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즈에서 한국의 앱 비즈니스가 어떻게 실리콘 밸리와 다른지 조명하는 기사를 냈다. 반향이 꽤 있는 기사여서 간략하게 내용을 소개해 본다.
- 뉴욕타임즈의 What Silicon Valley Can Learn From Seoul을 요약한 부분입니다.
실리콘 밸리가 서울에게 배울 것들
한국의 인터넷 망은 실리콘 밸리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앞서나가 있다. 미국에서 일하다 얼마 전에 한국으로 들어와 일하고 있는 Mike Kim은 “실리콘 밸리에 돌아가면 오히려 암흑기처럼 느껴진다” 라고 이야기하기도. 심지어 이 속도는 점점 더 빨라져서 2020년이 되면 지금보다 1,000배 정도 빨라진다고 한다. 영화 한편을 거의 1초만에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속도. 한편 미국은 한국의 1/600 속도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미래적인 면과 대조적으로 디자인 적으로 보면 한국의 앱/웹서비스들은 구닥다리처럼 느껴진다. 마치 90년대를 보는 듯하다. 대표적인 사례는 카카오톡이다. 한게임 창업자인 김범수가 만든 이 서비스는 앱 안에 인터넷이 들어와있는 듯하다. 뉴스를 보거나, 친구에게 대화를 하거나, 저녁을 주문하거나 게임을 할 때 모두 이 앱을 사용한다. 미국과는 사뭇 대조적인 제작 방식이다.
이런 제작 방식의 차이는 네트워크 스피드나, 폰 사이즈에 기인하기도 한다. 한국은 인터넷도 빠르고 큰 폰이 인기인 반면, 미국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기능을 넣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의 차이 때문에 미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의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
“선샤인”이라는 파일 공유 서비스를 만든 Nicole Kim은 미국 진출 이후 서비스를 더 단순하게 만들고, 작은 사이즈 파일 공유에 적합하게 바꿔야 했는데, 그 이유는 한국이나 홍콩과 달리 미국은 네트워크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환경 문제에 국한지을 수만은 없다. 2014년에 서비스 밴드(Band)를 미국에 런칭한 Doyoun Kim은 “서비스의 수많은 기능이 사용자들을 헷갈리게 만들었다”라고 자평한다. 기능이 너무 많아 이 앱이 제일 잘 수행하는 기능이 뭔지 어필하기 힘들었고, 그 결과 외면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3천만명이 쓰는 서비스이지만, 미국에서는 별 소득이 없었다.
미국은 가끔 너무 “기능 하나”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결과가 “Yo.”이다. 이런 식으로 단순한 서비스가 성공하면, 거의 끝자리만 다른 비슷한 서비스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난다. 예를 들면 “Uber for ㅇㅇㅇ” 같은 식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식의 서비스보다는 편리함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데, 쿠팡같은 회사가 그런 예이다. 적어도 하루만에, 빠르다면 주문한 그 시간에 식료품이나 기저귀같은 물품을 배송해주는데 이는 인구의 1/5이 서울에 집중된 환경 덕분이 크다. 미국에서는 성장하기 힘든 서비스가 한국에서는 성공한다.
이후 실리콘 밸리가 한국(서울)에서 배울 점들을 나열하고 있는데,
1) 폰에서 바로 결제가 가능하고 광고 이외에 디지털 제품(스티커)으로 실제 수익을 거두는 점, 2) 시작부터 다른 나라로의 진출을 염두에 두는 점(내수 시장이 작기 때문에) 3) 새로운 서비스가 가능한 인프라를 갖추는 일 등이다.
많은 미국 회사들이 이제 새로운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페이스북은 internet.org을 설립하여 세계 구석구석에 경량화된 웹서비스를 보급하고 있고, 구글은 풍선을 띄워 인터넷 접근성을 높이려고 하고, 값싼 안드로이드 폰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애플은 중국 시장을 위해 금색 폰을 만든다. 미국은 그 동안 자신들의 관점으로 제품을 만들어도 충분히 잘 팔아왔지만, 성장의 정체를 피하자면 결국 시장을 확장해야 하는 것이다.
서울의 몇몇 회사들은 자신의 성공을 그대로 미국 시장에서 재현하고자 했지만, 처절하게 실패했다. 인터넷이 상대적으로 느리고, 사용자들이 복잡한 기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은 어찌보면 실리콘 밸리의 회사들에게도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일 것 같다. 그들이 목표로 하는 시장은 미국보다 인터넷이 느리고, 문화도 완전히 다르다. 한국의 고전에서 교훈을 얻어 다른 접근을 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의 앱/웹 디자인이 복잡하고 정신 없는 이유?
한가지 동의하기 힘든 부분은 한국의 앱 / 웹 디자인이 왜 그렇게 복잡하고 정신없는지에 대한 분석이다. 인터넷 속도가 빠르고, 큰 폰이 많기 때문에 많은 기능을 표현하기에 충분하다는 이야기인데,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나는 오히려 그것이 주된 이유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외국 디자이너에게 “삼성폰의 UI컬러와 아이콘들은 너무 끔찍하다”라고 이야기했을 때, “이유가 무엇인것 같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아마도 피쳐폰때의 느낌을 그대로 유지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라고 답하고 넘어갔지만, 사실은 회사의 조직문화, 의사결정 구조와도 깊은 관계가 있을 것이다.
디자인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디자인을 실제로 결정하고, 그 과정에서 실무자의 의견이 존중되지 않는 수직적인 의사결정 구조, 쉽게 극적인 변화를 만들기에 어려운 보수적인 분위기가 큰 회사에 팽배해 있고, 이는 자연스레 주류로 자리잡아 다른 작은 회사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삼성 / 네이버가 했으니까 괜찮아” 같은 이야기는 실제 한국 회사에서 많이 나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제 실리콘 밸리에서 “잘했다”고 하는 디자인의 서비스들도 꽤 많이 나오고 있고 그 중 좋은 반응을 받는 서비스들도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이 빠르기 때문에 더 많은 정보가 들어가고, 폰이 크다고 기능을 우겨넣을 필요는 없다.
원문 : Nothing Spec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