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 오브 탱커가 6위까지 올라오자 뒤늦게 도탑전기와 히어로스차지의 BM을 다시 공부하려는 분들이 생기는 것 같다. 모바일 게임에만 지난 8년간 100억원을 투자해 본 VC로서 작정하고 데이터를 풀며, 업계에 도움이 되길 바래본다.
도탑전기를 비롯한 중국식 BM을 사용하는 게임과 관련해서 일단 널리 알려져 있는 업계의 오해부터 하나씩 깨나가 보자.
- 월정액과금의 비율이 높을 것이다.
- 가챠의 비율이 높을 것이다.
- 리텐션이 높을 것이다.
1. 월정액 과금이 높다고?
첫 번째 오해. 월정액과금에 대한 얘기부터 해보자.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월정액BM은 전체 매출의 5%도 나오지 않는다. 아주 높게 쳐줘봐야 8%정도. 이것이 뜻하는 바는 월정액조차도 “과금”이기 때문에 무과금러, 비과금러는 여전히 과금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월정액BM은 어디까지나 과금유저에게 주는 어드밴티지에 불과하다.
2. 가챠는 과금의 핵심이지만, 수집욕 때문에 가챠를 긁지는 않는다
두 번째 오해. 가챠 비율이 높을 것이다. 가챠가 과금의 핵심인 것은 맞다. 하지만 많은 개발자와 정치권이 오해하는 부분이 하나 있다. 왜 가챠를 뽑는가에 대해서 먼저 생각을 해야 한다.
유저가 가챠를 뽑는 이유는 명확하다. 가지고 싶어서? 아니다.
판이 안깨지니까. 이 이유가 가장 큰 이유다.
모바일 게임이 아무리 온라인 게임 흉내를 내도 결국은 모바일 게임이다. 유저는 분명히 그 차이를 안다. 그리고 대부분의 모바일게임은 싱글플레이에 집중되어 있다. 이유야 다들 아실테니 생략한다.
때문에 유저는 가챠에 돈을 지불한다. 수집욕이 아니라 안깨지는 다음판, 다음 시나리오 맵을 깨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가챠에 과금을 하는 것이다.
이때 가챠는 더 이상 수집을 위한 가챠로서 작동하지 않는다. 실제로 현존하는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의 아이템/캐릭터 성장 시스템은 레벨업/합성/진화/초월의 구조를 동일하게 가지고 있다. 즉, 내가 원하는 등급의 장비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내 과금이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시스템들이 보완되어 있다.
가령 요즘 잘나가는 “레이븐”을 예를 들어 보자. 레이븐에서 “신화”등급 무기 하나를 얻기위해 평균 지불해야 하는 가챠 금액대는 대략 60만원선이다. (못 믿겠다고? 아무튼 사실이다) 그런데 실제로 신화등급 무기 하나를 “제작”하는데 드는 비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제작”쪽이 좀 더 싸게 먹힌다.
해석하자면… 갸챠뽑기(돈)을 써서 (시간)을 줄일 것이냐?
아니면 느긋하게 (시간)을 태워 (돈)을 줄일 것이냐?… 의 선택지로 유저에게는 이미 갸차라는 BM의 활용법이 각인되어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나는 지금 정부가 도입하고자하는 가챠확율 공개가 실제로 게임사들의 매출액에 거의 변화를 주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미 대다수의 과금유저는 가챠의 의미를 내가 원하는 것을 뽑을 때 까지 들여야 하는 비용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을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비”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챠BM은 빠징코가 아니다. 철저하게 투입대비 결과에 대한 밸런스가 조절되어 있다. 혹시라도 가챠 BM에 대해서 뭔가 환상을 품은 분들이 계시다면 빨리 깨시고 이 밸런스의 의미를 이해하길 바래본다.
즉. 가챠 비율이 높을 것이다의 진짜 의미는 유저가 수집욕에 불타 가챠를 뽑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을 “제작”하기 위한 “재료비”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3. 리텐션은 과정이 아니라 결과다
자. 마지막 세번째 이들 게임은 리텐션이 높을 것이다. 결론은 역시 ‘아니다’이다. 앱애니가 냈던 자료를 보면 전세계 모든 모바일 게임의 30일차 잔존율 평균은 5%다. 1월 1일 100명의 유저가 들어 왔다면 1월 30일날 그 100명의 유저중 여전히 남아서 게임을 하는 유저가 5명 밖에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30일차 평균잔존율을 상회하는 소수의 게임들은 절대적으로 광고 때문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광고 없이는 그 어떤 게임도 저 30일차 잔존율을 넘을 수는 없다.
썩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간단한 비유를 하나만 해보겠다. 만약 코카콜라의 음료로서의 경쟁력이 가장 출중하다면 코카콜라는 광고를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코카콜라 외에도 수많은 탄산 설탕물이 넘쳐난다. 딱히 그들보다 코카콜라만 우월한 독보적인 맛이라고 할 수도 없다.
즉, 광고를 통해서 잠재고객의 이미지에 끊임없이 코카콜라가 최고야라고 각인시키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도 탄산하면 코카콜라를 제일먼저 떠올리는 것이지 코카콜라가 절대적인 제품경쟁력 우위에 있기 때문에 오늘도 코카콜라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수많은 식음료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검증된 사실이다. 그 때문에 식음료 업체는 광고에 통신사들만큼이나 비용집행을 아끼지 않는다)
자. 이 비유를 든 이유는 바로 게임에도 이 이미지의 선점이 똑같이 동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몇 가지 더 적고 싶은 사족이유가 더 있으나 글자 낭비라서.. 핵심만 놔둔다. 즉 리텐션이 좋은 게임은 그에 걸맞는 광고로 그 떨어지는 리텐션을 보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게임도 있다고? 물론 있다. 아까 위의 예를 다시 상기해 보라. “독보적인 경쟁우위”가 있다면 저런 광고 다 필요없다. 그런 게임은 리텐션 나온다. 그러나 드물다.
그래서 중국식 BM의 차이는? 돈 쓰는 재미
자. 이제 마무리. 그럼 저게 모두 핵심이 아니라면 중국식 BM 진짜 차별점은 무엇일까? 과금 컨텐츠가 게임의 구석구석에 다양하게 포진 되어 있다는 것이다.
- 월정액으로만 얻을 수 있는 아이템.
- 특정모드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
- 특정 레벨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
- 특정 조건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
- 구매하면 남보다 더 얻을 수 있는 아이템… 등등
돈을 쓰려고 작정한 유저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돈을 쓰는 재미”를 준다는 것이다. 철저하게 과금자를 위한 재미에 이 모든 BM이 맞춰져 있다. 다음 편에서는 “돈 쓰는 맛”에 관해 좀 더 자세히 써보도록 하겠다.
원문: 잉여로운 A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