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페이스북은 네이버보다도 발달한 기술을 가진 조직일 것이다. 하지만 미디어 환경에서 회사가 원하는 목적은 네이버가 페이스북보다 앞섰다. 페이스북이 원하는 위치를 지금 한국의 네이버가 점하고 있다는 뜻이다.
AOL, 블룸버그, 그리고 허핑턴 포스트에서 소셜 미디어를 담당했고, 지금은 뉴욕타임즈의 고객 관리 이사를 맡고 있는 Mat Yunrow의 글이다. 장문이지만 그만큼 좋은 정보들을 담고 있다.
이 글은 애플의 아이튠즈가 음반산업에 미친 영향과 SNS (특히 페북)이 뉴스 환경에 향후에 미칠 영향을 비교한다.
아이튠즈는21세기 초, ‘음반’이라는 기존 번들 형태의 BM이 무너진 상태에서 등장했다. 불법 무료 다운로드 서비스가 기승을 부리자 음반사는 더 많은 고객에게 자신들을 전달하기 위해 아이튠즈와 협약을 맺었다. 그러면서 음반사는 전달력을 얻었으나, 가격 선택, 편집 등 산업의 전반적인 주도권을 잃어버렸다. 결국 애플이 10배 성장하며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하는 동안, 음반사의 규모는 꾸준히 깎여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글쓴이는 같은 일이 미디어, 특히 뉴스 업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과거 음반이 그랬듯, 과거 미디어는 ‘신문’ ‘잡지’ ‘프로그램’ 등 번들 형태로 콘텐츠를 팔았다. 이제는 사람들이 기존의 콘텐츠 형식을 조각내서 가장 자신이 원하는 부분만 취합해서 수집한다. 음원으로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곡들 중 가장 좋아하는 곡만 듣고, 다양한 언론사의 기사 중 관심있는 기사만 골라 보는 식이다.
파편화되고, 수익성이 떨어진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언론사들은 기술 플랫폼들과 손을 잡았다. 바로 SNS들이다. 미국에서 뉴스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플랫폼을 통해 유통된다.
그리고 저자는 그 결론 또한 음반사와 아이튠즈의 결말과 비슷할 것이라고 본다. 기존의 신문은 물론, 페이월 (신문사 홈페이지에서 특정 숫자 이상의 기사는 유료 독자에게만 제공하는 시스템. 미국의 언론사 홈페이지에서는 흔한 비즈니스 모델이다.)등 현재 비교적 잘 작동하는 비즈니스 모델들조차 플랫폼이 언론의 주도권을 가지면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언론산업의 주도권을 기술 플랫폼들에게 내주면서 광고 효과 경쟁이 가능할지 의심스럽다고 저자는 말한다.
유일한 예외는 어떤 플랫폼 속에서도 광고수익을 찾아낸 버즈피드 정도다. 낭중지추라고나 할까.
우리는 저자와는 달리 그 결론을 알고 있다. 아웃링크를 활용했던 구글 뉴스와는 달리 네이버 뉴스는 인 링크로 외부 언론사에게 트래픽을 주지 않는다. 게다가 뉴스도 검색이 아닌 자신들이 편집한 형식으로 제공한다.
광고 수익은 물론이고, 편집권까지 완벽하게 네이버가 갖고 있는 언론 환경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광고주들은 네이버에 광고를 넣지, 굳이 언론사 홈페이지에 광고를 수주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 결국 언론사 홈페이지에는 질낮은 광고들이 모이게 된다.
왜 한국은 미국과는 달리 언론들이 기술 플랫폼에게 완벽하게 자리를 내어주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선 한국은 가장 기술 흡수도가 빠른 나라지만 동시에 가장 느린 나라이기도 하다. 여러 계층의 세대가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다. 60~70대는 산업화 , 혹은 그 이전의 생각과 의식을 갖고 있다.
이들은 애국의 가치를 전달하는 지상파 tv와 신문을 아직 선호한다. 그 극단에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모바일과 기술에 친숙한 한국의 10~20대가 있다. 이 다양성이 한국의 장점이지만, 거꾸로 기성 언론들이 기술 혁신을 하는데는 방해가 되었다. 가장 큰 광고주들인 고령자들은 여전히 신문을 보고, 지상파 tv를 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인바운드 링크와 머신러닝, 빅데이터를 통해 페이스북 피드를 완벽하게 개인화된 뉴스로 만들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그리고 미디어의 무서운 점은 그 자체의 수익성이 아니라 그 영향력에 있다. 뉴스를 제압하는 자가 인터넷을 제압한다. 페이스북 등의 SNS도, 네이버 등의 포털도 결국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인터넷을 독점하여 자신이 인터넷 그 자체가 되는 것이라고 본다.
네이버가 정리했던 것만 같던 한국의 뉴스 지평도 다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모바일의 시대가 온 것이다. 모바일은 데스크탑과는 달리 뉴스를 네이버가 독점하지 못했다. 카카오 스토리도 있고, 피키 캐스트도 있으며, 페이스북도 있다. 결론은 아무도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그 전쟁을 거치며 뉴스는 또 다시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날 것이라는 것이다.
원문: 김은우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