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와 일반 대중은 몇 가지 이슈들에 대해서 매우 큰 인식의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해당 분야에 전문 지식 유무의 차이와 더불어 종교/이념적인 성향이 대중들의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풀이될 수 있습니다. 물론 정제되지 않은 언론 보도 및 일반 대중의 잘못된 상식이 미치는 영향도 있겠죠.
최근 미국 과학 진흥 협회(American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AAAS))와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 )는 미국 과학 진흥 협회 회원 3,74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와 2,002명의 일반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을 진행한 결과를 서로 비교했습니다. 설문 응답자들은 13가지 항목에 대해서 찬성 혹은 반대 의견을 밝혔습니다. 그 결과 역시 의견 차이가 매우 큰 것으로 드러났는데, 항목에 따른 차이가 꽤 있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일반 대중과 과학자들 사이에서 가장 큰 인식의 차이를 보인 부분은 유전자 조작 작물(GMO)에 대한 항목이었습니다. 과학자 그룹은 88%가 GMO가 먹기에 안전하다고 평가한 반면, 일반 대중은 37%만이 안전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와 같은 견해의 차이는 단순히 전문 지식의 차이뿐만 아니라 당국의 발표를 얼마나 신뢰하는지의 차이에서도 나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상당수 과학자들이 GMO 관련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이죠. 모든 분야의 과학자를 대상으로 한 만큼 응답자 가운데 일부만이 이 분야를 연구하는 과학자일 것입니다. 따라서 설문 결과는 비록 이 부분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어도 다른 동료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와 전문가 의견을 신뢰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정이지만 만약 GMO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과학자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면 아마도 88%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안전하다고 평가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까지 연구 결과는 안전하다는 쪽을 지지하니 말이죠.)
한편 동물을 연구에 사용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도 과학자와 일반 대중의 인식 차이가 상당했는데, 이는 아마도 동물 실험 없이는 연구가 불가능한 부분이 많다는 점과 일반 대중은 이런 연구를 할 일이 없다는 상충되는 이해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일반 대중이라고 해도 거의 절반 정도는 찬성의견을 보여 찬반 의견이 갈린다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살충제를 사용한 농작물을 먹는 것이 안전한지에 대한 질문 역시 일반 대중과 과학자 그룹 사이의 차이가 상당했지만, 과학자들의 지지율 역시 68% 정도에 그친 것도 흥미로운 결과입니다. 현재까지 주요 역학 연구에 의하면 무농약 혹은 유기농 식품 섭취의 차이가 사망률 및 주요 질환의 유병률의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분명한 근거는 없는 상태입니다. 다만 분명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설문 조사 가운데서 과학자 그룹에서 가장 높은 찬성 의견을 보이는 것은 인류가 시간에 따라 진화했다는 항목입니다. 이점은 진화론이 현대 생물학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 원리라는 점과 대부분 이 사실을 중고등학교 시절 배웠다는 점을 생각하면 매우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면 98%는 가장 놀랍게 낮은 수치(?) 일 수도 있습니다.
일반 대중에서 이 의견(즉 진화론)을 지지하는 비중은 65%로 생각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오랜 세월 과학 교육과 대중 과학 계몽에 의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편 대중과 과학자 그룹 사이의 이견이 큰 분야로 널리 알려진 ‘기후 변화가 대부분 인간에 의한 것이다’ 라는 설문에서는 여전히 큰 인식의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 질문에 87%의 과학자는 찬성 의견을 보인 반면, 일반 대중의 경우 50% 정도의 찬성을 보여 그동안 많은 대중 과학 홍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중에서 찬반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사실 이 점은 저 역시 블로그를 하면서 느끼는 부분입니다. 사실 전공은 기상학과 관련이 없기는 하지만, 기후 관련 과학 연구를 소개하면 “기후 변화가 온실가스 증가에 의한 것이고 이 온실가스는 인류가 배출한 부분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는 명제에 반대되는 연구를 찾기란 매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과학계의 주류 이론이 이쪽으로 정리가 되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달리는 댓글들을 보면 아직 이런 사실을 잘 모르는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대중과는 달리 이 분야를 연구하는 과학자 사이에서는 의견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관련 분야 과학자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면 찬성 의견의 87%보다 훨씬 크게 나타났으리라고 추정하지 않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실제 연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1991년에서 2011년 사이 관련 논문을 작성한 과학자에게 설문 조사를 시행한 결과 인류 활동에 의한 지구 온난화(Anthropogenic Climate Change AGW)를 지지하는 과학자의 비율은 1,189명 가운데 97.2%에 달했습니다. 거의 진화론에 대한 일반 과학자들의 신뢰도와 비슷한 수준이죠. 사실 87%라는 찬성 의견은 이 점을 생각하면 생각보다 낮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외에도 몇 가지 세부 설문을 소개하면 과학자와 일반 대중 모두 미국이 과학에서 앞서가고 있다는 주장에 찬성하는 비율이 감소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미국의 과학 교육이 다른 국가보다 잘 이뤄지고 있다는 의견에서는 과학자의 16%, 일반 대중의 29%만이 찬성 의견을 보여 교육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족이지만 한국에서 해도 좀 비슷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과학자 그룹과 일반 대중 모두 과학 발전에 긍정적이라는 의견에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지만, 여러 이슈에서 매우 큰 인식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런 차이점이 완전히 극복되기는 어렵겠지만, 대중들에게 정확한 실상을 알리고 홍보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할 것 같습니다.
원문: 고든의 블로그
<참고>
- Journal Reference:
A. I. Leshner. Bridging the opinion gap. Science, 2015; 347 (6221): 459 DOI: 10.1126/science.aaa7477 - http://www.sciencedaily.com/releases/2015/01/150129143030.htm
- http://www.pewinternet.org/2015/01/29/public-and-scientists-views-on-science-and-socie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