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최고의 축구선수를 넘어 역사상 최고의 축구선수 반열을 향해가고 있는 메시에 대한 기사에는 사실 별로 새로울 게 없습니다. 하지만 한 시즌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FiveThirthEight이 그래프로 정리한 몇 가지 통계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원문 기사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리기 전인 6월 5일 올라왔습니다. 결승전에서 FC 바르셀로나는 유벤투스를 3:1로 꺾고 유럽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두 번째 트레블(한 시즌 3관왕)을 달성했습니다. 수많은 선수들의 활약 속에서도 메시는 이번 시즌도 가장 빛나는 별이었습니다.
- FiveThirtyEightSports의 Lionel Messi’s Majestic Season를 번역한 글입니다.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은 메시(Lionel Messi)에게는 아쉬움이 크게 남을 법한 대회입니다. 어렵게 결승전까지 올랐지만 끝내 독일의 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죠. 상당히 이례적으로 우승팀 소속도 아니고 득점왕도 아닌데도 대회 최우수선수상을 차지한 메시였지만, 만 나이 27살, 이번 월드컵을 아르헨티나에 우승 트로피를 안겨줄 절호의 기회로 여겼던 메시 본인과 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특히 메시는 월드컵 전 시즌에서 달고 뛰던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듯 여러 차례 몸이 무거워 보였습니다. 실제로 경기중 천천히 걷거나 우두커니 서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습니다. 체력 안배 차원에서 영리하게 플레이를 했다고 평가하기엔 활동량이 너무 부족한 경기가 잇따랐습니다. 메시가 지쳤다는 수군거림이 대회 내내 따라다녔습니다.
메시는 소속팀으로 돌아와 새로이 바르셀로나 1군팀 지휘봉을 잡은 루이스 엔리케(Luis Enrique) 감독의 지도 아래 여름 이적시장에서 팀이 새로 영입한 선수들과 호흡을 맞춥니다. 이 가운데는 리버풀에서 거액을 주고 영입한 우루과이 출신의 스트라이커 루이스 수아레즈(Luis Suarez)도 있었죠. 브라질의 신성을 넘어 이미 슈퍼스타의 길을 걷기 시작한 네이마르(Neymar)에 이어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 수아레즈까지 가세하면서, 메시가 이들과의 경쟁에서 FC 바르셀로나의 에이스 자리를 지켜낼 것이냐를 두고 많은 말이 오갔습니다.
시즌 출발은 좋지 않았습니다. 수아레즈는 월드컵에서의 기행 탓에 징계로 10월까지 출전이 금지된 상태였고, 가장 중요한 리그 경기인 레알 마드리드와의 라이벌 경기 엘 클라시코(El Clasico)에서 1:3으로 완패합니다. 그리고 지난해 말, 한해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Ballon d’Or)는 2년 연속 호날두에게 돌아갑니다. 올해 초에는 메시와 엔리케 감독 사이에 불화설까지 터졌습니다. 메시가 바르셀로나를 떠날 거라는 소문은 연일 언론을 장식하기도 했습니다.
바로 위에서 정리한 이야기가 2014-15시즌 전반기, 즉 2014년 하반기에 일어난 일들입니다. 하지만 언제 부진했었냐는 듯이 올해 들어 메시는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최고의 시즌을 만들어냈습니다. 축구는 팀스포츠니 팀 동료들의 도움을 빼놓을 수 없겠지만, 아래 그래프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메시는 특별해도 너무 특별했습니다.
먼저 메시의 드리블입니다.
메시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은 환상적인 플레이로 수비수를 농락하곤 하죠. 위 그래프는 지난 다섯 시즌 동안 수비수를 상대로 공격수가 몇 번이나 돌파를 시도해서 얼마나 성공했는지를 집계한 것입니다. 가로축은 한 경기당 평균 몇 차례 드리블을 성공했는지를 나타내고, 세로축은 드리블 성공률, 즉 수비수를 얼마나 잘 따돌렸느냐입니다. 그리고 동그라미의 크기는 총 드리블 성공횟수를 나타냅니다.
가장 오른쪽, 가장 위에 자리한 빨간색 큰 원이 메시의 기록입니다. 지난 다섯 시즌 동안 메시는 총 1,995차례 돌파를 성공했습니다. 돌파 성공률은 55%를 상회하고, 한 경기 평균 8차례 이상 돌파를 성공한 셈입니다. 팀 동료 루이스 수아레즈가 전 소속팀 리버풀에서 대단한 활약을 펼쳤을 때를 바탕으로 집계된 기록인데 성공률 35%, 돌파 1,113회를 기록했습니다. 메시와 함께 당대를 대표하는 축구선수로 평가받는 크리스티아노 호날두(Cristiano Ronaldo)가 43%의 성공률로 총 872차례 돌파를 성공했습니다. 총 돌파 성공횟수가 메시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올 시즌 메시는 수비수들에게 더 끔찍한 악몽이었습니다. 경기당 9.6차례 돌파에 성공했습니다. 그렇다고 성공률이 떨어진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56%로 이전 네 시즌보다 더 높았습니다. 이 통계만 갖고도 메시는 ‘도저히 막을 방법이 없는 선수’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를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도 스페인 리그(La Liga) 득점왕 타이틀은 메시가 아닌 호날두가 차지했습니다. 호날두로서는 그나마 위안을 삼을 만한 사실이 될지 모르겠지만, 페널티킥 득점을 제외하고 팀 공격 공헌도를 따질 때 필요한 지표가 되는 도움을 더한 “필드골+도움” 기록에서는 메시가 호날두를 앞섰습니다.
시즌 전반기 내내 엎치락뒤치락하며 비슷한 추이를 이어오던 두 선수의 공격포인트 행진은 2015년 1월을 기점으로 차이가 벌어집니다. 호날두가 잠시 주춤하는 사이 메시가 말도 안 되는 속도를 그대로 이어 끝까지 달렸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겁니다. 이 그래프만 갖고, 또는 이번 글 안에서 메시와 호날두 가운데 누가 더 위대한 선수냐는 끝나지 않을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요. 두 선수의 플레이는 사실 안 그래도 수치화하기 어려운 축구 통계에서 통계로 온전히 담아내기 어려울 만큼 뛰어납니다.
아래 그래프도 그런 축에 속할 겁니다.
브라질 월드컵 이후 지난 4일까지 유럽 5대 리그에서 뛰고 있는 공격수들이 기록한 “필드골+도움” 기록입니다. 가로축이 출전 경기 횟수, 세로축이 페널티킥 골을 제외한 공격포인트입니다. 네, 역시 가장 오른쪽 가장 위에 외롭게 위치한 빨간 점이 메시입니다. 이 그래프에서는 호날두가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긴 합니다. 이 두 선수의 기록이 얼마나 독보적인지 알 수 있는 그래프지만, 어떤 의미에서 메시는 이 그래프에서 표현되는 것보다 훨씬 더 위대한 플레이를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FiveThirthEight)
원문: 뉴스페퍼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