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여 동안 이 정권은 아무리 비판하고 조롱해 봐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아프되 아픈 줄 모르는 사람에게 아무리 병원에 가보라고 잔소리를 해본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대통령을 돕는 수밖엔 없습니다. 열심히 도와서 남은 기간 더 이상 우리를 죽이지 않도록, 더 이상 우리의 재산을 거덜 나게 하지 않도록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혁명을 일으켜서 몰아내지 못할 바에는 그게 최선입니다.
다행히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기본 방향은 대통령이 되도록 국정에 개입하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입니다. 그게 상책입니다. 대통령을 도와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방법 다섯 가지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째, 마음껏 해외여행에 나설 수 있도록 도와드려야 합니다.
지난달 미국여행을 취소한 뒤 보여준 대통령의 분노는 가히 서릿발과도 같았습니다. 각하께서 그토록 좋아하시는 해외여행을 할 수 없게 하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정치적 배신행위입니다. 명심해야 합니다.
둘째, 해외여행은 못 보내드릴망정 최소 하루 7시간의 자유를 보장해드려야 합니다.
최근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는 여행을 못 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하루 7시간의 휴식을 제공받지 못한 데에 기인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물며 세월호 때도 중단하지 않았던 것을 평시인 지금 챙겨드리지 못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며 엄청난 불충입니다.
셋째, 대통령이 몸매 가꾸기와 의상에 관심이 많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걸 알면서도 각하의 트레이너를 수석비서관급으로 격상하지 않은 것도 큰 문제입니다. 만시지탄이지만 청와대 비서실을 개편해야 합니다. 내용은 응당 피트니스수석과 코디수석을 신설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대통령 몸매가 좋아져야 국민의 몸매도 좋아집니다. 대통령이 잘 입어야 국민도 잘 입을 수 있습니다.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걸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넷째, 재난 시 컨트롤타워의 부담도 덜어드려야 합니다.
솔직히 지난 세월호 때나 올해 메르스 때 대통령과 청와대가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겠습니까. 대통령의 마음을 잘 읽기로 유명한 김장수 안보실장이 세월호 때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말한 것은 결코 헛소리가 아니었습니다. 그때 바로 조치를 취했어야 합니다. 메르스 때 다시 컨트롤타워 논란이 빚어진 것은 누군가 심각하게 직무유기를 했다는 얘깁니다. 이제라도 대통령과 청와대는 국가의 모든 중대사의 컨트롤타워가 아님을 만천하에 천명해야 합니다. 그게 진정 대통령을 잘 모시는 길이며 우리가 살 길입니다.
다섯째, 여당 정치인들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합니다.
더 이상 대통령 입에서 배신자 소리가 나오고 눈에서 레이저빔이 나오게 해서는 안 됩니다. 그게 얼마나 큰 불충인지 진작 알았어야 합니다. 차제에 유승민은 물론 김무성도 물러나야 합니다. 서청원과 윤상현이 당을 맡아야 합니다. 그래야 남은 2년여 동안 모두가 평안할 것이며, 정권교체의 가능성도 활짝 열릴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깊이 깨달아야 합니다. 감히 대통령이 국민을 걱정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기 전에 국민 모두가 대통령을 걱정해야 합니다. 그게 바로 남은 2년여의 시간을 무사히 버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원문: 최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