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정부는 초기에 무엇을 잘못한 것인가?
A1. 전염병이라는 엄중한 이슈를 요행에 기댔다.
메르스에 대한 보건 당국의 초기 태도는 3차 감염 환자가 없기를 바라는 “요행”에 기대고 있는 듯해 보인다.
3차 감염 환자 발생은 현재의 상황과는 전혀 다른 사태가 벌어질 수 있음을 의미하며, 지금과 같은 의심 환자 격리로 사태 해결을 기대할 수 없음을 의미하므로, “절대 그럴 리가 없을 것이다”라고 철저히 믿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전염병 발생은 요행에 기댈 일이 아니다. 첫 환자 발생 직후, 우리나라 최고의 의사 단체는 “일반 국민은 메르스 걱정할 필요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 직후 다수의 일반 국민이 감염된 사실이 밝혀졌다. 최고 단체가 바보 되는 건 순간이다.
일부 의사들 중에는 “메르스, 그거 별거 아니다. 독한 감기나 다를 거 없다. 건강한 사람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아주 쉽게 말한다. 사우디에서 일어난, 지금까지의 상식에서는 그랬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국내에 유입된 메르스가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었다는 데에 있다. 그런데 예외적 상황 발생 가능성을 무시한 채, 정부는 요행에 기댔다.
Q2. 왜 지금까지도 사람들이 정부를 믿지 못하는 걸까?
A2. 정부와 국민 간 온도 차이가 국민의 불안을 가중시켰다.
국민안전처에서는 “300만명이 감염돼야 중대본을 설치한다”고 말했다. 이 말을 한 시기가 불과 2주 만에 25명 감염 확인, 800 명 넘게 의심환자로 분류되었고, 매일 그 수는 늘어나고 있을 때였다. 거기다가 3차 감염자까지 발생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고 발뺌한 것이다.
- 3차 감염의 경우는 없었다.
- 2차 감염자의 증상은 가벼웠다.
- 감염 지수가 낮다 (잘 옮기지 않는다)
- 지역 사회 감염은 없었다.
등등은 모두 메르스 발생의 90%가까이가 발생한 사우디에서의 경험일 뿐이다.
사우디는 민주적 공화국이 아니라 왕국이고, 강력히 통제되는 나라이며, 주요 병원은 국가 소유로 국가가 통제하며, 미안하지만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나라이다. 즉, 메르스에 대해 알려진 바가 정확한 근거와 통계에 의한 것인가 의문을 던져야 한다. 이제, 병원 내 감염이 아닌 경우가 생기면 그 땐 또 뭐라고 할 텐가?
사스는 기침만 해도 공안이 잡아 강제 격리할 정도로 공격적으로 중국 정부가 방어했기에 그나마 피해를 줄였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사스 환자가 3명에 그친 이유는 운이 좋았던 것도 있지만, 당시 정부와 의료계가 혼신의 힘을 다해 막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메르스를 놓고 불안을 조성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대처 방식이 솔직히 너무나 불안한 것 역시 사실이다.
Q3. 왜 정부는 메르스를 과소평가했을까?
A3. 좀 더 심각해질 가능성을 무시하며 총체적 난국이 열렸다.
사실, 복지부 장관은 물론 복지부 공무원 대부분이 메르스에 대해 잘 몰랐을 것이다. 이들만 몰랐던 게 아니라, 이들에게 자문을 한 교수라는 분들 역시 메르스를 직접 접해본 경험이 없이, WHO나 CDC의 자료, 그 밖의 논문 정도를 통해서 피상적으로 알았을 뿐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정부 당국자가 ‘메르스,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라고 물어 보면, 국제 사회에서 알려진 정도의 답을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론은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는 것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비록 메르스 환자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해도, 다른 나라처럼 곧 진정될 것이며, 이것이 사회적 문제로 비약될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예단했을 것이다.
게다가 지난 2009년 신종플루의 악몽이 떠 올랐을지도 모른다. 당시 온 나라가 떠들썩하게 요란을 떨었지만, 그냥 감기 수준, 사망률은 오히려 감기보다 낮은 수준에 그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신종플루가 수없이 발생하지만, 계절 감기로 치부하고 말고 있다.
그러나, 간과한 사실들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 국제적으로 알려진 메르스 정보는 주로 사우디에서 나온 것이고, WHO 보고라는 것도, 사우디 정부가 제공하는 통계에 의존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우디 통계가 믿음직하지 못하다는 것을 간과하고, 그 틀에 우리 상황을 끼워맞춰 보려 했을 것이다.
또 우리나라 의료 실태의 특수성, 이를테면 환자가 집중되고, 인구가 집중되어 있다는 것 등을 간과해 버렸다.
여기에 실제적 손실, 즉 감염자 수나 사망자 수가 낮은 것에 비해 쉽게 흥분하고, 다들 한 마디 해야 직성이 풀리는 민족성으로 야기되는 혼란, 불안감이 훨씬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도 간과했다.
게다가 여전히 메르스의 질병 행태에 대해 속속 알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한 문제도 있었다.
Q4. 그러면 정부가 어떻게 했어야 옳았을까?
A4. 최악의 가능성을 인지하고, 이를 솔직하게 밝혔어야 한다
정부는 3차 감염은 없다, 공기감염은 없다, 지역 감염은 없다고 단언하는 패착을 저질렀다.
모르는 건 당연한 것이었다. 모르면 모른다고 하거나, 더 정확하게, 잘 모르지만 외국 사례는 이렇다고 이야기했어야 했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절대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되고, 공격적으로 대응해야 했다, 자문 교수들의 안이한 생각에 말려서는 안 됐었다.
고건 전 총리는 사스에 대한 회고를 하면서, 전투적, 전쟁적 대응을 했다는 말을 여러 번 썼다. 언젠가 사스가 우리나라에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미리 대비했다고 했다. 미국 당국자도 언젠가 메르스가 미국에 상륙할 것을 가정해 미리 계획을 세웠다고 언론에서 말한 바 있다. 그래서 두 명의 서로 다른 메르스 감염자가 입국했지만, 모두 건강하게 퇴원했고, 다른 감염자는 없었다.
그런데, 곧 진정될 것이고, 외국처럼 소수 감염자에 그치는 정도로 해결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이 판을 키웠다고 할 수 있다.
이미 국민 불안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어서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또 다른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 결코 들고 싶지 않은 예이지만, ‘괜찮다. 선실에 그대로 남아 있어라’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
Q5. 공무원과 정부만 잘 했으면 해결됐을 일인가?
A5. 의사도 문제다.
행정직 공무원들이 의학에 대해서 뭘 알겠으며, 환자 진료와 전염병 예방과 대처에 대해 도대체 뭘 알겠는가? 이건 소위 말하는 감염학자들이란 자들이 정부에 짝 달라붙어서 자기 지식을 과신하고 남용을 부리며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생기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학 교수라고 하고, 남들이 저 사람이 제일 잘 안다고 하고, 본인 스스로 자신이 대학민국 최고라고 떠들어대니 그런 줄 알고 그 말 믿은 보건당국이 제 발등을 찍은 것이다. 이는 2009년 신종플루 사태 때도 그랬고, 사스 때도 마찬가지다. 지금 또 이러고 있다. 무슨 오일장 서면 늘 나타나는 장돌뱅이들처럼 때마다 짠! 하고 나타나서 공무원들을 쥐락펴락하며 진두지휘했던 인물들이 누구인가?
그 잘난 사람들이 앞장서서 말머리를 잡고 신종플루, 사스에 잘 대응했었던가? 그런데 왜 또 오만을 부리고 있는 건가? ‘내가 이 나라 최고이고, 내가 여기 이렇게 버티고 서서, 대한민국은 내가 지키고 있는데! 절대 문제 없다’ 이런 생각인가?
여기 앞장 서고 있는 김 모 교수, 이 모 교수에게 대한민국 최고 훈장 하나씩 주는 걸로 하고, 수고했으니 이제 그만 물러나라고 해야 한다. 이 사람들에게 자꾸 “짐을 지우고”, 짐을 진 이 자들이 계속 “별 문제없다” 염불을 외우게 하면, 진짜 헬게이트가 열릴 수 있다.
Q6. 의사가 장관하면 나아질까?
A6. 중요한 건 한 사람이 아니라, 전체 안전, 의료 시스템의 개혁이다
메르스 대응에 문제가 발생하고 나서 복지부 장관이 의사 출신이 아니라서 이 사태가 더 악화된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주장은 세월호 사태나 메르스 사태나 모두 “대통령 탓”이다라고 주장하는 예의 그 “탓 하는 사람들”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왜냐면, 민주주의 공화국에서는 사람보다 시스템이 더 중요한 것이고, 특히 행정 업무는 단단한 시스템이 일을 하는 것이지 어느 한 사람의 말 한 마디, 손가락질 하나로 무엇이 바뀔 수 있는 구조여서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이 생길 때마다 대통령을 거론하며 책임을 묻고, 대통령 입을 쳐다보는 건, 옛날 미개했던 민족들이 비가 내리지 않자 무당을 찾아가 무당이 굿판을 벌여 비가 내려 주기를 바라는 샤머니즘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누군가 지적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부 장관으로 의사가 가야 한다는 여론이 조금씩 비등하자, 은근 이를 기대하는 의사들이 하나 둘 늘어나는 것 같다.
그런데 과연 의사가 장관이 되면 나아질까?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지만, 지금 의사협회, 병원협회 회장과 상임이사 등은 대부분 의사이다. 그런데, 두 단체는 늘 그 모양이다. 역대 의사 출신 보건부(보건사회부-보건복지부) 장관이 없었던 것이 아닌데, 그 때 의료가 꽃을 피웠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없다.
현 국회의장도 의사 출신이고, 19대 국회는 역대 국회 중 의료인 출신 의원 수가 가장 많은 편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현재 건강보험의 두 축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심평원장 모두 의사이다. 그래서 의료계 살림살이가 나아졌고, 의료 정책, 국민보건이 획기적으로 나아졌다고 누구도 쉽게 말할 수 없다. 게다가 일부 언론은 이번 사태가 이 모양이 된 건, 현 복지부 장관이 의사가 아니라 연금 전문가이기 때문이 아니라, 조직 장악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그러니, ‘의사이기 때문에 복지부 장관이 되어야 한다’가 아니라, ‘의사이며 행정 경험이 풍부하므로 보건복지부 장관이 되어야 한다’가 맞지 않을까? 그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의사, 의료인들이 보건의료 행정 업무에 더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며, 오랜 시간 동안 훈련을 통해 양성되어야 적격인 사람도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더 중요한 건, 누가 복지부 장관이 되어야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탄탄한 보건의료 정책 시스템을 구축하느냐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의사가 장관이 되면, 눈꼽만치라도 의료계가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헛꿈은 진작 깨는 것이 좋겠다.
Q7. 언론은 어떻게 해야 하나?
A7. 이것들도 문제다.
메르스에 치료약이 아예 없다거나, 건강한 사람이면 자연 치유된다거나, 메르스 치사율을 쉽사리 이야기한다거나, 공기 중 전염을 과대평가한다거나, 삼성병원과 의사에게 과도한 책임을 물린다거나, 이를 넘어 정치공세로 나아간다거나 하는 문제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