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메르스가 별 거 아니라던데요?
A1. 사람 죽는 문제에 그런 거 없다
일부 의료인 중에서는 결핵은 해마다 2~3 천명, 폐렴으로 1만명 죽는데 그에 비해 메르스는 별거 아닐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의사들이 언제부터 병의 경중을 사망자 수로 따지기 시작했지? 1년에 결핵, 폐렴으로 쓰여지는 의료 자원 (인력, 시설, 장비, 재정)이 얼마나 되는 줄 알고 그런 말을 할까?
게다가 나름 의사 생활 경험 짧지 않은데, 어떤 결핵 환자가 불과 3일만에 30명 넘는 다른 입원환자, 의료진, 방문객에게 전염시키는 거 본 적 없고, 어떤 폐렴 환자가 입원 중 원내 감염되어, 다른 병원으로 이송한 후 응급실 대기 중 오가는 셀 수 없이 수 많은 사람에게 옮겼다는 거,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사망율이 40%든, 4%든 간에, 거기에 해당하는 사람은 100% 인거고, 안 걸리면 남의 일인 법이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식으로 병 치료하러 입원했다가, 환자 병문안 갔다가 메르스 걸려서 비명횡사한 사람이 열 명이 넘으며, 병에 걸려 불안에 떨고 고통받고 있는 사람이 130명이 넘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그들 앞에서, “메르스 별 거 아니다.”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Q2. 근데 실제로 메르스의 전염력은 약하지 않나요?
A2. 알려진 ‘것만’으로는 그렇지만, 여기는 사우디가 아니다.
알려진 바에는 그렇다. 메르스는 전염력은 약하고, 대면접촉해야 걸리고, 요란(?)을 떨어봤자, 전세계에서 이 전염병으로 죽은 숫자가 500 명 남짓할 뿐이다.
그런데, 까놓고 말해, 우리나라 감염학자 중 그 누구도 이번 사태 이전에 메르스를 직접 진단, 치료해 본 적이 없다. 메르스는 중동, 그것도 사우디를 중심으로 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메르스 정보는 모두 남의 나라에서 생긴 것을 근거로 할 뿐이다.
이건 순전히 여담인데, 사우디에서 메르스가 기승을 부릴 때, 사우디 보건부 장차관이 모두 시쳇말로 짤렸다. 들리는 말로는 메르스 발병 환자에 대한 대처는커녕 정확한 환자 통계조차 내지 못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이 일로 사우디 국왕 (얼마전 서거한 그 국왕)이 노발대발하면서, 막대한 예산을 보건 분야에 투입하고 공공의료 시스템 확충 (사우디 의료는 보건부 산하에 무상인 국영의료가 주축이고, 그 외 군 병원이 별도의 공공의료의 한 축을 담당하고 그외 소규모 민간 섹터가 공존한다)에 나서기로 했다고 한다.
사우디에서만 약 1,000 명 조금 넘는 환자가 발생해서 이 중 400명이 넘는 환자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아마도, 실제 환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지 않을까 추측한다.
사우디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땅덩어리가 크고, 동시다발적으로 많은 지역에서 환자가 발생했고, 여전히 사막에 흩어져 사는 유목민이 많아 추적이 어려운데다가 매개체가 되는 낙타가 많이 흩어져 있고, 사우디에서도 메르스 진단을 위한 RT-PCR 검사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사우디 보유 시설 용량으로 발병 환자는 물론 의심 환자를 모두 검사하기 쉽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즉, 감염되었는지도 모르고 앓고 지나간 수가 상당했을 가능성이 많은데, 사망율이 높은 이유는, 중증을 나타낸 환자들을 중심으로 확진 검사를 했기에, 모수(母數) 자체가 경증 환자는 배제된 중증 환자이므로, 사망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을 수도 있다. (순전히 추정이니까 귀담을 필요는 없다.)[1]
WHO 측은 6월 2일 “메르스 바이러스 치사율이 35%로 높지만, 이는 감염됐으나 경미한 증상만을 보여 의료진의 주의를 끌지 않고 저절로 회복된 사람들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며, 통계상 치사율도 과장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메르스의 위험이 알려진 것보다 낮음을 언급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WHO 스스로 메르스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음을 인정한 것이기도 하다. 사우디의 의료 통계가 신뢰할만한 수준이 아니었음을 반증하는 것이고, 우리나라 보건당국과 감염학자들이 그리도 신봉하는 메르스에 대한 WHO 보고서를 재검토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이제껏 대부분의 MERS 환자가 발생한 사우디와 우리나라 여건을 같은 선에서 놓고 보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이번 경우처럼 한 환자가 최소 17명 이상의 감염자를 낳은 것도, 우리나라가 그만큼 의심환자를 집중적으로 거르고 검사를 한 탓일 수도 있다.
Q3. 중동감기라 불러야 한다는 설도 있다.
A3. ‘감기’라 하는 건 병상이 가볍다는 오해만 낳기 쉽다.
MERS는 중동호흡기 증후군의 약자인데, 이미 국민 대다수가 알다시피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한다.
코로나바이러스는 한 종류가 아니라, 코로나바이러스 과에는 4개의 속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베타코로나바이러스 속이고, 이는 다시 Lineage A, B, C, D로 나뉜다. Lineage B는 사스를, Lineage C는 메르스를 유발한다.
일반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는 상기도 감염과 위장관 감염을 유발하지만, MERS를 유발하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상기도 감염은 물론 하기도 감염, 위장염을 일으키며, 이는 일반적 감기와는 전혀 다른 증상이다.
또, 가볍게 앓고 지나 가거나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는 몸살 정도 앓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사우디의 경우 메르스 확진 환자의 90% 이상에서 X-ray에 변화를 보일 정도로 폐렴의 소견이 있었던 것으로 미루어 봐, 하기도(즉, 말단기관지 및 폐포)의 심한 염증을 유발하고, 이로써 호흡 곤란을 일으킨다고 봐야 한다.
호흡기 증상뿐 아니라 유의미한 위장관 증상을 보이기도 하는데, 국내에 발생한 환자 중에서도 호흡기 증상보다 위장 증상을 주로 보인 환자가 있으며, 이는 바이러스를 기도로 흡입하기 보다는 소화기관으로 삼킴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실제 사우디의 경우 낙타의 배설물에서도 다량의 메르스 바이러스가 발견된 바 있다고 하며, 위장염 증세를 보인 환자의 배설물에서 마찬가지로 바이러스가 발견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메르스를 중동감기라고 부를 경우, 단지 심한 감기를 유발하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으며, 메르스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저해할 수 있기에 중동감기라고 부르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Q4. 공기 감염은 정말 가능한가요?
A4.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
우선 공기감염(airborne)과 비말 감염(droplet)이 어떻게 다른지부터 알아야 할 것 같은데, 비말감염은 환자의 입, 코를 통해 나오는 작은 크기의 방울(비말/ 침, 기관지 분비물 등)에 의해 감염되는 것을 말한다. 이 비말은 직접 피감염자 입이나 코, 눈을 통해 유입되면서 감염시키는 것이다.
공기감염은 역시 환자의 입, 코를 통해 나온 작은 크기의 방울(이 안에는 바이러스가 있다)이 공기 중에서 마르면서 바이러스만 존재하거나 바이러스가 매우 작은 먼지에 유착되어 공기를 떠돌다가 피감염자가 흡입함으로 전염되는 것이다.
비말감염은 마주 보고 있다가 대포가 포탄을 쏘면, 대포알 삼키듯 할 수도 있지만, 비말 역시 매우 작은 크기 (5마이크로미터)이므로 한 동안 공기에 떠 있어 들여 마실 수 있기 때문에, 흔히 비말감염도 공기감염의 한 가지 형태로 분류하여 혼용해 말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굳이 비말감염, 공기감염으로 나누는 건, 예방법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며, 주로 CDC가 이런 식의 분류를 한다. CDC는 말 그대로 미국 질병통제본부이며, 수많은 직원과 함께 다양한 지역의 감염에 대해 교육, 훈련, 예방업무를 하기 때문에 특히나 매뉴얼을 좋아하는 집단인데, 감염 예방을 비말 감염과 공기 감염으로 나누어 메뉴얼화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즉, 예방적 차원에서 볼 때는 비말 감염과 공기 감염을 나누어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감염 방법적 차원에서 볼 때는 이걸 나누는 게 그리 큰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아무튼 결론부터 말하자면, 메르스 바이러스는 매우 특별한 조건이 있을 때만 공기 감염이 가능한 것으로 보여진다.
자료에 따르면, 애초 낙타에서 인체로 감염된 형태도 낙타 마굿간에서 공기 감염의 형태로 시작했다는 추정도 있고, 마굿간의 공기 중에서 바이러스를 채집해 공기 감염의 가능성을 입증한 자료도 있다.
조선일보 김철중 기자는 이번 메르스 사태의 최초 환자가 20명 넘는 2차 환자를 만든 것도 환기되지 않는 병실에서 바이러스가 pooling되면서 고농도의 바이러스가 공기 감염을 통해 다수 환자에서 동시에 감염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감염학자들도 기관 삽관, 인공호흡기 사용 등 ‘특수 환경’에서 공기 감염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으며, WHO 역시 병원내 특수 환경에서는 공기 감염의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주의할 것을 여러 차례 경고 한 바 있다.
또, 메르스 바이러스가 주로 번식하는 곳은 목이 아니라, 말단 기관지와 폐포이며, 감기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주로 폐렴을 일으키는데, 주로 목에 자리잡는 신종플루와 달리 호흡기의 맨 끝에 있어 상대적으로 바이러스가 체외가 배출되기 쉽지 않아, 신종플루와는 달리 전염력이 약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거리나 개방되어 환기가 잘 되는 곳에 공기 감염이 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보는 것이며, 외국의 사례를 볼 때도 비행기처럼 밀폐된 곳에서도 전염력은 매우 낮았다고 한다.
즉, 메르스는 공기 감염이 불가능하지 않으므로 이를 염두에 둘 필요는 있으나 현실적으로 공기 감염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Q5. 지역 감염은 정말 없을까?
A5. 충분히 가능하다, 단 기침 증상이 생기기 전 격리되지 않았다면.
“지역 감염은 없다”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지역 감염은 없(었)다고 치고, 왜 지역 감염은 없(었)을까 생각해 보면, 메르스는 “증상이 있을 때” 전염력이 있고, 증상은 매우 고통스러워, 증상이 생기면 병원에 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35번으로 불리는 이 의사는 이 고통을 처음 경험해 보는 고통이라고 했는데, 그도 증상을 자각해 스스로 자가격리를 하고 신고했으며, 부산에서 확진된 환자 등 다른 환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즉, 증상이 있는 메르스 환자들은 병원으로 모이기 때문에, 병원에서 3차 감염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 증상이 없는 의심환자 혹은 밀착접촉자들은 발견되는 대로 격리 조치하므로, 이들이 지역 사회에서 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적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증상 중 전염에 유의미한 증상은 고열이나 몸살 같은 증상이 아니라, 기침이라고 할 수 있다. 메르스 바이러스가 땀으로 배출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기침을 통해 배출되는데, 대개 기침은 기관지가 자극되면서 나오는 것이며, 이는 이미 폐포의 염증 즉, 페렴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역으로 이야기하면, 기침을 하는 메르스 감염자가 방역 당국의 필터에 걸려지지 않은 채, 또 자신이 메르스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일이나 혹은 다른 이유로 기침을 하며 열이 남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감기로 생각하고 병원에 가지 않고 직장이나 사람이 모이는 곳에 갈 경우, 지역 감염의 발생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메르스 바이러스가 착해서, 병원에 있을 때만 전염력이 강하고, 거리나 지역에 나갈 때는 전염력이 약해지는 게 아니란 말이다.
Q6. 바이러스 변이는 없을까?
A6. 없다.
국내 유입된 메르스 바이러스가 변이 바이러스가 아닐까 의심하는 사람도 많았고, 변이 바이러스이길 바라는(?) 사람도 있을 텐데, 변이 바이러스는 아니란 것은 조금만 상식이 있다면 다 예측할 수 있는 일이다.
왜냐면, 중동에서 극동 지역의 한국인이, 그것도 주로 메르스 미발생지인 바레인에 머물렀던 사람이, 중동에서도 아직 발견된 적이 없는 변이된 바이러스에 정말 아주 우연히 감염되어 한국에 들어왔을 가능성이 도대체 얼마나 되겠는가 말이다.
그럼 변이된 바이러스가 아니므로, 그 바이러스의 행태를 사우디의 경험 그대로를 계속 맹신하며 앞으로도 계속 바이러스 변이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을까?
바이러스 변이는 바이러스가 나름 생존하기 위한 전략으로 유전자를 바꾸거나, 환경의 영향을 받아 적자생존 식으로 변이된 바이러스만 살아남음으로 생겨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무슨 말이냐면, 아주 운 좋게 이번에 수입(!)된 신상 바이러스가 채 변이가 생기기 전에 모두 전멸되어 이대로 끝날 수도 있지만 (미국 등 대부분의 국가가 그랬다.) 계속 3차 혹은 4차 감염이 지속되면서 바이러스 증식하면서 변이가 생기고, 그 중 우리나라 기후나 환경 조건에 최적화된 바이러스가 계속 살아 남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다는 말이다.
물론 그러려면, 사람이 아닌 다른 동물이 매개 역할을 해야 하므로,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다.
Q7. 환자에게 항체를 투입한다는데, 괜찮은가?
A7. 불가항력 상황이라면 가능한 일이다.
첫 시도는 실패였지만, 그 투입 시기가 늦었을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만일 완치 환자 혈장으로 위중한 메르스 감염환자의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메르스 단독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은 지금 메르스 치료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메르스에 감염되어 완치된 환자의 경우, 메르스에 대한 항체가 만들어져 핏속에 있는데, 이는 혈장에 녹아 있다. 피는 크게 혈구와 혈장으로 구성되며, 피를 채혈한 후 응고하지 않도록 항응고제를 넣고 원심분리기로 돌리면, 혈구와 혈장을 분리할 수 있다.
이 혈장의 대부분은 물과 단백질이며, 그 환자가 가지고 있던 호르몬과 여러가지 항체들도 포함되어 있으며, 이를 메르스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즉, 중증을 나타내는 환자에게 주사하는 것이다.
만일 완치 환자에서 메르스 항체를 추출해 이를 실험실에서 합성해 낼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치료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치료제를 만드는 건 동물실험, 인체실험 등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물론 100%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다. 왜냐면, 혈장 속에는 여러 가지 단백질, 항체 등 물질이 있어 원하지 않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무엇보다도 혈장이 과민반응을 유발하여 오히려 쇼크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허나 일단 효능이 있다면 대한 후속 대처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 이후 WHO 메르스 자문의사, 해외 여러 언론 들이 유사한 주장을 한 바 있으며, 지금은 사우디 통계의 문제가 있다는 점에 대해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