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3일 작성된 글입니다.
애플 워치를 구입한 지 이제 1주일이 되었다. 그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차고 다녔는데 이제 그 소감을 말할 때가 된 것 같다. 기본적인 기능과 외형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리뷰들이 있기 때문에,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그 동안 안드로이드 웨어(G Watch)를 쭉 차고 다녔다. 불편해서 풀고 다닌 적도 꽤 있지만, 이래저래 하면 두 달 정도는 차고 다녔던 것 같다. 애플워치가 나오기 전까지 OS와 가장 잘 통합된 기기였기 때문에, 둘 간의 비교는 꽤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무엇이 더 “시계” 같은가?
안드로이드 웨어의 메이커는 5개 이상으로, 모양도 색깔도 완전히 다르다. 원형, 사각형, 플라스틱, 메탈 등 재료도 다르고, 워치 페이스도 기본 탑재된 것 외에 서드파티가 제공하는 워치 페이스까지 합치면 수백 가지 이상이 된다. 게다가 시중에 나와 있는 밴드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설정하기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모양이 되어 선택의 폭이 어마어마하게 넓어지게 된다.
이렇게나 선택의 폭이 넓었지만, 어느 하나 맘에 드는 걸 찾기 힘들었다. 어찌 보면 윈도우즈 머신들을 보는 듯한 느낌인데, 하나가 맘에 들면 다른 하나가 맘에 안드는 식으로, 도무지 맘에 드는 기계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나마 Moto 360이 제일 나아보였지만, 그것도 그 나름대로 큰 단점 (하단의 검은 센서부가 화면을 잘라먹는다) 을 가지고 있었다. 웨어를 사려고 이리저리 궁리해봤지만 결국은 구매하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에 반해 애플 워치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모양은 동일하고, 재질과 밴드만 고를 수 있다. 서드 파티의 워치 페이스 제작도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선택지 하나 하나가 굉장히 세심하게 고려된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애플이 늘 잘 하는 것 처럼 뭘 해도 기본 이상은 한다는 느낌이다.
용도에 맞게 고르다 보면 대충 맘에 드는 게 손에 걸린다. 추가 밴드들도 서로 잘 어울리고, 교체하는 일도 너무 쉽다. 일반 시계줄을 힘겹게 찾아 도구를 사용해 교체해야하는 안드로이드 웨어와는 많이 다르다. 이미지로 보는 것 보다 실물이 좋고, 착용했을 때의 느낌도 좋다. 안드로이드 웨어는 이동할 때를 빼면 늘 책상 위에 풀어놓았지만, 애플 워치는 집에 와서를 빼고는 늘 차고 다닌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변화된 행동이 이미 많은 걸 설명하고 있다.
애플은 이 기기를 만들기 위해 시계 전문가와 협업했고, 버버리 임원들을 영입하는 등 하나의 “브랜드 워치”로서 자리매김 하기 위한 노력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기기가 전통적인 시계 브랜드 (오메가, 파텍 필립, 롤렉스, 태그 호이어 등) 와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들 브랜드와 같은 층에서 독립 매장으로 있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는 점이 안드로이드 웨어와 가장 큰 차이점 같다.
모든 제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대와, 그 제품을 실제로 차볼 수 있게 해주는 애플 워치와 반대로, 한 곳에서 집중해서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브랜드에 따라 한 두대 정도가 전시대에 거치되어 있는 안드로이드 웨어는 아직도 가젯(Gadget)에 가까운 느낌이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안드로이드 웨어는 알림 목록이 기본이다. 휴대폰에 있는 알림과 마찬가지로, 새 메시지나 메일이 오면 알려주고 다음 미팅을 알 수 있거나, 그에 따라 간단한 대응(알림 제거, 답장 등)을 할 수 있다. 버전 2로 업데이트 되면서 앱 목록에서 특정한 기능을 실행할 수 있긴 하지만, 아직은 한단계 숨어있고, 기본은 알림 목록이다.
단, 구글 나우와 마찬가지로 필요한 정보들을 알아서 제공하기 때문에 그냥 알림 목록보다는 항상 떠 있는 정보가 많은 편이다. 기본적으로 한 화면에 카드 하나가 떠 있으며, 스트림을 위아래로 스크롤해서 탐색한다. 더 많은 정보를 보고 싶다면 좌 우로 스와이프해서 카드를 더 보거나, 카드를 삭제한다. 버튼은 기본적으로 없는 것을 전제하기 때문에 새로 셋업할 때 이 모든 과정을 알려준다. 처음엔 갈피를 잡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단순한 구조이다.
애플 워치는 이에 비교하면 작은 아이폰이라고 할 수 있다. 시계 화면에서 홈 버튼을 누르면 앱들이 모여있는 일종의 런쳐 화면이 나오는데, 여기서 원하는 앱을 실행하는 형식이다. 벌써 많은 앱들이 애플 워치를 지원하고 있는데,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의 경우는 스트림을 볼 수 있고, 아마존 앱은 바로 쇼핑을 할 수 있는 등 주요한 기능 한 두가지를 꺼내왔다.
안드로이드 웨어의 홈 화면의 역할은 글랜스(Glance) 메뉴가 대체한다. 말하자면 안드로이드 웨어의 모든것이 애플 워치의 일부 기능인 셈인 것이다. 사진도 찍을 수 있고, 음악도 바로 들을 수 있다. 아이폰에 연결되어야 동작하긴 하지만, 폰을 꺼내는 빈도가 안드로이드 웨어보다는 적도록 설계되어있다. 와이파이 망으로도 동작할 수 있어, 멀리 떨어져있지만 않다면 워치만으로도 충분히 대부분의 일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인터페이스가 쉽게 머리속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은 단점이다. 한번의 교육을 거치면 무리없이 사용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 웨어와는 달리, 몇번을 실행해도 감이 오지 않는 애플 워치의 인터페이스는 개인적으로 맘에 들지 않았다. 글랜스 화면과, 앱을 실행했을 때의 화면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내가 어디서 이 화면을 봤는지가 명확하지가 않아 여러번 주춤주춤 거려야 했고, 특히 용두(digital crown)의 조작도 문제였다.
용두는 스크롤 휠 역할을 하는 물리 버튼인데, 아이팟 등에서 학습한 대로 조작하자면 탐색하다가 선택할 때엔 그 휠을 ‘클릭’ 해야 했다. 하지만 애플 워치에서는 그 휠을 클릭하면 홈 화면으로 빠져나가 버린다. 가장 헷갈리는 화면이 “친구들” 화면이다. 탐색은 용두로 하고, 친구를 선택하는 것은 그 얼굴을 탭해야 한다는 것은 쉽게 와닿지 않는다.
무엇보다 미니 앱들이 얼마나 효용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트윗을 작은 시계 화면으로 보는 건 정말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특히나 인스타그램은 사진을 제대로 확인하기도 어렵다. 내 시계가 42mm인 것을 감안하면 38mm는 더 작게 보이겠지. 게다가 대부분의 서드 파티 앱들이 폰과 통신해서 결과물을 가져오기 때문에 폰에서 직접 보는 것보다 현격하게 느리다. 조만간 워치 용도에 적절한 앱들이 많이 나오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이런 앱들을 위해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무엇이 더 스마트한가
서로 할 수 있는 일은 조금씩 다르지만, 애플 워치와 안드로이드 웨어 모두 “알림”을 더 가까이서 전달해주는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안드로이드 웨어의 알림은 폰과 연동되어 있다. “알림 없음 / 중요한 알림만 / 모든 알림” 의 세 가지 필터로 폰의 알림을 소화한다. “중요한 알림”은 일종의 화이트리스트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앱만 등록하게 된다. 나 같은 경우 메일, 메시지 앱 두개(행아웃, 라인)만을 설정했고, 그렇게 하면 나머지 앱에 대해서는 진동이 오지 않는다. 애플 워치도 폰의 알림 센터와 연동되지만, 추가로 알림을 안오게 만들 수 있다.
말하자면 안드로이드 웨어와는 반대 방식인 블랙리스트 방식이다. 이건 좀 문제가 있는데, 말하자면 받기 싫은 걸 하나 하나 다 꺼야 한다는 소리다. 아이폰에 앱이 10개 이내로 깔려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고, 대부분의 서비스들은 바보같은 알림들을 보낸다. (“@user1과 @user2가 #hashtag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같은 트위터 알림)방해 금지 모드가 있긴 하지만 이건 “받는다 / 안 받는다” 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안드로이드의 “중요한 알림”과는 조금 다르다.
귀찮음을 감수하고 하나하나 설정해주면 되긴 하지만, 새로 앱을 설치하면 또 다시 설정할 거리가 늘어난다. 게다가 애플 워치는 워치 자체에서 보내는 알람도 있다. “건강” 앱에서는 사용자가 목표를 달성하도록 독려하는 메시지를 보내는데, “자리에서 일어나라”, “지금 어느 정도 달성했다” 같은 알림이 온다. 이는 가끔은 굉장히 무신경하게 느껴지는데, 얼마 전 돌던 트윗 중 “화장실 변기에 앉았는데 일어나라는 알림이 왔다”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하지만 알림 자체를 표시하는 것은 애플 워치가 훨씬 잘 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웨어는 기계적인 진동으로 때때로 굉장히 불쾌하기까지 하고, 워치에 알림이 와도 폰도 같이 진동하는 (설정에서 끌 수 있긴 하다) 무신경함이 짜증나는데, 애플 워치는 폰을 보고 있으면 워치엔 알림이 오지 않고 워치를 보면 폰에 알림이 오지 않는다.
그게 아주 절묘하게 동작하기 때문에 전혀 위화감이 없다. 또 알림을 주는 방식도 훨씬 우아하다. 새로 개발된 탭틱 엔진 “Taptic Engine” 을 통해 손목을 톡 치듯 알려주는 알림은 디지털 기기의 알림이 어떠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이걸 한번 느낀다면 둔탁한 진동 모터로는 도저히 돌아갈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나의 경우 결국 애플 워치에서 설정을 귀찮게 조정하는 일을 하게 될 것 같다.
무엇을 살 것인가
안드로이드를 좋아하지만, 난 아직도 “이거면 되겠어” 하는 폰을 만난 적이 없다. 배터리가 빨리 녹고, 카메라가 후지고, 아니면 OS에 느리고 불편한 스킨이 덮여있어 늘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하나를 고르곤 했다. 아이폰은 모든 부분이 맘에 들진 않지만 적어도 하나 사면 이래저래 만족하게 되는 것 같다.
워치도 마찬가지의 상황인 것 같다. 선택지가 굉장히 많지만 조금씩 마음에 들지 않는 안드로이드 웨어와, 선택지는 좁지만 그 하나 하나가 대충 쓸만하게 느껴지는 애플 워치. 적어도 시계로서는 애플 워치가 조금 더 매력적인 것 같다.
원문 : Nothing Spec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