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물 이외에 수많은 음료수에 노출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콜라 같은 탄산음료는 말할 것도 없고 각종 커피, 차, 과일 주스, 그리고 몸에 좋다고 먹는 야채 주스 등 엄청나게 많은 음료를 먹어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마시는 음료수 중 상당수에는 당분이 포함되어 있으며, 설령 당분을 첨가하지 않더라도 액체 상태이기 때문에 훨씬 빠르게 당분이 흡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모두 혈당을 높이고 당뇨 위험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시중에 나와 있는 다양한 음료수 가운데 과연 어떤 것이 당뇨와 연관성이 높을까요? 흔히 말하는 탄산음료 같은 ‘당분 첨가 음료’는 비만, 당뇨, 대사 증후군과 연관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단맛을 내기 위해서 당분, 액상 과당을 듬뿍 넣다 보니 그 자체로 상당한 열량을 지니고 있어 비만과 당뇨를 부르는 것이죠. 그러나 세상에는 당분 첨가 음료와 물만 있는 게 아니라 상당히 다양한 음료가 존재합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니타 포로히 교수와 그의 연구팀은 대규모 역학 연구를 통해서 다양한 음료수가 2형 당뇨의 위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습니다. 이 연구는 EPIC-Norfolk study에 참가한 25,639명의 대상자를 상대로 한 코호트 연구로, 기존의 연구와는 달리 설문지가 아닌 ‘음식 섭취 일기’를 쓰도록 해 섭취 음료에 대한 정확도를 높였습니다. 즉 연구 참여자들이 실제 섭취한 음료를 일지에 적도록 한 것이지요.
음료수의 구분 역시 탄산음료 같은 소프트 드링크, 당분 함유 우유, 당분 함유 커피와 차 음료, 과일 주스 그리고 인공 감미료를 사용한 음료로 세분화해서 2형 당뇨 발생 위험도를 추적 관찰했습니다. 그리고 평균 10.8년간의 추적 기간 중 발생한 2형 당뇨 환자는 847명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참가자가 하루에 한 잔 이상 당분 함유 음료를 마셨는데, 결과는 다소 의외로 나타났습니다. 즉 모든 당분 함유 음료가 2형 당뇨병의 위험인자가 아니었습니다. 콕스 비례 위험 회귀 분석 결과 소프트 드링크, 당분 함유 우유, 인공 감미료 함유 음료의 섭취량이 1잔씩 늘어날 때마다 위험도는 약 20% 정도 증가했습니다.
의외인 점은 당분을 함유했더라도 커피, 차, 그리고 과일 주스의 경우에는 유의한 위험도 증가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당분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음료가 당뇨 위험을 높이는 반면, 과당이나 설탕이 포함된 커피, 차, 과일 주스는 그런 위험성이 없다는 점은 다소 의외일 수 있습니다.
다만 인공 감미료를 사용한 음료의 경우 이전부터 열량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과체중 및 당뇨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은 알려져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걸 주로 마시는 계층이 고열량 식이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햄버거와 제로 칼로리 콜라 같은 조합) 물론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는 연구도 있었습니다. 아무튼 이 연구에서는 인공 감미료가 당뇨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나왔습니다.
이점은 의외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분을 첨가했음에도 커피/차, 과일 주스가 위험도가 높아지지 않은 점은 약간 의외입니다. 이 부분은 좀 더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마도 커피와 차의 경우 연구가 진행된 영국에서 당분 첨가량이 많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과일 주스 역시 그럴지도 모르죠. 과연 다른 나라에서 비슷한 검사를 했으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궁금하네요.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음료 취향을 바꿨을 경우입니다. 탄산음료 같은 소프트 드링크를 마시다가 무가당 차나 커피로 바꾸는 경우 1잔을 기준으로 2형 당뇨 위험도는 1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을 첨가한 유제품을 무가당 차나 커피로 바꾸는 경우에도 1잔당 당뇨 위험도는 20~25%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당분 음료를 인공 감미료 음료로 변경하는 경우에는 위험도가 변화가 없었습니다.
이번 연구는 역시 탄산음료 같은 당분 음료가 나쁘다는 것을 다시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인공 감미료는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과일 주스나 차/커피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 같지만, 역시 여기에 당분이 얼마나 많이 포함되어 있느냐가 다른 변수가 될 것입니다. 이 부분은 아직 논란이 있겠지만, 지나친 당분은 항상 조심해야 하는 위험 요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