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 사실 반드시 필요한 영양소다. 여러 필수 지방산은 우리가 생존하는 데 있어 요긴한 것은 물론, 에너지의 공급원으로써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의 조상들이 살았던 환경은 지방을 쉽게 구할 수 없는 환경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고, 지방을 잘 소화시킬 수 있도록 진화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 진입하면서 산업화된 국가들을 중심으로 이것이 새로운 문제가 되고 있다. 지방을 섭취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너무 많은 지방을 섭취하는 것, 트랜스 지방 등 좋지 않은 지방을 과량 섭취하기 때문이다.
최근 여러 연구는 지방 과다 섭취가 단순히 비만과 성인병의 원인일 뿐 아니라 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설을 지지하고 있다. 다만, 아직 그 기전까지 완전히 밝혀진 것은 아니다. 루이지애나 주립대학의 연구자들은 저널 ‘Biological Psychiatry’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방 과다 섭취가 어쩌면 장내 미생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장내 미생물과 과다 지방
우리 장 속에는 매우 많은 미생물이 산다. 개체 수로 따지면 우리 몸의 세포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매우 다양한 종류의 세균이 우리 몸과 함께 진화해왔기 때문에 이들이 우리 건강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최근 연구들은 이 미생물의 역할이 생각 이상으로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장내 미생물이 우리가 먹는 음식물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연구팀은 이 미생물들이 뇌에도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그리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 고지방식이를 먹인 쥐와 일반 식사를 먹인 쥐를 비교했다. 고지방식이는 우울증 같은 정신 행동 변화와 연관성이 있는데, 실제 쥐에서도 이런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지방식에 노출된 쥐는 불안, 반복행동, 기억력 감퇴 등의 이상 행동을 보였다. 그리고 이 쥐에서 추출한 장내 미생물을 정상 식사를 한 쥐에 투여했다.
그 결과 장내 미생물을 투여받은 쥐는 비슷한 형태의 행동 장애를 나타냈다. 이 미생물을 투여받은 후 쥐의 체내에는 염증 물질의 농도가 증가했고, 쥐의 뇌에서도 염증 활동 증가를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연구팀은 고지방식이를 한 쥐가 이상 행동을 보이는 것은 장내 미생물 변화에 의한 염증 반응 증가와 이로 인한 뇌의 변화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숙주에 여러 영향력을 행사하는 장내 미생물 역할에 관한 또 다른 증거지만, 사람에게도 같은 메커니즘이 작용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다만, 고지방 식이가 숙주인 사람에게는 물론이고, 사람 몸속에 공생하는 미생물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Annadora J. Bruce-Keller, J. Michael Salbaum, Meng Luo, Eugene Blanchard, Christopher M. Taylor, David A. Welsh, Hans-Rudolf Berthoud. Obese-type Gut Microbiota Induce Neurobehavioral Changes in the Absence of Obesity.Biological Psychiatry, 2015; 77 (7): 607 DOI: 10.1016/j.biopsych.2014.07.012
www.sciencedaily.com/releases/2015/03/150326110954.htm
원문: 고든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