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가치’라는 개념은 크게 두 가지 의미로 쓰여서 혼란을 야기한다. 즉, 회사 다니거나 경영하는 사람들과 경제하는 사람들이 부가가치라는 용어를 다른 대상을 지칭하며 쓴다는 말이다. 따라서 부가가치를 어떤 관점에서 정의해야 하는지 정리할 필요가 있다.
크게 보면
- 세법이나 한국은행 또는 통계청의 국민 계정상에서 부가가치와
- 회사 단위에서 논하는 부가가치는 전혀 그 의미가 다르다.
전자는 사후 결과로서 재무 회계적인 관점으로 ‘창출된 부가가치 금액’이고, 후자는 좀 더 미시적이고 사전 관리적이며,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행위’를 지칭하는 것에 가깝다.
영어로 부가가치는 Value Added OOO이다. 이를테면 부가가치세는 Value Added Tax이고, 비 부가가치는 Non Value Added OOO이다. 예컨대 공장에서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작업 시간은 NVAT=Non Value Added Time이 된다.
이러니저러니 이야기해도, 결국 부가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먼저 ‘가치(value)’가 무엇인지를 다루어야 할 것이다.
1. 경제학적 관점
GDP란 생산된 부가가치의 총합이기 때문에 부가가치를 재야 한다. 이걸 계산하는 방법은 고등학교 정치/경제(또는 사회1)에서 열심히 배웠겠지만, 복습해 보면 최종 재화의 가격 혹은 중간 산출물에서 매출 – 매입을 누적시키면 된다.
철판과 용접봉을 100만 원에 사서 용접을 해서 만든 쇳덩어리 제품을 150만 원에 팔면, 창출된 부가가치가 50만 원이 된다. 철판 회사에서는 철광석을 매입해서 쇳물을 녹여서 부가가치를 또 50만 원 정도 창출하고, 철광석 회사는 원재료 매입 없이 곡괭이질을 해서 50만 원의 철광석을 파내면 결국 최종 산출물인 쇳덩어리 제품 150만 원이 창출된 총 부가가치가 된다. 또는 중간에 창출된 부가가치인 50 + 50 + 50으로 재는 방법도 있다.
이게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부가가치이다. 원재료를 사서 거기에 가공을 해서 더 좋고, 비싼 무언가로 변화시키는 걸 ‘가치를 더 했다.(=부가시켰다)’라고 이야기한다.
부가가치는 영업이익과는 또 다르다. 100만 원의 철판과 용접봉을 사서 김씨 아저씨와 최군을 고용해 이 150만 원짜리 쇳덩어리 제품을 만들면 50만 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된다. 이 가운데 40만 원을 김씨 아저씨와 최군의 일당으로 주었다고 하면 영업 이익은 10만 원이 된다.
즉, 창출된 부가가치 50만 원 중 김씨와 최군에게 임금으로 40만 원이 뿌려졌고, 법인의 영업 이익으로 10만 원이 뿌려졌다. 어쨌거나 부가가치는 50만원이다. 철판 상태로 존재하던 세상에는 100만 원어치가 존재하던 세상이었다.
여기에 노동과 각종 경영 행위를 통해서 없던 가치가 50만 원 생겨났고, 이제 세상에는 150만 원의 가치가 존재한다. 이렇게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50만 원을 더하는 게 부가가치다. 모래를 반도체로 바꾸고, 철광석을 철판으로 바꾸고, 소의 신체 일부를 핸드백으로 바꾸고, 소고기를 사서 장기간 숙성해서 드라이에이징으로 만들어서 kg당 단가를 높이는 행위 등이 다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이다.
그리하여 고부가가치란 가치가 많이 더해진 것이겠다. 똑같은 소재를 가지고 개나 소나 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면 더해지는 가치가 적겠지만, 우주선이나 핵무기 부품이 요구하는 정도의 허용 오차를 가지는 정도로 가공하면 고부가가치가 된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이란 노동을 통해 processing 하는 과정에서 비롯된다. 초등학교 때 함수의 개념을 설명하는 장을 떠올려 보자. 원재료라는 input을 넣으면 뭔가 더 좋은 output이 생겨나는데, 그 input과 output 사이에서 processing(가공) 하는 걸 부가가치를 더하는 노동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좀 애매한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물류를 보자. 똑같은 물건이 서울에 있거나 부산에 있거나 가치가 더해졌다고 볼 수 있을까? 택배 회사는 서울에 있던 물건을 돈을 받고 부산으로 옮겨주는데 여기에 더해진 가치는 무엇인가?
비슷한 경우로 재료의 매입과 processing 후에 나오는 산출물이 재화가 아닌 경우에는 대체 가치란 어디에 붙어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게 된다. 즉, 해당 물건의 물리적, 화학적 성격은 분명 동일한데 택배 회사의 가치는 어디에서 생겨나는 것일까?
경제학적으로 이를 측정하는 건 어렵지 않다. 사후적이니까 택배 회사에 지불할 돈까지 고려해서 150만 원이 아닌 160만 원에 가격을 받으면 창출된 부가가치는 60만 원이 된다. 10만 원을 직접 용달차를 끌고 가서 옮기던가, 아니면 택배 회사에 10만 원을 주고 맡기면 된다. 이 경우에는 세금 계산서를 통해서 택배 회사와 해당 회사에서 물류비가 double counting 되지 않도록 부가세 공제/환급을 해주면 된다.
결국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부가가치란 개별적인 부가가치 행위와는 유리된 결과로서의 부가가치다. 즉, 가격(=가치)이므로 부가가치란 Sum(매출-매입)이 된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일상에서는 좀 받아들이기 어려운 관념도 있을 수 있다.
이전과 제품을 만들고 유통하는데 아무런 변경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150만 원이던 핸드백이 200만 원으로 올렸다. 어떤 추가적인 가치가 창출되었는가?
경제학적으로 보면 50만 원의 추가적인 가치 창출이 있었다. 단순한 판가 인상이나 물가 상승도 모두 명목 가치 형성이 된다. 그 가격에도 팔릴 만큼 가치가 있으니, 가격=가치이다. 매우 추상화되어 개별 부가가치 창출 행위의 존재 여부나 창출된 부가가치의 원인이나 의미 같은 건 따지지 않고, 회계적으로 매출-매입으로, 중간에 processing이 있다고 가정해 버리고, 그 차액을 processing이 창출해 냈다고 본다. 그 차액을 부가가치라 부르고, processing을 부가가치 창출이라고 부른다.
경제학에서는 법학에서 이야기하는 ‘평가설’이 아닌 ‘차액설’에 근거하여 그 차액의 사후적 집계만을 다룬다. 실제로 중요한 그 중간의 processing인 부가가치 창출은 민간의 개별 부문에서 알아서 하고, 경제학은 전표만 집계한다. 그 중간의 processing은 Box로 싸두었기 때문에 잘 모른다.
그런데 항상 그러하듯 전표만 봐서는 문제가 왜 생겼는지도 알 수 없고, 문제에 대응할 수도 없다. 때문에 그 개별 전표의 내역들을 까보거나, 어떤 규칙성을 발견하려는 시도를 경제학자들이 한다…만, 그래 봤자, 그 processing의 오묘함과 다양성을 십분 이해하지 못하고, 뻘소리를 한다거나 자기가 전표에서 찾은 규칙성을 가지고 그걸 뒷받침해줄 케이스 정도로 본다. 정말 용접을 하는 아저씨들이 어떻게, 무엇을, 무슨 생각으로, 누구와, 어디서 어떻게 배워서, 누굴 주려고, 용접이라는 processing 하는지는 어렵고, 개별적인 Box를 까봐야 한다.
그리하여, 그 개별 Box를 다루지 않고 In-Out을 측정하고 다루는 경제학은 차액설에 가깝고, 그 개별 Box의 Processing을 디자인하고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서 output을 만들지에 대해, 전체 Box는 관심 없고 내 Box만 관심 있어 하는 게 경영학에서 이야기하는 부가가치이다.
위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경제학은 산업, 혹은 전체 경제의 부가가치를 다룬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차액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반면 경영은 하나의 Box를 까서 그 안에 작동 원리와 부품들을 하나하나 본다. 대신 그러한 이유로 산발적이고, 전체를 다루지 못한다. 그리고, 가치를 평가설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2. 경영의 관점
그런데, 경영에서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부가가치를 들고 나오면 재무, 자금(Finance or Treasury) 쪽에서 부가가치세를 다루는 부서가 아니라면 인격 모독을 해달라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이를테면 주로 회사 내에서는 이니셜로 불리는 오너 혹은 로얄 패밀리에게 “철판을 100만 원에 사서 묵혀 두어서 녹이 좀 났지만, 수급 파동이 나면서 150만 원에 팔아 50만 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였으며, 영업 이익은 30%에 육박합니다.”라고 이야기했다가는 책상을 빼야 할지도 모른다.
거기에 던져지는 질문은 보통 이러하다. “우리 회사가 어떤 가치를 창출했지? 돈 벌면 끝인가?”
회사의 경영에서 이야기하는 부가가치는 저 processing에 집중한다. 흔히 회사를 그릴 때 가치사슬(value chain)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고, 전체 회사의 프로세스 분석을 할 때 가치흐름지도 작성법(value stream mapping)을 활용하기도 하며, 회사의 가치 창출이 어떻게 나누어지고 성과 관리 체계를 만들 때나 혁신 과제 같은 걸 잡아낼 때 value driver tree를 그리기도 한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가치는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사후적/결과적/산술적/회계적인 가치가 아니다. 경제학에서 그냥 black box 취급을 하며 민간의 개별 부문에서 알아서 하고, 전표로만 집계한다.
위에서 이야기했지만, 다시 반복하자면 경제학은 산업, 혹은 전체 경제의 부가가치를 다룬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차액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반면 경영은 하나의 Box를 까서 그 안에 작동 원리와 부품들을 하나하나 본다. 대신 그러한 이유로 산발적이고, 전체를 다루지 못한다. 그리고, 가치를 평가설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경영학에서 가치란 저 프로세싱 과정인데, 경쟁사들보다 더 나은 무엇이고,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그 무엇이다. 자, 여기서 경영에서 이야기하는 부가가치의 의미가 대충 나왔다.
도요타식으로 정의하자면, “고객이 돈을 지불할만한 무엇”이 부가가치의 정의가 된다. 위에서 경제학에서 정의하기로는 부가가치(금액) = 매출 – 매입이고, 그런 부가가치 금액을 지불하거나 거래가 되는 건 경영에서 이야기하는 고객이 지불할만한 무엇이 있기 때문이지만, 어쨌거나 경제학과 경영학은 각각 주목하는 영역이 다르다. 위의 철판 예처럼, 한쪽에서는 부가가치 금액이란 결과를 보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있다고 하고, 한쪽에서는 부가가치 창출 행위라는 과정을 보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없다고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럼 경영에서 이야기하는 부가가치 행위라는 건 무엇일까. Value Added Time이란 전체 일의 시간에서 Non Value Added Time(=일본어로는 무다)과 필수 불가결한 준비 행위를 제외한 시간이다.
그럼 이 이야기가 순환 논법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Non Value Added Time이라고 정의된 것들을 봐야 하는데, 거기까지 보면 한도 끝도 길어지니까 간단히 마무리하겠다.
우리가 “나 힘들게 일해요.”라고 하는 것 중에서는 일은 일이되 비부가가치 업무가 대부분이다. 부가가치 업무란 고객이 금액을 지불할만한 행위(activity)들이다. 이를테면, 창고 안에 제품들이 있는데, 창고가 구분 정리가 잘 되어 있지 않아서 고객이 자기가 사려는 걸 가져가려면 그 앞에 있는 제품들을 다 지게차로 들어내어야 한다고 하자. 이때 이 지게차 기사는 한 시간 동안 일을 했고, 누군가는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
이때 이 지게차 기사가 들인 한 시간이 value added time은 아니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그건 그 회사의 operation 수준이 개판이라 자기들이 구분 관리, 출하 관리를 제대로 못 하여 엉켜 버리게 만든 탓이라 오히려 한 시간 기다린 걸 손해 배상하라고 하고 싶을 지경인 것이다. 경영학에서는 이걸 가치라고 보지 않는다.
용접을 생각해 보자. 제품 A라는 부품과 B라는 부품이 각각 존재하는데, 그걸 용접을 통해서 붙이거나, 아니면 볼트·너트를 통해서 결합하면 이것은 부가가치일까? 그렇다. 내가 구매를 하려는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으로 최종 결과물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으니까.
반면,합 필수 불가결한 준비 행위는 어떨까? 이건 고정비로 1/n을 쳐야 된다. 기계의 준비 교체 시간, 근로자의 식사 시간 등은 개별 부가가치 창출에는 기여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용이 수반되지 않는 건 아니라, 공통으로 부담해야 한다. 즉, 이 규모가 고정비 규모를 좌우하고 따라서 끊임없이 줄여야 하는 대상이다.
모두가 고정비라고 생각하는 것을 1:1로 매칭해서, 마치 매출을 일으키는 변동비처럼 고객으로부터 돈을 받아낼 수 있는 일이냐 아니냐로 부가가치를 정의한다. 용접의 예를 들면, 기계의 예열 시간 같은 건 다 부가가치 시간에서 빠진다. 오로지 용접 불꽃이 튀면서 모재와 용접봉이 녹아서 물리적, 화학적으로 변성이 있는 시간만을 부가가치 시간이라고 잰다.
가공 기계에서는 절삭공구와 소재가 닿아서 칩이 나오는 순간만이 부가가치 시간이다. 비행기는 땅에 닿아 있는 순간은 모두 비 부가가치 시간이다. 택배라고 하면 고객을 향해서 최단 경로로 가까워지는 시간만이 부가가치 창출 시간이며, 올리고 내리거나, 후진하거나 등의 것들은 모두 비 부가가치이다.
이를 정리해보면 도요타의 부가가치란 아주 단순하게 정리된다. ‘제품의 물리적, 화학적 변성이 이루어지는 것’. 그 외에는 아무것도 부가가치가 아니라, 그저 비용만 수반하고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일’들일 뿐이다.
3. 결론
서로 다른 언어로 이야기하는데, Box 안을 보는 사람은 당연히 Box 안에 볼 게 많아서 여러 Box를 못 보고, Box를 보지 않고 조망하는 사람은 실제로 Box 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 그리고 이들은 같은 단어를 쓰면서 이야기하는데 지칭하는 대상이 다르다.
프랑스에서의 동거와 한국 사회에서의 동거가 같은 단어이지만 지칭하는 대상이나 담고 있는 평가가 달라서 ‘동거에 찬성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한국이랑 프랑스에서의 결과를 가지고 비교하는 게 무의미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철판이라는 재료를 100만 원에 사서 아무것도 안 하고 묵혀 두었다가 철판에 녹이 슬었는데, 경기가 호황이라 철판 파동이 났다고 해보자. 인건비를 받은 직원들은 탱자 탱자 놀고 있었다. 그런데 철판 파동이 나서 이제 철판 가격이 150만 원으로 뛰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창출된 국민 계정상으로 창출된 부가가치는 50만 원이다. 매출(150만 원) – 매입(100만 원). 이렇게 사후적이다.
그런데 경영상에서는 아무런 부가가치 창출 행위가 없다.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 고객에게 이전 철판 상태에서 아무것도 변화가 되지 않았고 오히려 녹이 슬어서 열화(worn out)만 발생하였으니 부가가치는커녕 제품의 가치가 떨어졌다. 직원들은 아무것도 안 하고 탱자 탱자 놀았으니 부가가치 창출 행위도 없다.
따라서 이런 경우,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는 부가가치가 0이 아니라 마이너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