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만 8년 3개월 전 이 블로그에 ‘프로야구 팀, 정말 밑빠진 독일까?’라는 글을 썼습니다. 먼저 잠깐 그때 썼던 문장을 가져와 보겠습니다.
2005 회계연도 기준으로 삼성 라이온즈의 당기 순이익은 얼마였을까. 이해 ㈜삼성라이온즈 총수익은 423억 원, 총지출은 417억 원이다. 그러면 당기 순이익은 6억 원이 된다. -6억 원이 아니라 +6억 원이다. 그러니까 ㈜삼성라이온즈는 장부상 6억 원 흑자를 기록한 기업이라는 얘기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한번 수익 내역을 좀 더 세분해서 살펴보자. 이 회사 매출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광고 수익(291.6억 원)과 사업 수익(108.4억 원)이다. 이 둘이 전체 수익의 94.6%다.
사업 수익 내역은 사실 야구단 운영 결과가 아니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 스포츠센터’가 라이온즈 자산으로 돼 있어 발생한 수익인 것. 스포츠센터는 사업 자체를 좌지우지할 영향력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게다가 수입이나 비용의 변동성(volatility)이 크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결국 광고 수익을 어떻게 보느냐가 관건이다. 광고 수입 원천은 삼성전자를 포함한 주주 회사 및 관계 회사들. 말 그대로 삼성 계열사 전체를 망라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를 그룹 차원의 지원이라고 받아들인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야구단은 매년 수백억을 퍼부어야 하는 밑 빠진 독인 게 맞다.
하지만 아주 단순하게 생각해 보자.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05년 한 해 동안 지상파 광고에만 1,131억 원을 썼다. ㈜삼성라이온즈 지분 27.5%를 가지고 있는 기업의 국내 지상파 광고비용이 이 정도다. 그런데 계열사 전체에서 292억 원을 지불하는 게 과연 부담이 될 정도 금액일까?
갑자기 이 철 지난 글을 꺼낸 건 유진투자증권㈜에서 “현재의 계열사 지원금은 시장가치에 의거한 적정한 광고비 지출이지, 의미 없는 금액 지출이 아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이 회사 연구원 두 분이 쓴 <프로야구, 가치를 재발견하다>라는 보고서입니다.
한국 프로야구에 관한 기본적 시각은 대기업 주요 계열사가 비용을 부담해 의미 없는 사업을 사회사업 관점에서 진행한다고 인식된다는 점이다. 이는 1982년 프로야구 창설 자체가 경제논리보다는 정치권 주도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며, 여전히 각 기업들의 수익구조가 좋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당사는 히어로즈 프로야구단의 사업수익(대부분 광고수익) 규모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판단된다. 히어로즈의 2013년 사업수익은 약 123억 원으로 타 구단 평균대비 57.8% 수준이었다. 관계사 지원 없이도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이 연간 123억 원 수준이라는 점이 확인된다. 2014년은 2위라는 호성적을 바탕으로 사업수익이 약 160억 원까지 증가된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1) 수도권, 2) 호성적을 근거로 약 160억 원 이상의 광고수익은 시장가치로 봐도 무방하다. 현재의 계열사 지원금은 시장가치에 의거한 적정한 광고비 지출이지, 의미 없는 금액 지출이 아니다.
저 역시 지난해 넥센의 재정 상태를 알아보는 기사를 쓴 적이 있습니다. 이 기사에 “그래도 여전히 67억 원이 적자다. 넥센은 창단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히어로즈야구단이 곧 없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없다”고 쓴 다음에 “넥센 구단 자체적으로는 2018년경에는 흑자로 전환할 수 있으리라고 조심스레 내다보고 있다”고 썼는데 데스킹 과정에서 빠졌습니다. 이 보고서 역시 비슷한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현시점에서 히어로즈 프로야구단의 실적개선은 한국 프로야구의 진정한 상업적 성공이 임박했음을 의미한다. 모기업 지원 없이 쇼비즈니스 차원에서 이룩한 성과이기 때문이다.
성적상승을 통한 실적개선은 향후에도 지속된다는 가정하에 연속적일 가능성이 높다. 이장석 대표는 2018년 흑자전환을 예상하고 있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될지에 따라 한국 프로야구의 상업적 성공 가능성에 대한 기대 역시 빨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넥센은 여태 쌓아 온 노하우가 있는 데다 강정호(28)가 피츠버그로 떠나며 팀에 남겨 놓은 포스팅 비용이 있기 때문에 올해 매출은 더 늘어날 겁니다. 넥센뿐만이 아닙니다. 2013년 기준으로 모든 팀 매출이 200억 원을 넘어 섰습니다. (넥센은 지난해 300억 원을 넘어 섰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중계권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해 500억 원 이상을 중계권료로 받아 이 중 일정 비율을 각 구단에 똑같이 나눠줍니다. 사실 해외 프로 스포츠에서도 TV 중계권료가 각 구단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게 일반적입니다. 미국에서는 내년부터 프로농구(NBA)가 메이저리그를 누르고 시장 규모 2위로 올라서게 됩니다. 이는 NBA가 메이저리그 중계권료(연간 15억 달러)보다 9억 달러 많은 24억 달러에 중계권 계약을 맺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이 효과를 프로야구만 누리고 있는 겁니다.
자연스레 타이틀 스폰서가 거두는 광고효과도 올라갑니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프로야구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던 한국야쿠르트는 스폰서 비용으로 총 130억 원을 투자해 2,338억 원에 달하는 광고효과를 봤을 것이라고 이 보고서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회사 매출도 늘어나고 말입니다.
결론적으로 프로야구는 절대 ‘밑 빠진 독’이 아닌 셈입니다. 이제 해야 할 일은 당연히 좀 더 프로답게 운영하기.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관중 객단가를 높이는 길입니다. 이 보고서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일단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구장을 현대화·대형화하고 있는 건 고무적인 일. 최근 KBO에서 각종 ‘콜라보레이션’ 상품을 내놓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은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대기업이 야구에서까지 돈 벌려고 하냐’는 일부 삐딱한 시선이 존재할 수는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프로야구단이 돈을 못 버는 게 아니라 ‘안 버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프로야구를 시작한 지 벌써 30년도 훌쩍 넘었습니다. 이제 다양한 수익원을 창출하는 건 물론 ‘미래 고객’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팬들이 나이 들어간다고 걱정하는 게 비단 메이저리그 문제만을 아닐 테니 말입니다. 프로야구가 오롯이 떳떳한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날을 기다려 봅니다.
원문 : kini’s Sportugese