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랩’과 ‘안 좋은 랩’은 어떻게 구분할까? 랩의 연구 업적? 물론 이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나 CNS 논문을 매년 찍어내는 랩이라도 대학원생이나 포닥 등의 트레이니(trainee)에게 그다지 좋은 환경이 아닌 랩도 얼마든지 있다.
이와 관련해 Naturejob에 「When lab leaders take too much control」이라는 좋은 칼럼이 나와서 소개한다. 칼럼은 글쓴이의 자기 지도교수 자랑으로 시작되어, 다음 같은 환경의 중요성으로 이어진다.
- 랩 한가운데 테이블을 비치해 자유롭게 실험결과 등을 토론하는 환경
- 실험이 예상대로 가지 않거나 의외의 결과가 나오더라도 자유롭게 논의하는 환경
- 최대 대학원생 3명, 포닥 2명 이내를 벗어나지 않는 환경으로 테이블 하나에 모두 둘러앉아 토의할 수 있는 적절한 인원 규모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면 비단 꼭 그렇지만은 않다. 결과는 잘 나오지만 실험실 출신 대다수가 실험실을 나오면 과학에 학을 떼고 과학계를 뜬다든지, 아니면 연구부정으로 잘나가던 랩이 폭삭 망한다든지.
즉 좋은 랩은 단순히 좋은 연구결과를 뽑아내는 것을 떠나서 연구부정 등이 일어나기 쉽지 않은 환경을 가진 랩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런 위험성이 있는 랩은 어떻게 구별할까? 글쓴이는 이런 위험성이 있는 랩을 2가지 부류로 구분했다.
회사/공장형 랩 Executive lab-leadership
- 보스가 학생 혹은 포닥에게 원하는 것이 많다. 종종 “이 결과는 꼭 이렇게 나와야 한다능! 안 그러면 너님의 손이 삐꾸인 것임” 같은 분위기가 조성된다. 만약 보스가 원하지 않던 결과가 나오면… 될 때까지 하삼. ㅋㅋㅋ
- “우리는 CNS 아님 거들떠보지도 않음ㅋ”이라든지, “훗 R01 가지고 어디다 쓰나염? 연구비는 연간 백만 불은 주는 걸 받아야지” 같은 큰 목표에만 집착한다.
- 대개 보스가 너무 바빠서 랩 구성원들의 세부적인 실험결과를 들여다보거나 문제점을 논의할 시간이 없다.
- 결과가 안 나오면 치루어야 할 대가가 크다. “너님 짐 싸서 나가!”라든지, “랩 바꿔라ㅋ”
- 이런 랩의 문제는 연구 부정이 발생할 요인이 다분하다는 것. 연구 결과가 이리로 가도 되고 저리로 가도 되는 게 아니라 꼭 원하는 한쪽으로만 가야 하고, 만약 결과가 원하는 대로 가지 않으면 연구당사자가 치루어야 할 댓가가 크고, 정작 결과를 챙겨야 할 PI가 디테일을 잘 챙기지 않는다면…
-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ㅎㅇㅅ 랩일 텐데, 그 단계까지 가지 않더라도 이런 문제를 겪는 랩은 세계 어디에나 있다.
무한경쟁형 랩 head to head competition
- 특히 미국 등의 소위 빅가이라고 불리는 사람의 랩에 많이 존재하는데,
- 일단 이런 랩은 규모가 굉장히 크다. 포닥 열댓 명, 테크니션 너댓, 대학원생 열 명 정도의 규모도 허다하다.
- 비슷한 프로젝트를 랩원 여러 명에게 동시에 하라고 한다. 먼저 하는 사람이 제1저자가 되는 식이다. “논문 내고 싶으면 밤새서 하시든지ㅋㅋㅋ”
- 물론 이런 프로젝트가 꼭 완전히 동일한 프로젝트는 아닐 수도 있고, 조금 성격이 다른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한 사람이 되면 다른 사람은 뒷전에 가는 그런 프로젝트. 아니면 하나의 프로젝트를 둘로 나누어서 일을 시키는데 일의 공헌도에 따라서 누가 제1저자가 되느냐가 결정되는 식이다
- 랩원 간의 ‘빈익빈 부익부’가 극심하다. 즉 되는 사람은 CNS 두어 편 건져서 나가기도 하지만, 몇 년 동안 헛물만 켜다가 나가는 사람도 많다. (대다수) 따라서 ‘될만한 프로젝트’ 에 대한 내부 경쟁이 치열하다.
정리하며
물론 위에서 든 것 같은 예는 매우 극단적인 예지만, 많은 랩들과 PI는 이런 속성들을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대학원생 혹은 포닥자리를 구하는 사람들이라면 랩을 선택할 때 랩의 성과물도 좋지만 랩의 환경과 분위기를 좀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
그리고 자신이 PI, 혹은 랩 리더라면 자신이 과연 학문 후속세대를 길러내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