3정도에서 신체이형장애가 의심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미용시술이나 성형수술을 받아서 고민하던 문제가 해결되면, 신체이형장애가 없어질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위의 표는 각종 미용시술(수술)을 받은 신체이형장애 환자들의 스스로의 외모에 대한 만족도를 나타낸 것이다. 대부분 자신의 외모가 개선될 것을 기대하고 성형수술이나 피부시술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절반 이상이 똑같다고 생각을 하고, 개선된 사람보다는 나빠진 사람이 많다.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신체이형장애를 가지고 있다면, 계속해서 단점을 찾게 된다. ‘나는 못 생겼다’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별 문제가 없어도 병원에 컴플레인을 제기하거나, 재시술(재수술)을 반복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성형중독’으로 빠지기도 한다.
방송에서 이 사례자를 대하는 출연진들의 태도는 다양했다.
- ‘부모님들이 내 외모 때문에 부부싸움했다.’(서장훈), ‘날 봐라 솔직히 못 생겼다.’(김구라) 며 격려하기도 하고,
- ‘웃는 모습이 예쁘다.’(장영란), ‘신체 비율이 훌륭하다’(서장훈) 며 출연자의 외모를 칭찬하기도 했다.
- ‘한 때 성형을 고려했지만, 어머니가 말려서 안 했고, 안 해서 지금은 고맙다(하니)’는 의견도 있었다.
- ‘보톡스로도 충분하다’(홍진영)는 의견도 있었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를 보지 않는다. 우리가 접한 시각정보는 왜곡되고 삭제된 정보이다. 우리가 보는 세상은 뇌에서 재해석된 세상이기 때문이다. 뇌에서 재해석되는 과정에서 많은 요인이 작용한다. 그 중의 하나가 감정이다. 우리는 좋아하는 사람을 아름답게 보고, 싫어하는 사람을 추하게 본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스스로를 어떻게 보는지 달라진다.
지속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그 자체가 생명력을 가진다. 생명력을 부여받은 감정은 확고부동한 관념으로 발달하여 우리가 세상과 스스로를 대하는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그 힘이 강해지다보면 그 관념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된다. 이 정도로 관념의 힘이 강해지면, ‘넌 생각처럼 못 생기지 않았어.’라고 주위에서 말을 해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계속 거울을 통해 왜곡된 자기모습을 보면서 고민을 할테니까.
신체이형장애는 DSM(미국 정신의학회에서 출판하는 정신질환 진단기준)에 기재된 정신질환이다. 게다가 우울증, 강박장애 등이 동반되면서 심각하게 발전하기도 한다. 따라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세상에서 나를 제일 사랑해야 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그래야 할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게 참으로 안타깝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당신을 사랑할 누군가를 찾기 전에 일단 당신 스스로가 먼저 실천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