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red의 Beware, Playing Lots of Chess Will Shrink Your Brain!을 번역한 글입니다.
신문에 나오는 신경과학 관련 기사는 대부분 건강에 나쁜 습관을 다룹니다. 올해 초 어떤 신문은 인터넷 성인물을 보는 동안 뇌가 수축한다는 연구를 싣기도 했습니다. 더 최근에 ‘데일리 메일’은 디지털 기기들을 사용해 다중 작업을 하는 것이 우리 뇌를 작아지게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기사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비슷합니다. 성인동영상/불량식품/게임 등이 해롭다는 기존의 관념에 더해, 이제 과학자가 할 일은 이런 것이 뇌를 수축하게 만들기 때문에 역시 나쁜 습관이라는 걸 증명하는 겁니다. 마치 우리가 품고 있던 악에 대한 의문에 명확한 판결을 내리는 듯합니다.
뇌수축이 곧 뇌기능의 퇴화를 의미하는 것일까?
하지만 이런 기사는 뇌 수축이 좋은 징후일 수 있다는 내용을 다루지는 않습니다. 사실 큰 것이 곧 좋다는 생각을 뇌에 적용하는 것은 착각입니다. 코끼리나 고래의 뇌는 상당히 크지만 이들이 지구 상에서 가장 똑똑한 동물은 아닙니다. 반대로, 작은 뇌를 가진 꿀벌은 굉장히 똑똑합니다.
게다가, 부분적인 뇌 수축은 신경 효율성이 증가했다는 징후일 수 있습니다. 또한 기억해야 할 것은, 인간의 뇌는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부피가 계속 커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피를 줄이며 다듬는 작업을 한다는 것입니다.
부분적인 뇌 수축이 필연적으로 나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예가 엘리트 체스 경기 선수의 뇌 연구를 통해 제기되었습니다. 주르겐 한기(Jürgen Hänggi)는 프로 체스 선수와 아마추어 체스 선수 각각 20명의 뇌를 자기 공명 영상법(MRI)으로 촬영해 비교했습니다.
프로 체스 선수가 복잡한 체스 수를 기억하기 위해 더 큰 측두엽을 갖고 있을까요? 또는 여러 수 앞을 내다보기 위해서 훨씬 더 큰 전두엽이 필요할까요? 실험결과, 그렇지 않았습니다. 두 집단 사이에 약간의 뇌 구조 차이만 발견되었으며, 이런 구조적 차이는 프로 선수와 비 프로선수 사이의 부분적인 뇌 수축의 정도 차이였습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프로 체스 선수 뇌의 측두엽과 후두엽이 만나는 장소(OTJ: occipital-temporal junction)의 중뇌수도 주변 회백질이 더 작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OTJ는 물질의 인식과 물질간의 관계를 인식하는 기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프로 체스 선수 뇌 백질 부위의 ‘확산성’이 좀 더 줄어들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 부위는 시각적 정보를 실행 부위로 보내는 중요한 통신 매체입니다. ‘확산성’이라는 것은 전문적 용어로 ‘덥수룩함’을 뜻하며, 프로 선수는 이 통신을 담당하는 부위를 다듬어 작게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체스 경기 경험이 더 오래 될수록 신경 미상핵의 부피가 더 작아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도 발견하였습니다.
프로 체스 선수에게서 발견된 부분적 뇌 수축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연구진은 관찰 결과 발견한 것을 통해 무언가를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솔직히 말합니다. 뇌 피질의 두께와 중뇌수도 주변 회백질의 부피 사이의 연관성이 심리학적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뇌과학
바로 이런 것들이 ‘데일리 메일’이나 기타 신문들에서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입니다. 뇌 과학은 생각보다 복잡하며 아직 걸음마 단계여서 뇌의 구조적 차이를 명확하게 설명해 내는 것이 현재는 어렵습니다. 뇌 수축은 나쁘고, 뇌 확장은 좋은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을 적용할 수 없습니다. 이런 서로 상충하는 주장을 좀 더 큰 그림에서 볼 수 있는 예들이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훈련이 뇌의 특정 부분 신경계를 더 두텁게 만든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보통 사람들과 비교해 음악가들은 손과 손가락을 조정하기 위한 신경계를 더 많이 갖고 있습니다. 또한 뇌의 피질은 나이가 들면서 축소되며, 이러한 것은 인지 능력의 소실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반대로, 음치들의 청각 피질에서 더 두꺼운 신경 물질이 발견되기 때문에, 더 두꺼운 것이 항상 더 좋은 것이라는 주장을 반박하기도 합니다.
체스 선수들에 대한 연구가 지력과 뇌 사용을 알아내기 위한 첫 연구는 아니었습니다. 올해 초 브라질 축구 선수인 네이미르가 발로 공을 컨트롤 하고 있을 때 뇌가 얼마나 적게 활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뇌 기능 연구도 있었습니다.
뇌의 변화에 대한 상반되는 연구 결과와 주장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아직 많은 의문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프로 체스 선수들에게서 보이는 뇌 수축은 신경 접합부의 축소가 일어나는 어린 나이에 체스를 훈련하던 습관과 연관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성인이 된 이후 과도한 연습이 뇌의 부분적 확장을 야기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은 아직까지는 가설에 불과합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일반적으로 체스 경기를 하는 것이 우리 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일반인과 약간 다른 뇌 구조를 가진 사람이 체스 경기에 빠져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뇌의 수축이 꼭 부정적으로 해석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뇌 수축 현상은 신경계 효율이 증가했거나 또는 그 행위가 고도의 전문성이 있음을 말해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언젠가 신문에서 또 뇌가 수축하는 것으로 여러분을 겁주려고 한다면 속지 마십시오.
원문: 뉴스페퍼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