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여러가지 요인에 의해서 발생할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DNA의 무작위적인 돌연변이가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존스 홉킨스 대학 킴멜 암센터(Johns Hopkins Kimmel Cancer Center)의 연구자들은 인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에서 생기는 악성 종양의 2/3 정도가 나쁜 운(bad luck), 즉 다시 말해 무작위적인 돌연변이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암이 생기는 원인을 크게 분류한다면 환경적인 요인, 유전적인 요인, 그리고 무작위적인 돌연변이 (random mutation)으로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대표적인 환경 요인으로 담배가 있는데 폐암의 대부분은 흡연과 연관되어 발생하지만 비흡연자에서도 발생이 가능합니다. 반면 흡연자이지만 평생 폐암에 걸리지 않는 사람도 다수 존재합니다.
사실 한 환자에서 암이 발생했을 때 이것이 환경적인 요인인지 유전적인 요인인지 혹은 그냥 무작위적인 돌연변이에 의한 것인지 단순 명료하게 말하긴 힘듭니다. 이 연구에 저자인 버트 보겔스테인 박사(Bert Vogelstein, M.D., the Clayton Professor of Oncology at the Johns Hopkins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는 실제적으로는 모든 암이 이 모두의 결합으로 생긴다고 지적하면서도 새로운 연구에서 무작위 돌연변이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들은 어떻게 이를 입증했을까요? 사실 담배가 폐암의 위험도를 크게 높인다는 것은 입증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담배를 많이 핀 사람을 추적 관찰해서 비흡연자에 비해서 암이 잘 생긴다는 것을 보여주면 되는 일이죠. (이는 이미 잘 입증되어 있습니다) 특정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면 특정 암이 잘 생긴다는 것 역시 가계도 및 유전자 조사를 통해 입증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무작위 돌연변이가 암의 중요한 인자라는 건 분명하지만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 측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연구팀은 인체의 31개의 서로 다른 조직에서 발생하는 암의 정도를 조직 줄기 세포 분열 횟수와 연관해서 분석했습니다. 대부분의 암이 조직 내에 존재하는 줄기 세포에서 발생하는 잘못된 DNA 복제 (즉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한다고 가정하면 분열 횟수가 높을 수록 더 암이 잘 생길 것입니다.
예를 들면 연구팀에 의하면 인간의 경우 소장보다 대장에서 암이 더 잘생기는 이유가 바로 이 줄기 세포의 분열횟수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합니다. 쥐를 이용한 동물 모델에서는 그렇지 않은데 아마도 그 차이는 줄기 세포의 분열 횟수와 연관성이 있다고 하네요. 이를 이용한 수학적 모델을 통해 31개의 암종 가운데 65%가 무작위 돌연변이와 연관성이 있다고 연구팀은 결론 내렸습니다.
연구팀이 조사한 31개 조직 가운데 22개 조직 (위의 그림)은 이러한 무작위 돌연변이와 연관성이 있었는데, 이와 같은 돌연변이는 사람의 힘으로 미리 예방이 쉽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나머지 9개 조직에서 발생하는 암은 다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는 특정암의 경우 위험 요인을 회피하면 암의 발생을 줄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하지만 모든 위험 요인을 피한다고 해도 암의 발생을 100% 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연구의 공저자인 크리스티앙 토마세티 박사(Cristian Tomasetti, Ph.D., an assistant professor of oncology at the Johns Hopkins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는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암의 예방보다는 조기 발견과 조기 수술적 요법을 시행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언급했습니다. 물론 일부 암의 확실한 위험 인자는 피하므로써 (예를 들어 폐암에서 흡연, 피부암에서의 자외선 같은) 암의 위험도를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습니다.
이 연구는 암의 원인 중 무작위 돌연변이에 의한 위험도를 산술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겠지만 과연 정말 그 결과가 정확한지는 앞으로의 검증 과제가 될 것입니다. 또 유방암등 일부 암의 경우 분석이 되지 않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다만 이 연구 결과가 의사들이 이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 – 어쨌든 암은 100% 예방은 불가능하다 – 을 다시 확인시킨 것은 확실합니다. 담배를 안피면 확실히 폐암의 확률은 크게 줄어들지만 0%가 될 수는 없습니다. B 형 간염이 없는 건강인에서 간세포암이 생길 가능성은 매우 낮긴 하지만 역시 0%가 되지는 않습니다. 즉 운이 없으면 아무리 건강한 생활을 해도 암에 걸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평소에 건강 검진을 꾸준히 하든지 아니면 증상이 있을 때 빨리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는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암이 있으면 수술적 치료가 가능한 시기에 빨리 발견해서 빨리 치료를 해야하겠죠. 이 부분은 아마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진리일 것입니다.
이 연구는 사이언스에 실렸습니다.
원문: 고든의 블로그
참고
- C. Tomasetti, B. Vogelstein. Variation in cancer risk among tissues can be explained by the number of stem cell divisions. Science, 2015; 347 (6217): 78 DOI: 10.1126/science.1260825
- Science Daily
- Medical X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