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New York Times의 “Guess Who Doesn’t Fit In at Work”를 번역한 글입니다.
‘조직 문화와의 궁합(Cultural fit)’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뽑아 팀을 만드는 것”쯤이 될 것입니다. 여러 문화권, 다양한 직종을 불문하고 이 궁합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그리고 지금도 인재를 뽑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입니다.
이른바 일 잘하고 잘 굴러가는 조직을 만드는 데 팀원들 간의 궁합, 조직력만큼 중요한 게 없으니 당연한 기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 기준은 원래 해당 조직에서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후보를 가려내는 데 필요한 체계적인 분석을 뜻했을 겁니다. 하지만 점점 뜻이 확장되고 지나친 해석이 자꾸 보태졌습니다.
1980년대, 이 개념이 처음 등장했던 때로 돌아가 봅시다. 원래 취지는 이랬습니다. 회사가 사람을 뽑을 때 개인의 업무능력뿐 아니라, 가치관과 성격이 조직의 전략 내지 지향점과 잘 맞는지도 고려해서 뽑으면, 노동자들의 업무 만족도도 높고, 그래서 일도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는 겁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Southwest Airlines)이 직원을 뽑을 때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신이 겪었던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경험을 털어놓고자 하는지를 확인하는 건 아마도 일할 때 항상 즐거워야 고객들을 대할 때도 즐거운 자세로 일하게 된다는 회사의 철학과 방침에 걸맞는 인재를 뽑기 위해서일 겁니다.
사우스웨스트 경영진은 이러한 즐겁고 신나는 분위기가 브랜드의 성공에 큰 역할을 했다고 믿고 있습니다. 투명성과 정직함을 생명으로 여기는 투자회사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트(Bridgewater Associate)가 비판받는 걸 못 견디는 후보를 걸러내는 것도 결국 이 궁합 평가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직과의 궁합? 개인적인 선호?
하지만 대다수 조직, 회사에서 이 ‘조직 문화와의 궁합’은 상당히 남용되고 있습니다. 저는 투자은행, 경영 컨설팅 분야, 그리고 유명 법무법인의 인재 채용 과정을 오랫동안 지켜본 결과 이런 사실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면접관들은 거의 예외 없이 면접을 통해 “우리 조직에서 일할 만한 적임자인지”, 즉 조직과의 궁합을 본다고 말했습니다. 면접 단계까지 가는 건 좋은 이력서겠지만, 결국 일자리를 얻느냐 마느냐는 면접에, 그것도 바로 이 궁합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면접관들이 말하는 궁합이 조직, 회사의 가치관과의 적합도가 아니라는 게 문제입니다. 면접에서 조직과의 궁합이라는 이름 아래 포장되는 건 사실은 개인적인 호감도, 즉 면접관에게 남기는 인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같이 일할 팀원이나 후배 직원을 뽑아야 하는 면접관들은 같이 어울리기 편한 사람, 친해지는 데 문제가 없을 것 같은 사람을 선호하기 마련입니다. 고객을 정성스레 응대할 줄 아는지 여부는 뒷전으로 밀리기 십상이죠.
면접관들은 이를 “이성과의 소개팅, 혹은 데이트 상황”에 빗대기도 하고, “(겨울에 눈보라가 많이 쳐 종종 비행기가 연착되곤 하는) 미니애폴리스 공항에 이 친구랑 같이 몇 시간 동안 옴짝달싹 못 하고 갇혀있어야 할 때를 상상”해보기도 합니다. 즉, 일터에서 매일 마주쳐야 할 사람을 뽑는 것인 만큼 공통 관심사가 있거나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을 아무래도 선호하게 된다는 겁니다.
대학교 때 조정(rowing)을 한 경험이 겹치거나,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이 있어 그와 관련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거나, 아니면 같은 종류의 위스키를 즐겨 마시고, 미슐랭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을 찾아 맛집 탐방을 다니는 걸 좋아하는 후보에게는 조직과 궁합이 맞는 후보라는 평가가 내려집니다. 정작 고객을 우선순위에 두고 일을 하겠다는 포부, 팀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는 열정은 평가 항목에도 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열혈팬인 어떤 회사의 임원이 한 후보를 도저히 자기 회사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열변을 토해가며 깎아내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후보는 뉴욕 양키스 팬이었습니다. 그 면접관의 판단 기준은 알 수 없지만, 그가 내세운 이유는 늘 그렇듯 “조직 문화와의 궁합”이었습니다.
이렇게 개인적인 호불호를 기준으로 후보자들을 평가하는 건 앞서 말한 투자은행, 경영 컨설팅, 유명 법무법인에서만 그런 게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보편화된 현상입니다. 면접관들은 으레 취미가 무언지, 업무시간 외에 어떤 일을 하며 보내는지를 묻곤 합니다. 이 질문에 어떤 답을 하느냐는 일자리를 얻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다양성과 실력을 저해하는 ‘조직 문화와의 궁합’
이런 관례는 조직 내 인적 구성의 다양성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 성별, 인종별, 교육 수준 혹은 출신 지역별 다양성은 계속해서 높아졌지만, 기업은 사회 전체적으로 놓고 봤을 때 여전히 다양성이 부족한 축에 속합니다. 문화적인 궁합을 이유로 기존에 있는 사람들과 다른 사람보다는 비슷한 사람들이 계속 뽑혀왔기 때문입니다.
제가 연구한 기업들을 보면 직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경험은 대개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할 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옮긴이: 사회경제적으로 특정 계층만 향유할 수 있는 취미인 경우가 많다는 뜻) 투자은행, 경영 컨설팅, 법무법인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가만 놓고 분석해보면 여전히 사회경제적으로 고소득층, 부유층이 압도적으로 많은 근본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조직 문화와의 궁합’인 겁니다.
또한 여전히 전통적 의미에서 남성적인(masculine)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조직과의 궁합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는 업무 능력이 탁월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여성적인(feminine) 성격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조직과의 궁합 평가에서 감점을 받아 불필요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서 일해야 업무 효율이 높아지지 않겠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그건 직종마다 다른데, 복잡하고 창의적인 의사 결정을 잇달아 내려야 하는 직종에서는 너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있는 것보다 다양한 조합의 사람들이 모여 있을 때 실수가 줄어들고, 잘못된 결정을 내릴 확률도 낮아집니다.
실 팀을 꾸려서 일을 하게 되면 그 프로젝트를 같이 한 경험 자체로도 끈끈한 유대감이 생기는 법인데, 많은 사람들은 이를 종종 간과합니다. 꼭 비슷한 종의 와인을 마시거나, 주말이면 자동차 경주를 즐겨보는 사람들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끈끈한 조직을 꾸려 일을 잘해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조직 문화와의 궁합이라는 미명하에 비슷한 경력, 취미 생활을 토대로 판단한 호불호에 따라 사람을 뽑는 관례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가장 큰 문제는 후보자가 가진 실제 업무 능력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사람들은 대개 누군가가 하는 거짓말을 자기는 똑똑히 가려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실제로는 잘 속아넘어가면서도 말이죠. 누군가의 능력을 검증하는 것도 비슷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와 잠깐만 이야기해 보면 이 일을 잘할 수 있는 자질을 갖췄는지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사실에 홀려 업무 능력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평가를 못 내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체계적인 문항 없이 편안한 대화로 이어지는 많은 인터뷰의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조직과의 궁합이 제대로 된 인재 채용 기준이 되려면?
업무에 있어서도 개인과 조직의 궁합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궁합은 비슷비슷한 개인이 모여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돼서는 안 됩니다. 조직 문화와의 궁합이 정말 맞는 개개인을 뽑아 고용하고 싶다면, 그냥 편안한 대화 형식의 면접이 아니라 체계적인 기준을 갖고 분석할 수 있는 설문 문항 혹은 명백한 기준에 입각해 준비된 질문을 토대로 한 면접을 해야 합니다. 몇 가지 방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조직 문화가 무엇인지부터 분명하게 후보자에게 설명해야 합니다. 애매하고 추상적인 표현은 최대한 빼야 합니다. 그리고 이 문화와의 궁합, 적합도가 회사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있어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을 설명해야 합니다. 이를 뒷받침할 만한 통계 수치를 근거로 보여줄 수 있다면 더욱 좋습니다. 그리고 나서 공식적인 ‘궁합 판별표’를 만드는 겁니다. 면접관 개인의 주관적인 호불호에 기대어 판단하지 않도록 최대한 객관적인 기준을 분명히 세우는 것이죠.
아울러 면접관에게 궁합을 기준으로 삼되, 어느 정도 반영해야 할지 기준을 정해주는 것도 꼭 필요합니다. 적잖은 경우 면접관들에게 어떤 특징을 갖춘 후보를 찾아내고, 어떤 특징을 갖춘 후보는 가능하면 피하라는 지침을 내리면서도 각 항목별로 우선순위를 정해주지 않아 면접관들이 판단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럴 때 (조직 문화와의 궁합이라는 항목에 포함될) 개인적인 호불호가 필요 이상으로 영향을 미치곤 합니다.
사실 과거에는 훨씬 노골적인 방식으로 비슷한 사람을 대놓고 뽑았습니다. 성별, 인종, 종교에 따라 지원조차 할 수 없는 일자리가 있었으니까요. 이제는 법적으로 더 이상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여전히 문화와의 궁합이라는 틀을 이용해 사람들을 걸러내고 있습니다. 자신과 잘 맞는 일터에서 일해야 업무만족도가 높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어 행해지는 보이지 않는 차별이 때로는 기업 문화에 꼭 필요한 다양성을 억누르고 있습니다. (The New York Times)
원문: NewsPepperm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