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불안감을 조장하는데 일조할까봐 별도 언급을 안하려고 했는데, 아이의 휴원 등 직접적인 영향이 발생하고, 출근길에 뉴스를 보니 짜증이 치솟아서 몇마디를 하려 합니다. 현재 정부의 대책은 재난에 가깝다고 봅니다. 21세기의 정부라고 믿기에는 어려운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 ‘왜 메르스 통제가 어려운가?’에 대한 진실
복잡도가 높은 사회, 통제가 어렵다는걸 인정해야 한다.
아직도 정치권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이해를 못하고 있으신 듯해, 한마디 하겠습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 배우지 않는다면, 똑같은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제가 질병 전문가는 아니지만, 사회 전체의 그림으로 과거에 비해 질병에 대한 통제는 훨씬 어려워졌습니다.
그 이유는 인구의 증가, 교통의 발달에 있습니다. 더군다나 대다수 사람들의 직장과 집이 꽤 멀리 있는 현 상황에서는 대단위의 인구가 늘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동은 접점의 증가를 만들고 복잡도를 올립니다. 더군다나, 수도권은 1천만의 인구가 집중되어 있습니다.
현재 휴교가 번지고 있는데 차라리 학교의 경우에는 통제가 용이한 편입니다. 접점의 허브가되는 지역이지만, 적어도 공권력이 통제 가능한 범위니까요. 분명한 것은 사회가 굉장히 복잡해졌으며, 통제가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감염자를 죄인으로 몰기 이전에, 이 부분을 분명히 인지하고 들어가지 않으면 모든 대책이 제대로 설 수 없습니다. 설사 한국의 인구가 감소한다고 해도 글로벌화의 가속으로 복잡도가 감소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이 통제는 더욱 어려워질 것입니다.
2. 복잡도가 높아진 사회에 대한 통제 방법
복잡도가 높아진 사회에 대한 통제 방법은 세 가지 정도로 생각합니다.
1) 속도와 유연성을 갖추라 – 뭐하고 있나? 도대체 할 수 있는건 뭔가?
먼저 첫번째는 속도와 유연성입니다. 네트워크 효과로 인한 빠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속도와 유연성을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간 이에 대한 정부 조직의 메르스 대응은 매우 미흡합니다.
속도 부분에는 SW 등 최신 정보기술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유연성 부분에서는 필요시 즉시 서비스를 구매하는 온디멘드 방식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실무단에 상당한 권한 위임도 필요하며 리더의 전문성도 요구됩니다.
현재 질병관리본부의 수장이 전문성이 부족한 것이 속도의 저하에 책임이 없다고는 말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의사결정 속도가 느림은, 결국 속도의 전쟁에서 지고 있다는 의미니까요.
유연성 부분은 더욱 심합니다. 금일 뉴스를 보니 무엇을 질문하던, ‘법제화를 통해 추진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하더군요. 국민들이 얼마나 죽고서야 대책이 나올까요? 법제화 없이는 그만한 권한도 없다는 말인가요? 이번 사태에서는 책임을 물을까 두려워하는 공무원들의 모습들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났습니다. 세월호 때도 마찬가지였죠.
그리고 이번 일이 끝나면 역시 책임추궁에 들어갈겁니다. 수억원씩 처먹는 비리 공무원이 발생하면 안 되겠죠. 청렴한 공무원 이미지 중요합니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규모를 생각하면 어쩌면 청념한 공무원보다는 훨씬 중요한 것이, 일을 잘하는 공무원입니다.
일을 잘 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일을 잘 하려다가 발생하는 실수는 눈감아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도전하지 않는데 일을 잘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도전을 위해서는 자원, 곧 비용이 소요됩니다. 우리 사회가 그정도 기회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극단적인 상상입니다만, 공무원을 감시하는 비용을, 전부 공무원이 도전할 수 있게 해주는 비용으로 바꾼다면 수백 억의 비리가 발생할 수 있겠지만, 수천 억, 수조 원의 서비스 혁신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위치추적이 가능한 SKT의 키즈폰을 격리환자에 지급하면 어떨까요? 2000명을 잡아도, 10억원이 채 들지 않을겁니다. 뉴스에서 질병관리본부에 책상을 보여주었는데 종이가 가득하더군요. 저걸로 설마 감염자수를 일일이 손으로 세거나, 지침을 나눠주고 있는것은 아니겠죠?
현재 인터넷 회사들은 서비스 부서에서 운영원칙을 업데이트하면 즉시 운영부서로 통보되며, 즉시 이에 따라 대응을 합니다. 이미 SW업계에는 CRM이니 뭐니 좋은 솔루션들이 넘치고, 심지어는 예측을 하는 수준까지 고도화되어있습니다. 지침문서의 줄간 맞추고, 폰트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는건 아니겠죠?
20세기초의 대응 상황을 보는 것 같아 놀라울 따름입니다. 속도를 위해서는 문서로 저장하지 말고, 인쇄하지 마세요. 그리고 연결하시고, 즉시 업데이트 하십쇼. 이러한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도구들은 상용으로 넘칩니다.
2) 서비스(고객/국민) 중심으로 생각하라 – 국민들의 언어 눈높이를 맞추라
두 번째는 서비스 중심입니다. 발병이 시작한지 꽤 오래 되었건만, 아직까지 정부가 국민들에게 메르스에 대해 무얼 하라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어디에 전화를 걸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지역 보건소 전화번호도 모릅니다. 덕분에 공포에 번져서 인터넷 검색창이나 두드리겠죠. 거기다 정보 불통까지 겹치니 아주 난리가 아닙니다.
메르스는 공기감염일까요? 정부의 발표는 아니라고 합니다. 실제로 검색해보니, 의학적인 용어로는 공기감염이 아니더군요. 하지만,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상식 수준에서는 비말감염이라는 말을 알아듣기도 힘들고, 설사 이해했다고 해도 침은 공기 혼란을 겪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편집자 주: 비말 감염은 ‘공기’로 전파되지 않고, 그냥 ‘침’으로 감염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재수 없게 병원균이 있는 침을 만지거나 하여 호흡기 안으로 들어가면 감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지요. Wifi는 이동통신이 아니라서, 무선 인터넷 아닌가요? 일반인들이 의사인가요? 결국 이로 인해 사람들의 공포와 불신은 커집니다. 고객, 곧 국민의 언어로 소통하지 못하는 정부는 오히려 문제를 키울 수 밖에 없습니다. 의사가 자기만 알아듣는 용어로 환자에게 지침을 내리면 환자가 따를 수 있을까요?
낙타 같은 헛소리말고, 대국민 지침 사항이 적힌 품질 높은 인포그래픽 한 장만 배포해도 지금과는 다를 겁니다. 그리고, 전화번호는 일원화 하고, 전화문의가 폭증한다면, 인터넷 페이지 하나 개설해서, 해당 페이지에서 QnA를 개설하고, 문의채널을 만들어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수 답변을 해야 합니다. 국민들이 통화중인 전화통을 붙잡고 있는건 정상이 아니지 않습니까?
‘통화 중’은 고객에게 곧 불통을 의미하고, 불신을 만듭니다. 기업의 고객센터가 차라리 음악을 틀어주는 한이 있어도, 무슨 일이 있어도 통화 중 음향을 내보내지 않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크게 돈 안듭니다. 인터넷 페이지가 필요하다면 포털에 문의하십쇼. 밤새서 내일까지 배포해줄 겁니다.
3) 소셜네트워크를 이용하라 – 통제가 아니라 이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소셜입니다. 정보 통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는지 이해가 안 가는데, 이미 소셜을 통해 불확실한 정보들이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사실상 통제는 불가능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때문에 정확한 정보를 소셜네트워크에 빠르게 전달하고 확산을 촉진시키는 것이 고객센터, 곧 문의채널의 폭증을 최소화 시키는 길입니다.
소셜이라고 해서 페이스북, 트위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페이스북, 트위터보다 더 빠른 전파속도를 가지고 있으며, 신뢰도가 높은 것은 오프라인의 지인네트워크인 카카오톡입니다. 이런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에 대한 정책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소셜네트워크를 감시,통제 하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감시, 통제를 당하면 다른 소셜네트워크로 도망가는 것이 사용자들의 속성입니다. 소셜 네트워크 유통에 적합한 콘텐츠를 생산한 후, 다수의 접점을 통해 최대한 전파해야 합니다.
또한 전파된 정보의 효율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전파자가 아닌 수신자 샘플을 확보해서 전파속도를 측정해야 합니다. 이는 인터넷을 통한 정보 전달과는 다른 속성을 갖습니다. 휘발적으로 매우 빠르게 소비되고 사라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사회 전반적인 정보전파가 필요한 경우라면 매우 유용합니다.
제가 모 포털에 근무시 특정 서비스의 지표가 주요 서비스를 단 하루에 넘었던적이 있습니다. 단 하루 반짝이었죠. 그 이유는 만우절에 특정 서비스의 페이지가 소셜에 바이럴 됐기 때문이었습니다. 단 하루만에 포털의 주요서비스들을 제칠 정도의 전파력이란 것이 얼마나 무시무시한것인지 체험했던 일입니다.
앞서 말한 속도와 유연성, 서비스 중심은 내재화 되야 하는 기술이라면, 소셜 네트워크는 고객에게 도달하기 위한 접점입니다. 이미 3천만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좋은 정책 도달 수단을 방치하고 있는 정부의 현황이 안타깝기 그지 없으며, 가끔은 이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통제하려고만 하는 것은 더욱 안타깝습니다.
3. 21세기 정책을 원합니다.
결론을 말씀드리면, 소프트웨어중심사회, 정부3.0의 기치들이 아직까지 많은 정부조직에 녹아있지 않으며, 많은 법제들과 정부 구조들은 여전히 예전 모습 그대로입니다. 이에 대한 혁신이 필요하며, 필요하다면 정부도 구조조정해야 합니다.
물론,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많을겁니다. 하지만 재난은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찾아오듯, 혁신도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이루어져야 합니다. 복잡도가 높아진 사회에서 메르스 사태는 서막에 불과한지도 모릅니다. 우리 사회는 메르스를 접종으로 보고 내성을 지녀야 합니다.
원문: 숲속얘기의 조용한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