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확밀아, 하지만…
요새는 여기저기서 카드 열풍이다. 삼성카드 광고에서 히딩크가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할 때, 김정은이 “BC로 사세요” 할 때부터 빠져들 수밖에 없는 카드의 마력은 점점 강화되어왔다. 신용과 체크가 아니더라도 초등학계를 잠식하는 유희왕 카드부터 일본을 강타했던 파즈도라도, 우리나라를 휩쓸고 있는 확산성밀리언아서도, 그리고 필자가 개발하는 피파온라인3의 선수도 모두 카드다. 바야흐로 카드의 시대가 도래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거다.
이런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고 정통 카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Trading Card Game(TCG) 장르의 계보를 알아보고자 필자가 이렇게 나서게 되었다! 실은 매니악하기 그지 없는 TCG를 시류에 편승하여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홍보하고 싶은 탓도 있지만 사소한 이유 따윈 접어두자! 이제부터는 TCG가 무엇인지, 왜 생겼는지 한번 알아보자, 팍팍!
TCG의 기원 Magic: The Gathering
때는 바야흐로 1993년. 판타지 계에 반지의 전쟁이 있다면 TCG 계의 아버지가 있었으니 바로 매직 더 개더링(Magic: The Gathering, 1993, Wizard of the coast) 되시겠다. 수학자 Richard Garfield님께서 취미 삼아 만든 것이 Wizard of the coast의 눈에 들어 세상에 뿌려지게 되었으며, 시초답게 아직도 TCG 계에서 살아남아있다. 소위 ‘매직 더 거덜링’이라고 불릴 정도로 덕함이 풋풋한 여러 아해들을 현질의 세계로 끌여들었으니. 90년대에 Black Lotus라는 신기의 카드는 장당 기본 $400에 팔렸으니, 컬렉션으로는 우표에 비견되는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이 게임은 기존의 게임들이 갖고 있는 요소들을 추려내어 거기에 매직 더 개더링만의 요소를 가미해 만들어졌다. 각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 포커의 덱(Deck)과 셔플(Shuffle)의 용어와 개념을 사용한다.
o Deck은 카드가 쌓여있는 카드 더미를 말한다. 포커의 Deck과는 다른 의미로 쓰이지만 Deck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o Shuffle은 카드를 섞는 것을 말한다. TCG 역시도 포커처럼 카드 더미로부터 카드를 뽑는다.
• 마작의 가져오기(Draw)와 버리기(Discard)의 개념을 사용한다.
o 마작의 기본 한 턴의 행동은 마작패를 가져와서(Draw), 적절한 행동을 취한 뒤(Action), 마작패를 버린다(Discard). 동일한 개념이 TCG에도 쓰였다.
• 수집(Collection)의 개념을 사용한다.
o 수집은 이 게임이 다른 장르와 차별되는 점이다. 포커나 마작이 동일한 Deck으로부터 나뉘어 사용하는 반면 TCG는 불공정을 지향한다. 각자는 자신만의 Deck을 수집하고 편집하여 준비하고 각자의 Deck을 게임에 이용한다.
• 자원(Resource)의 개념을 사용한다.
o 각 플레이어 간의 밸런스 조절을 위해 자원(매직 더 개더링에서는 마나 – Mana)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기본적으로 한 턴에 하나의 자원 생산지(토지 – Land)만 짓는 것으로 강한 카드의 초반 등장을 막는다. 그리고 그 자원 생산지로부터 자원을 뽑아내어 다른 카드를 사용하는 격이다.
이런 요소들이 섞여서 Magic: The Gathering이라는 희대의 걸작을 만들어 냈고 차후에 나오는 후속작들은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계열 게임들은 TCG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소위 전설의 시작이다! 그것도 살아있는 전설!
드래곤볼 대마왕부활(ドラゴンボール大魔王復活, 1988, BANDAI)한편, TCG와 관계없이 일본에서는 패미컴 시절부터 이미 카드가 게임 전반에 널리 퍼져있었는데, 그 초창기에 해당하는 일본 반다이에서 나온 드래곤볼 대마왕부활(ドラゴンボール大魔王復活, 1988, BANDAI)의 경우 게임 전반에 걸쳐 액션이 아닌 카드 선택의 형태를 띄고 있다. 보드게임을 빼고서라도 카드가 게임의 주 무대로 들어온 것은 매우 흥미로운 내용이 아닌가 싶다. TCG와는 별개로 일본에서는 카드가 게임 플레이의 주가 되는 게임들이 나오게 된다.
TCG의 흥행 및 발전
Magic: The gathering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승승장구하자 같은 틀을 지닌 여러 게임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원래 잘 팔리는 가게 앞에 아류 가게들이 모이는 법!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은 역시 그 아류들도 상당히 잘 팔리기 때문일 거다. 아니나다를까, 일본에서는 닌텐도가 그 시절 최고의 주가를 자랑하던 게임보이 용 포켓몬스터(ポケットモンスター, Pokémon, 1996, Game Freaks)의 TCG를 기획한다. 그렇게 나온 작품이 포켓몬스터 TCG(Pokémon Trading Card Game, 1996, Nintendo)다. 미국에도 Wizard of the coast 사를 통해 역수출(?)을 하면서 원조인 Magic: The Gathering의 매출을 능가하기도 한다!
이 와중에 PC용 게임으로도 TCG를 개발해보자는 움직임이 나오고, 그 결과물로 미국에서는 Sanctum(Sanctum, 1997, Digital Addiction)이라던가 Chron-X(Chron-X, 1997, Genetic Anomalies) 같은 PC에서 여럿이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나오게 된다. Chron-X 같은 경우에는 아직까지도 살아는 있는 것 같지만, 어쨌든 양키 센스로 인해 크게 흥행은 못했다랄까! 필자 역시도 접해본 적은 없는 게임이다.
청출어람으로 원조인 Magic: The Gathering의 매출을 뛰어넘는 기염을 토했던 Pokemon TCG는 휴대용 게임기에 자사의 게임을 추가한다. 그 결과물로 나온 것이 게임보이 용 포켓몬스터 TCG(Pokémon Trading Card Game, 1998, Hudson)이다. 발매 후 607,193 카피를 팔아제끼며 나쁘지 않은 흥행 성적을 보인다. (1999 Top 100 Best Selling Japanese Console Games 20위에 랭크 되어있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초딩들 사이에서는 전후무후한 위명을 떨치는 극강의 게임이 나왔으니, 바로 유희왕! TCG(遊☆戯☆王オフィシャルカードゲーム, 1999, Konami)이다! 초딩들의 최고 선물이라고 하면 유희왕을 먼저 떠올리게 된 요즘 세상에서 유희왕의 명성은 굳이 따로 말할 필요가 없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유희왕 카드를 직접 사용하는 장면을 보고 있다 보면 정말 대단하다 여겨진다. 등골브레이커보다 얼마나 건전한 취미인가! 500원에 6장이라는 건전 돋는 가격! 물론 그 코 묻은 돈이 모여 현재는 엄청난 거금이 되긴 했지만! 재밌는 건 재밌는 것. 허허허.
이 게임 역시도 MTG의 룰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여느 일본의 소년 만화처럼 전투력의 인플레가 무지막지하다. 만화 전반에 걸쳐 “푸른 눈의 백룡”은 나오면 거의 모두를 몰살시킬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처럼 묘사되지만, 현실은 시궁창. 그도 그런게 유희왕은 다른 게임과 달리 설명 란에 한글이 정말 빼곡히 적혀있는데, 기존 룰을 완전 뒤집는 것들도 부지기수다. 죽은 걸 다시 살려온다던가, 게임에서 제외했다 돌아온다던가, 융합도 퓨전 융합에 보옥수에 장착형기계에…스타터 팩이 정말 개성이 넘치는 것들이 많은데 복잡한 애들은 그 조그마한 설명 칸에 10줄, 11줄씩 적고 앉았다.
물론 밸런싱은 산으로 가고 최신 판이 나올 수록 전의 카드들은 완전 바보가 되었다. 뭐 요새는 MMORPG의 확장팩 나와서 최대 레벨 넘으면 기존 아이템들은 바보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때에는 그런 것은 밸런싱 포기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이런 개성 넘치는 카드들은 초딩들의 즐거움을 크게 끌어올렸을테니, 누가 뭐래도 상관없어! (뭐 결국 졸라 짱 센 투명드래곤이짱을 먹겠지.)
유희왕은 동시에 게임콘솔로도 동시에 준비하여 같은 해에 TCG 게임을 발매하게 된다. 유희왕 금지된 기억(遊戯王真デュエルモンスターズ封印されし記憶, 1999, Konami Computer Entertainment)은 첫 스타트를 끊고 현재까지 그 후속작이 줄기차게 나오고 있다. 벌써 15년이 다 되가는 이 게임은 “초딩 = 유희왕”의 자리를 언제쯤 내놓게 될지 매우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